2009년 Korsonic의 내일로티켓 여행 "Railro Project 2009"의 후기 중 첫 번째, Project 1을 공개합니다.
사실상 Railro Project 2007의 "Day 1" 후기와 비슷하게 되었으나, 나름대로 중점을 잡아 가면서 프로젝트 위주로 서술을 해 봤습니다. (그런데 이게 어떻게 프로젝트냐고 해석할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군요. 야구장 가는 게 무슨 철도 프로젝트냐면서... =_=)
과연 보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읽힐지는, 고민 좀 해 봐야 할 듯합니다.
일단은 여행후기를 정리하고, 그 날 이용한 열차와 썼었던 금액을 밑에 같이 적어 놓았습니다.
혹시라도 차후에 여행을 할 때 (혹은 남이 여행을 할 때) 참고가 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입니다.
앞서의 포스팅에서도 수 차례 언급되지만, 사실 제가 여행계획을 제대로 짜기 시작한 것은 하계입영훈련을 마친 후였습니다. 원래는 동행할 사람을 훈련 전에 구해 놓았었는데, 서로 일이 바빠져서 결국은 파토나 버렸죠. 게다가 저 자신도 또 다른 해야 할 일들이 자꾸만 생각나서 일정을 갈아엎길 수 차례. 첫째날에는 부산에 가는 것으로 어느 정도 생각을 굳혀 놓았었습니다.
그렇지만... 마침 부산으로 내려가는 그 날에, 마산에 야구 경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응원팀이 자주 바뀌곤 했지만 지금은) 롯데 팬이기도 한데다, 마산에서 열리는 1년에 몇 번 안 되는 야구 경기 중에 하나가 열린다는 사실에 한참 고민하다가 경로를 마산으로 틀었습니다. 부산에서 만나는 '제대로 가기'님과 'Lyubishev'님을 만날 스케줄을 조율하다 보니 같이 야구를 보러 가는 건 곤란하겠고 해서 야구 경기는 혼자... 보러 갔습니다.
막상 마산으로 가자니, 서울에서는 직통으로 내려가는 열차가 그렇게 많지 않습니다. 환승으로 따지자면야 동대구까지 새마을/무궁화를 타고 내려가도 동대구에서 한 시간쯤의 간격으로 떠나는 열차들이 있었지만, 직통 열차는 끽해야 새마을 3회(08:25, 10:55, 18:25), 무궁화 2회(10:05, 16:05)에 불과합니다.
시각표를 찾아보다가, 다행히 야구 경기 시작하기 전 좀 여유 있게 도착할 수 있는 새마을호가 눈에 띄었습니다. 10시 55분에 출발하는 #1033 새마을 열차였지요. 도착하면 15시 50분. 야구 경기 시작까지도 1시간 40분 가량 남게 돼 어느 정도의 여유가 있습니다. 이 열차의 시간이 집에서 조금 늦게 일어나도 나갈 수 있을 정도로 적절하긴 했는데, 문제는 제가 그 날(8월 6일 목요일)에 피부과 진료를 받아야 했다는 것입니다. 덕택에 아침부터 조금 서둘러야 했습니다. 진료를 최대한 빨리 마쳐야 서울역에서 쇼핑을 할 수 있을 만한 시간이 확보되기 때문이었죠.
다행히 스케줄은 적중. 병원에서의 진료가 10분 만에 끝나서 바로 버스를 타고 서울역으로 출발해서 10시 20분경 서울역 환승센터에 도착했습니다. 서울역에 있는 롯데마트로 향하면서, 마산에서 곧바로 야구장으로 가면 아무래도 할인마트 같은 곳을 찾을 수 없겠다 싶은 생각이 앞서더군요. 야구장에서 먹을 과자들과 기차 안에서 먹을 점심거리, 그리고 간식거리를 같이 사 들고 계산하고 보니... 어라라? 10시 45분입니다. 열차 출발 10분 전인데 아직 몸은 롯데마트에? 마음이 급해져서 서둘러 가방에 먹을 것들을 집어넣고는, 역으로 뛰어들어가 기차에 올라탔습니다.
기차에 올라탈 때 일단은 맨 앞 차에서 속도감을 느껴보자...는 생각에 8호차에 올라탔습니다만, 뭔가 이상하다는 생각과 함께 제가 바보짓을 하고 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아차. 5호차에 자유석이 있단 것을 잊고 있었군요. 다른 좌석은 전부 지정석인 반면에 새마을호 5호차는 평일에는 자유석으로 운행되고 있었습니다. Railro Project 2007 당시에는 그런 제도가 존재하지 않았기 때문에 그걸 잊고 있었던 거죠. 자유석이 있다는 걸 기억해 낸 저는 곧바로 5호차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텅텅 비어 다닙니다! 중간중간 사람들이 어느 정도나 앉아 있나 궁금해서 옆 4호차나 6호차까지 갔다 오기도 했습니다만, 그 차에는 사람들이 거의 꽉 차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5호차 좌석은 1/4 정도만 점유되어 있었습니다. 심지어는 동대구를 지나고 나니 5호차에 승객이 단 5명 남더군요. 정말 자유석이 잘 알려져 있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기차 안에서는 어째 할 게 없습니다. 노트북도 없는데 5시간을 어떻게 버틸까... 하는 생각만 가득했던 저는 일단 모바일 네이트온을 켜고, 핸드폰을 어떻게든 충전시킬 곳이 없을까 하고 새마을호 노트북석 주변을 요리조리 뒤져 봤습니다. 하지만... 에? 콘센트가 보이질 않았습니다. 어쩔 수 없죠. 그냥 중간중간 네이트온을 켜서 이야기할 만한 사람 있으면 이야기하고, 아니면 그냥 폰 닫고 조용히 바깥 경치나 감상하면서 가고 할 수밖에는 없었습니다.
다만 경치를 감상하면서 가니... 날씨가 문제더군요. 서울에서 출발할 땐 맑았습니다. 그런데 조치원을 지나면서 보니까 점차 구름 수가 늘어 가는 것이 느껴지더군요. 그 아래로는 쭉 흐리다가... 영동을 넘어가면서 보니 이번엔 구름이 검어져 있습니다. 구미쯤 오니까는 지면 군데군데 물웅덩이가 있었고, 경산을 지나고 나니까 이제는 비가 쏟아졌습니다. 지난해의 기억이 떠오르더군요. 그 때 그렇게 비가 많이 오더니만. 쩝. 마산에 가서는 날씨가 어떨지 정말 걱정이었습니다. 롯데 자이언츠의 마산 경기가 1년에 겨우 여섯 번인데, 관중이 몰릴 것 같아서 표를 아예 예약까지 해 두고 온 저로서는 경기가 취소되면... 그만큼 뒷일이 골치아파지기 때문이었죠.
공사판이었던 마산역을 뒤로 하고 저는 야구장으로 이동합니다. 마산역 사거리 우측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100번 버스를 타고 운동장에서 내립니다.
운동장 정류장에 내려 보니 이미 그곳부터 마산의 야구열기가 느껴집니다. 바로 앞 사거리에 왜 그렇게 사람이 많던지요. 그리고 저는 그곳에서 홈플러스를 발견했습니다. 서울에서 지도로 봤을 땐 저게 없었던 것 같은데 하면서도, 저녁으로 먹을 것들이 부족했기 때문에 길을 건너 들어갔습니다.
들어가 보니 세상에. 역시 마산답더군요. 1년에 야구 경기가 여섯 번이라고 했는데, 그 때문인지 테스코 계열의 외국 기업인 홈플러스에서 배경음악으로 롯데 자이언츠 응원가를 들을 수 있었습니다! 게다가 족발 하나 사면 소주 무료증정 같은 류의, 야구장 가는 사람들을 겨냥한 마케팅이 펼쳐지고 있더군요. 특히나 압권이었던 건...
소주를 페트병으로 쌓아 두고 팔고 있었단 겁니다! 냉동실에 넣어서 살짝 얼린 소주를 저렇게 팔고 있으니, 마산 아재들이 소주를 얼마나 가지고 들어가는지 짐작은 가더군요. 실제로도 야구장에 들어가 보니...
'술병 반입금지'도 아니고...
무려 '소주 반입금지'입니다!
......이쯤되면 마산구장이 어느 정도인지 벌써부터 짐작이 가실 겁니다.
경기장에 들어가서... 전 경기도 그렇게 많이 안 보고, 응원도 많이 안 했지만 사진은 나름 많이 찍은 것 같습니다.(...라고 썼습니다만 다시 한번 메모리카드를 확인해 보니 그렇게 많이 찍은 것도 아니었네요. 게다가 A급 사진도 별로 없습니다. 공개는... 힘들겠네요.) 개인적으로는 이 장면이 인상적이었는데요,
중간에 비가 한 차례 와서 경기가 중단되는데도 불구하고 우산을 펴고 꿋꿋이 자리를 지키고 있던, 그리고 비가 조금이라도 잦아들면 '오늘 이게 올해 마산 마지막 경기다'라면서 '야구해'라고 구호를 외치던 수많은 관중들. 그리고 또 하나.
가르시아의 안타...
그리고 열광하는 관중들.
안타 하나가 나올 때마다 진심으로 열광하던 수많은 마산 관중들. 그렇지만 다른 팀 팬들에 대해서 '취향을 존중해주지 않는' 마산 관중들로 이야기가 넘어가면 약간은 눈살이 찌푸려지는 부분도 있었습니다. 수가 많지는 않았지만 두산 팬들이 분명히 있었습니다. 그들이 공격 때 롯데 쪽보다도 응원을 더 크게 하자, 관중들 사이에서 '조용히 안 하나', '너희 끝나고 보자' 식의 반응이 이어졌습니다.
그 날 롯데가 5-2로 패배해서 마산 10연패...라는 기록을 남겨 버리기는 했습니다만, 생각 외로 별 일은 없었습니다. 아니, 경기가 끝난 게 21시 40분이라 제가 빨리 떠나버려서 별 일이 있어도 보지 못했던 걸까요.
마산역에서 막차도 끊겼고 했기 때문에[각주:1] 부산으로 가는 길은 무조건 버스로 이동해야 했습니다. 게다가 조금이라도 야구장에서 늦게 나오면... 수많은 사람들로 인해서 버스 안에서 앉아 갈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게 되는 상황. 서둘러 야구장을 빠져나와 100번 버스에 다시 올랐습니다. 마산역과 시외터미널이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있다 보니 가능한 일입니다. 터미널에 도착해 바로 사상행 시외버스 표를 끊고 버스에 오릅니다. 거의 10분을 기다려서 출발했습니다만, 역시 밤이라 그런지 남해고속도로를 38분 만에 주파해서 사상터미널까지 모셔다 주는 버스.
다만 버스가 거의 사상 다 와서 보여 준 이런 풍경이 절 시껍하게 하더군요. 고속도로 끝나지도 않았는데 낙동강 건너는 다리에서 가운데 2차로가 무려 가변차로... '제대로 가기'님의 설명에 따르면, 06시부터 07시 30분까지, 부산 방향으로는 3차로, 반대 방향으로는 1차로로 가변차로제가 실시된다고 합니다. (!)
부산에 도착해서는 'Lyubishev'님과 '제대로 가기'님을 오랜만에 만났습니다. 약속시간을 부산대 앞에서 23시로 잡아 놓았습니다만, 야구 경기가 중간에 중단되는 사태까지 가리라고는 생각지 못했기 때문에 23시 30분에서야 부산대 앞에 도착할 수 있었습니다. 멀리까지 온 절 김해뒷고기 집으로 데려가시는 두 분. 고기를 먹으며 Rail+ 철도동호회에서 벌어지는 갖가지 일들에 관한 이야기를 풀어놓았습니다. 역시 만나기 힘든 분들과 이야기를 같이 하니 재미나더군요. 그 날은 Lyubishev 님의 자취방에서 짐을 잠시 풀어 놓고 잠들어야 했는데, 어째 이야기를 나누고 자취방으로 들어가 보니 새벽 1시. 정말 잘 시간이 제대로 확보되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대충 정리를 하고 나서는 눈을 붙여야 했습니다. 다음 날이 Railro Project 2009에서 꽤나 중요한 일정이었기 때문이지요.
이용한 열차 #1033 (서울 10:55 → 마산 15:50) 427.0km / \38,000
금일 427.0km / \38,000
사용한 금액 야구표 예약 \7,300 시내버스(서울) \900 / 시내버스(마산) \1,880 / 시외버스 마산 → 부산(사상) \3,400 지하철(부산) \1,170 점심 & 야구장 과자값 \7,340 / 열차카페 내 사이다 \700 / 저녁거리 & 간식거리 \2,190
합계 \24,880
마산에서 삼랑진 방향으로 나가는 가장 마지막 차는 21시 동대구행입니다. 부전행은 그것보다 훨씬 일찍 끊기지만, 동대구행을 타고 밀양이라도 가면 부산 가는 열차들은 널리고 널렸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