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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sonic/내이야기

2012년 스위치백, 10년 후 같은 자리에서 자신을 보면서.

 

2012. 6. 26. 2022. 6. 12.

영동선 스위치백 종운행사가 있던 2012년 6월 26일. 그리고 최근인 2022년 6월 12일의 나한정역.

당시 현역 육군 중위라는 이유로 경광봉을 들고 나한정역 현장을 뛰어다니던 제가
결국은 철도에서 일을 하지 않고 공항에서 일하게 될 거라고 누가 생각했을까요.

10년 동안 많은 일이 있었습니다.
(2012) 다행히 좋은 지휘관과 동료들을 만나 중위 1년차를 잘 넘겼고
(2013) 전역 후 서울대로 다시 돌아와 석사과정을 시작했다가
(2014) 몇몇 트러블로 인해 철도동호인 사회를 박차고 나와버렸고
(2015) 석사과정 졸업을 얼마간 미뤄둔 채, 항공으로 컨버전을 해서 한국공항공사로 취직했고
(2016) 인간관계 알레르기를 일으키는 최악의 사례를 경험하기도 하고
(2017) 부서 사정으로 교대근무를 전전하는 와중에도 어떻게 논문을 써서 석사 졸업을 하고
(2018) 또 부서 사정으로 같은 부서 내에서 이 보직 저 보직을 경험하다가
(2019) 무안으로 발령이 나서 전라도 생활을 시작했고
(2020) 코로나19로 국제선이 다니지 않는 국제공항도 경험해 보고
(2021) 대학원 박사과정 시작을 결심하여 한국항공대에 적을 두게 되었고,
(2022) 정들었던 무안을 떠나려다... 떠나지 못하고 이렇게 이 자리에 있습니다.

글쎄요 앞으로의 10년에는 또 어떤 일들이 있을지. 당연히 아직은 알지 못합니다.
다만 '지나봐야 아는 것들이 있다'는 것을 점차 느끼고 있어서, 앞으로의 10년은 또 다르지 않을까요.

2010년이었던 것 같은데, 한 대학 동기에게 이런 이야기를 한 적이 있습니다.
"내 삶은... 음 앞으로의 목표에 총론은 있는 것 같은데, 각론이 없어."
사실 '뭔가 구체적인 목표를 세워야 한다'라는 강박 하에 스스로를 압박하기 위해 한 말이기도 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 총론을 벗어나지만 않게 하루하루 살아내면 각론은 저절로 채워지는 것이더군요.

그리고... 스스로에게 걸었던 그 많은 강박들은 굳이 나에게 걸 필요가 없었던 것들이었습니다.
2019년 무안으로 온 이후부터의 지금까지의 경험들은, 그 강박이 오히려 나를 해친다는 것을 너무 잘 보여 주었습니다.
그걸 깨닫게 해 준 몇몇 분들에게 정말 큰 감사의 인사를 드려야 하는데,
언제 어떻게 공개적으로 해야할지는 잘 모르겠네요. :)

많은 것들이 변했고 또 많은 것들을 경험하였지만 다행인 것은,
2005년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로부터 시작된 내 삶의 목표가 아직 변하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아직 인생에서 담금질이 많이 남은 것 같지만, 어떻게든 해 보겠습니다.
몇십 년 후 내가 이 글을 읽고 부끄럽지 않도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