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히, 저는 의도했던 제 시간에 일어날 수 있었습니다. 일어나 보니 05시 30분이었는데, 여유가 있다...고 생각하고 좀 꾸물거렸더니 결과적으로는 열차 시간에 많이 빠듯하게 제천역에 들어가고 말았습니다. 제천시의 버스 안내가 상당히 부실하더군요. 찜질방으로 들어올 때 걸어서 30분이나 들어갔던 것이 걸려서 이번에는 버스를 타고 제천역으로 나가려 했었는데, 정류장에 붙어 있던 버스노선 운행시간 안내 인쇄물은 2006년판이었던데다, 시내의 전광판도 초행인 사람에게는 도움이 전혀 안 되는 정보만 가득이었습니다.
어째 제천역까진 까마득했습니다.
이래갖고 버스를 어떻게 타나요 ㅠㅠ
어쩔 수 없이 또 제천역까지 걸어갈 수밖에 없었습니다. 중간중간 정류장에서 기다린답시고 시간을 조금조금씩 까먹는 바람에 06시 45분에야 제천역 도착. 역 앞에서 아침으로 김치찌개를 시켜 놓고 허겁지겁 먹은 후 바삐 역으로 들어갑니다.
Railro Project 2009 (20090806 ~ 20090812)
- Project 1 : 마산야구장에 가다 (20090806) - Project 2 : 부전에서 목포까지, 근성으로 타는 경전선 (20090807) - Project 3 : 충북선 저녁열차, 로컬선에도 빛이 들려면 (20090808) - Project 4 : 산골짜기 한가운데, 아우라지에 가다 (20090809) - Project 5 : 가 보기 힘든 간이역, 승부역 (20090809~10) - Project 6 : 새로운 희망을 보다, 희방사역 (20090810) - Project 7 : 장항선 유람 - 이설 그 후 (20090811) - Project 8 : 섬진강 기차마을, 3년 전과 지금은? (20090811) - Project 9 : 철도문화체험, 연산역에 가다 (20090812)
07시 10분발, 제천발 아우라지행 제 1651열차. 증산에서 아우라지를 오가던 통근열차[각주:1]가 폐지되고 나서 대체용으로 생긴 열차입니다. 통근열차 시절에는 객차 딱 한 칸과 발전차 한 칸이 전부였었는데, 운행거리가 좀 늘어났다고 객차는 2량으로 운행하고 있었습니다. 이 열차 때문에, 아우라지에 오전에 들어가 보기 위해서 악조건 속에서 숙박한 생각을 하니... 별 생각이 다 들더군요.[각주:2]
2량입니다, 2량!
아우라지역에 전차대가 없다 보니 기관차는 장폐단입니다.
하지만.... 승객이 없습니다! 매 정차역마다 밖에 나가 보고 승객 수를 세어 보기까지 했습니다만, 어째 아우라지로 가는 내내 승객이 10명이 넘는 꼴을 못 봤습니다. 열차 운행 시각도 그렇고, 열차의 운행 방향도 모두 수요를 창출해 내기에는 너무 이른 시각이었기 때문이라고 개인적으로 평가해 보고 싶습니다. 덕택에 여객전무님은 객실 순회를 실시하지 않습니다. -_-;;; 하기야, 1호차에 몇 명 있다고 객실 순회를 하겠습니까. 시간도 너무 이르고 했으니, 여객전무님 입장에서는 2호차에서 쉬다가 정차역마다 나가 있는 것이 더욱더 나은 판단이라고 생각했을 겁니다. 다만 창 밖으로 보이는 풍경들은 사진을 찍어 내기에는 아주 좋았다고 생각합니다. 하늘이 아주 맑더군요.
영월 가는 길이었던가요.
나전 → 아우라지.
정선선은 전형적인 산골짜기 철도입니다. 어떻게 태백의 준령을 이렇게 굽이굽이 돌아서 선형을 만들었을까 하는 생각이 절로 드는 주변 풍경들이 있더군요. 그리고 옥수수밭으로 대표되는 강원도의 전형적인 풍경들.
다소 엽기적(?)이었던 것은 정선에서 아우라지까지 표를 끊어서 열차를 탑승하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것 정도일까요.
아우라지역에 도착해 보니, 일단은 시원함이 먼저 느껴집니다. 역에 도착한지 몇 분이나 지났을까요. 역 주변을 찬찬히 둘러보다 보니 흥미로운 광경이 하나 펼쳐지고 있었습니다.
레일바이크가 내려옵니다.
아우라지 역사.
레일바이크 정비고.
바로, 레일바이크였습니다. 레일바이크 관련 시설들의 조성이 정말 잘 되어 있더군요. 운영한지 몇 년 됐으니 이제는 슬슬 체계가 잡혔겠지 싶었습니다. 하지만 아쉬운 점들이 곳곳에 보이더군요. 레일바이크의 스케줄이 거의 전체적으로 자기 차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 맞춰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타고 온 차가 아우라지에 09시 24분에 도착했었는데, 이렇게 들어왔을 경우에는 하계 레일바이크 1회차(09:00)를 이용하는 일이 아예 불가능합니다. 특히나 일단 레일바이크를 타려면 구절리역으로 이동해야 하는데, 아우라지에서 구절리까지 딱히 갈 수 있는 방법이 없습니다. 정선선 풍경열차는 레일바이크를 이용한 승객들이 '돌아가는 용도'로만 사용되고 있었기 때문이지요.
어름치 카페.
구절리로 돌아가는 풍경열차입니다.
사실 아우라지에 처음 와 봤기도 해서, 건널목에서 사진을 찍으면서 만난 코레일투어서비스 직원 한 분과 인터뷰를 해 보았습니다.
여기에는 인터뷰를 요약본으로 올립니다. 그 때 뭘 녹음한다 어쩐다 하는 생각은 해 보지 못했거든요 :(
그리고 그 분이 자신의 신원을 알리지 말라고 하셔서... 특히나 더 요약할 필요가 있긴 했습니다.
Q : 이용자들이 꽤 많나봐요?
A : 당일 오전에 올 경우 오전 표는 못 사고, 오후 5시 표를 구매해야 할 정도입니다. 피크였던 지난주의 경우는 특히 심했습니다. 그 때는 당일에 예약을 않고 온 사람이 표를 아예 구하지 못하고 발을 돌려야 하기도 했습니다. 아예 전날에 도차해서 하루 민박하고 다음날 오전에 레일바이크를 타고 돌아가는 경우도 종종 볼 수 있습니다.
Q : 스케줄이 기차 이용자들에게 맞춰져 있지 않은 느낌인데요.
A : 모회사인 코레일이 레일바이크를 고려하지 않고 시각표를 자주 조정합니다. 여기서 4년을 일했는데, 1년에 두세번 씩은 열차시각표가 바뀌는 것 같습니다. 여기로 오려면 버스를 이용하는 것이 좋을 것 같네요.
아우라지역 이곳저곳에서 사진을 찍다가, 10시 45분에 출발하는 제천행 1652열차에 올랐습니다.
이번엔 아우라지로 들어올 때보다는 승객이 많더군요. 아무래도 그 직원분이 이야기한 것 중에는 '철도를 이용해 전날 저녁에 들어온 사람들'도 있었던 모양입니다. 게다가 이 열차가 태백, 정선 쪽으로 나가는 열차이기도 했으니까요.
증산[각주:3]역에 도착할 즈음 되니 열차가 갑자기 멈추더군요. 증산역 저편을 보니 열차가 없었는데, 몇 분 지나고 나니 열차가 왔지만 그 열차는 역 구내로 들어오지 않고 대기하고 있었습니다. 도대체 뭐하자는 걸까 하니... 그 다음에 저희가 탄 차가 출발하더군요. 아니, 도대체 운전정리를 어떻게 하길래 이런 일이 벌어지는 겁니까. 증산역에 그 열차 하나 못 집어넣나요-_-;;;
내리고 나서 역무원 분이 설명하기로는 '량수 차이가 난다'라고 하셨으나, 상식적으로 단선철도에서 교행이면 유효장이란 것도 있으니 역에 양방향의 열차가 다 들어올 수 있지 않나요. 게다가 어떻게든 열차가 비켜 줘야 다른 열차가 진행을 하는 건데... 양쪽 열차를 다 지연시키는 열차운용이 좀 어이가 없었습니다.
증산역에서는 스탬프를 찍고 역무원 분의 추천으로 근처 토속음식점에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어차피 강릉으로 향하는 열차 출발까지는 1시간이 남아 있었고 해서 여유있게 식사를 해결하고 마침 열린 장을 구경하는데... 별 것 없더군요 :(
증산역이 좀 높은 곳에 있지 말입니다.
곤드레나물밥. 6천원이더군요.
그리고 여기서부터 드디어 내일로 티켓을 이용하는 승객들과 이야기를 할 수 있었습니다. 이쪽 동네에 와서야 말을 걸 용기가 겨우 생기더군요. 강릉으로 떠나는 1633열차는 8분 지연되는 바람에 무료함을 해소할 필요가 있기도 했고요. 기차에 오르고 나서는 증산역에서 이야기를 나눴던 사람들이 내릴 때까지 계속 여행 상담을 해 줬습니다. 그런데... 내일로티켓으로 여행하시는 이 분들, 생각 외로 내공이 있습디다? 열차번호에 차 스케줄까지 정확하게 써 놓고서 빡빡하게 움직이는 이 분들... 뭔가 철덕인 저보다 더하다는 느낌이 들기도 했습니다.
알고 보니 자신들의 경험에 바이트레인이 덧붙은 케이스였습니다. 내일로티켓 승객들과 이야기를 해 보면 거의 항상 바이트레인 이야기를 빼놓지 않습니다. 하긴, 원래 철덕들의 카페이지만 여행에 대해서 특화하려고 갖은 낚시질을 해 대는 곳이고, 실제로 정보도 많다 보니까는 그쪽을 이용하는 것이겠지요.
사실 태백선 동부 구간과 스위치 백을 넘으면서 그리 큰 감흥은 없었습니다. 그때 제 머릿속엔 정동진역과 승부역에 대한 생각만 남아 있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태백선 구간을 지나면서 날씨가 참 흐리더군요. 어떻게 석탄 외에는 별 감흥을 줄 수 없는 풍경들도 계속되었고요. 그렇지만 다행히 정동진에 도착했을 때는 햇빛이 정말 쨍했습니다.
내리고 나니..
역명판입니다.
야, 바다다!
정동진에 내려 본 것은 이 날이 처음이었습니다. 역 근처에서 먹을 것도 좀 사 두고, 역 근처에서 사진도 찍고 그랬는데... 음. 역무원 분들의 친절이 정말 기억에 남습니다. 원체 사람이 많이 오는 역인지라 특히 친절한 사람들만 뽑아서 정동진역으로 보낸 건지는 몰라도 말예요.
그랬긴 했지만... 이 역에서 제가 가방을 내려놓지는 않았네요. 편히 돌아다니면서 사진을 찍을 수도 있었을 텐데... 왜 그랬을까요... 음...
※ 이번에는 Today's summary가 생략됩니다. 4일차 회계는 Project 5에서 쓸 예정이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