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 수입된 수많은 야구만화들이 배경으로 하고 있는 고시엔 구장. 일본야구를 대표하는 이 야구장은 1924년에 지어져서 올해로 90년째를 맞고 있습니다. 왜색을 빼기 위해서인지 "갑자원(甲子園)"이라고도 많이 읽는데, 여기에서 "갑자"는 지어진 년도인 1924년을 의미합니다. 1924년이 60갑자에서 '갑자'년이거든요.
이 글에서는 고시엔 역사관과 고시엔 스타디움 투어에 대해서 써 볼까 합니다.
아무래도 일본어 원문 접근이 어려운 분들도 좀 있을 것 같아서, 될 수 있으면 자세히 설명해 놓겠습니다.
※ 고시엔 역사관은 매주 월요일은 휴관입니다. 그리고 한신 타이거스의 홈 경기가 있는 날은 역사관을 연장개방합니다. 일본어 홈페이지에 들어가 보시면 연장개방하는 날은 별도로 표시를 해 놓으니, 참고하세요. :)
고시엔 역사관 홈페이지입니다. 이제는 한국 관광객이 좀 오기 떄문인지, 한국어 페이지도 만들어 놓았네요. 제가 갔을 때만 해도 한국어 페이지는 없었습니다(...) 스타디움 투어에서 어디를 둘러보는지에 대해서는 한국어로 소개되어 있기도 하나, 고시엔 구장의 스타디움 투어의 예약은 일본어 홈페이지에서밖에 할 수 없습니다.
스타디움 투어의 개요에 관해서는 여기를 참조하시면 되겠습니다. 입장료가 1000엔 혹은 1500엔인데, 1500엔으로 생각하고 가시면 될 것 같습니다. 이 안에는 고시엔 역사관 입장료가 포함되어 있어, 스타디움 투어를 마치고 고시엔 역사관을 관람할 수도 있습니다. (단, 한번 입장한 경우 재입장 불가) 그리고 기념품으로 고시엔 역사관 티켓 홀더를 같이 제공합니다.
아무래도 여행객이라면 일정부터 보고 하는 게 좋겠죠. 일정부터 선택하기를 누르면 그 다음으로 진행이 됩니다. 일정을 누르고 나면 투어 코스와 인원을 선택할 수 있고, 그 다음은 예약자 정보를 입력합니다. 적는 법은 밑에 써 놓았습니다. 캡쳐를 위해 날짜는 임의로 하고 성인 2명, 어린이 0명으로 해 놓았습니다. 전화번호는 그냥 8210 - 한국 번호 써도 크게 문제가 되지는 않았습니다. 일본 전화번호가 없는 경우엔 한국 전화번호를 적어도 크게 무리는 없습니다. 그리고 도도부현에서 "그 외"가 없는데, 일본에서 체류하는 곳의 주소를 적으면 됩니다. 역시 크게 문제되지 않습니다.
신청을 완료하면 이메일로 예약 확인 메일이 옵니다. 일본어를 잘 못하시거나 한다면 예약 메일을 인쇄해서 가서 현장에서 보여주시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대략적으로 알려 줄 겁니다.
스타디움 투어 당일은 해당되는 시각까지 나오면 됩니다. 고시엔 역사관은 고시엔역에서 나와 고시엔 구장을 따라 왼쪽으로 쭉 돌면 16번 외야 출입구 옆에 있습니다. 고시엔 역사관 입구에 들어가서 스타디움 투어 관람료를 낸 다음, 투어 시간에 맞춰 "집합장소"라고 써져 있는 곳으로 가시면 됩니다.
당연히 거의 대부분 일본인인데, 한국인이 더러 끼어 있기도 합니다. 제가 갔을 때는 저 말고도 2명 정도가 더 있더군요. 시간이 되면 고시엔 역사관 담당 직원이 나와서 인사를 하고 인솔을 시작합니다. 보통 투어를 하는 사람들과 함께 2명이 붙습니다. 중간에 화장실은 갈 수 없으니 화장실은 미리 가는 센스를 발휘하는 것이 좋습니다.
그리고 설명은 일본어로 진행되나, 일본어를 몰라도 바디랭귀지를 잘 사용하면 (..........) 그럭저럭 알아듣는 데는 큰 무리가 없습니다. 전 다행히 일본어를 조금은 들을 줄 알아서-_-; 관람엔 그렇게 크게 무리가 없었던 것 같네요.
홈 팀의 덕아웃이나 라커룸 구경을 할 수 있는 코스도 있으나, 이날은 오후에 시범경기가 있고 선수들이 연습중이라 덕아웃과 라커룸은 들어갈 수 없었습니다.
입장은 14번 출구로부터 시작됩니다. 바로 3루 내야쪽으로 들어갑니다.
제일 먼저 보여준 것은 3루 불펜이었습니다. 설명하는 직원이 아이들에게 "여기서 무슨 운동을 했을 것 같냐"고 물어보더군요. 여러 대답이 나왔는데, 설명을 들어보니 여기는 과거에 수영장이나 유도 체육관으로도 쓰였다고 합니다. 자료사진을 들고 설명을 해 주더군요.
그리고 이렇게 KFC에 커넬 샌더스 상이 있는 이유에 대해서도 이야기합니다. 이 커넬 샌더스 상이 야구장 안에, 그것도 한신 타이거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것은 1985년 한신 타이거스의 우승과 관련이 있습니다. 1985년 한신 타이거스의 일본시리즈 우승 때의 '도톤보리 다이브'에서 한신 팬들은 한신의 각 선수를 닮은 사람들을 강에 빠트렸다고 합니다. 그 때 아무리 찾아도 랜디 바스와 똑같이 생긴 사람은 찾을 수가 없었는데, 그 때 KFC의 커넬 샌더스 상이 눈에 들어온 거죠. 그 때 커넬 샌더스 상이 도톤보리 강에 던져졌는데, 그 이후로 한신 타이거스는 지금껏 일본시리즈 우승을 못 하고 있습니다. 이른바 '커넬 샌더스의 저주'로, 지금까지도 유명한 일화입니다. 그러다 보니 저주를 어떻게든 깨 보려고 한신 타이거스 유니폼까지 입힌 것 같더군요.
다음으로 간 곳은 인터뷰 룸입니다.
고시엔 대회가 있을 때라든가,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가 끝나고 나서 인터뷰를 할 때 인터뷰를 하는 장소라고 합니다. 생각 외로 별 건 없는 장소인데, 그래도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답게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정리가 되어 있어 나름 재미있더군요. 사진에서 보는 바와 같이 단상을 설치하기도 한다고 합니다. 저기 사진에서는 기요하라 가즈히로가 인터뷰를 하는 모습....의 사진이라고 들은 것 같은데, 정확히 기억은 나질 않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이 있는 곳을 거쳐 관중석으로 이동합니다.
포수 뒤의 관중석으로 안내하더군요. 저희보다 30분 뒤에 관람을 시작했던 팀도 나중에는 합류해서 연습 장면을 같이 지켜보았습니다. 한신 타이거스의 연습 시간이었고, 연습장면을 더오래 지켜볼 수 있도록 나름대로 배려를 해 줍니다.
이 날 스타디움투어를 한 입장권은 고시엔 역사관 당일 입장권으로 쓰이기도 합니다. 두 가지를 패키지로 묶어 1000엔 혹은 1500엔에 판매하고 있으니까요.
야구경기가 끝나고 나서 고시엔 역사관에 다시 들어가 보았습니다.
고시엔 역사관을 관람할 때는 보이스펜을 빌려 줍니다. 전부 일본어로 되어 있기 때문인데요, 2000엔을 보증금으로 맡기면 입구에서 빌릴 수 있습니다. 한국어도 물론 지원은 하는데, 고시엔역사관에서 배부하는 종이에 찍어서 그 방의 간략한 설명을 듣는 방식이라 관람에는 크게 도움이 되지 않습니다.
고시엔 역사관은 크게 두 가지의 분류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첫 번째가 고교야구, 그리고 두 번쨰가 한신 타이거스입니다. 고교야구의 성지로서의 고시엔의 역할이 이 역사관에도 잘 녹아들어 있습니다. 첫 번째 전시관인 '고시엔으로의 길'은 일본에 등록된 모든 고등학교 야구팀을 전부 야구공에 새겨 놓았습니다. 여기에는 우리의 아픈 역사도 녹아들어 있는데, 일제 강점기 시절의 '조선'과 '대만', 그리고 '만주'에서 고시엔 야구대회에 출전했던 학교들도 여기에 목록이 올라가 있더군요.
전시물품은 상당히 다양합니다. 선수들이 입었던 유니폼, 그리고 각 학교의 모자 등등 많은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다만 전부 일본어로 되어 있어 읽기는 좀 어려웠습니다. 덕택에 저는 대충 인터넷 검색에서의 배경지식을 통해 알아들어야 했습니다. 재미있었던 것은, 고시엔에선 야구만 하는 게 아니더군요 (............) 고시엔 보울(甲子園ボウル)이라고 해서 대학 미식축구 경기가 고시엔 구장에서 벌어지기도 한다고 합니다.
프로야구 부분도 고교야구 부분과 크게 다르지는 않습니다. 동일본 대지진에 대한 언급과 함께 도호쿠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경기가 고시엔에서 벌어진 적이 있다는 이야기도 역사관에서는 빼놓지 않습니다. 당시 개최되었던 라쿠텐 골든이글스의 홈경기가 고시엔 최초의 퍼시픽리그 홈경기라고 하네요.
한신 타이거스 코너에서는 선수들이 기증한 각종 물품들이 전시되어 있었습니다. 마지막 코너에 가 보니 현역 선수들이 사용하는 실제 무게의 배트를 들어 보는 코너도 있더군요.
한신 타이거스의 등번호 계보를 전시해 놓은 곳도 있었는데,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일본에서 등번호를 얼마나 중요하게 여기는지도 알 수 있는 부분이었습니다. 한신 타이거스는 '00'을 등번호로 최초로 사용한 구단, '02'와 같은 두 자리 등번호를 사용해 본 구단 (지금은 리그 규정상 사용이 안 됩니다) 이기도 합니다. 이 코너는 매년 갱신되고 있는데, 오승환도 여기에 한 자리를 차지하고 있습니다.
이것 말고도 야구만화를 소재로 한 코너도 있었고, 그리고 또 한켠에 있는 것은 전광판에 관련된 이야기들이었습니다. 전광판을 사용하기 전에는 선수들의 이름을 전부 직접 붓으로 그렸다고 합니다. 역사관에서는 붓으로 선수들의 이름을 쓰던 시절 판넬에 들어가던 선수 이름을 이렇게 모아 놓았습니다. 지금 시점에서는 저런 것들을 가리켜 잉여력이 넘친다(...)고 표현할 수도 있겠습니다만, 사람들에게 경기를 가장 잘 전달하게 하기 위한 노력이라고 생각하면 흥미롭게 바라볼 수 있는 소재입니다.
그리고 매 시기 특별전이 있습니다. 제가 간 시기에 한 특별전은 '고시엔 봄 선발' 특별전이었는데, 솔직히 무슨 내용인지 잘 몰라서 간단히 보고 지나갔었네요.
특별전은 매번 주제가 바뀌기도 하거니와, 주제가 바뀌는 기간 중에는 역사관이 휴관해 버립니다. 역사관이 휴관하는 때를 잘 확인해 보고 가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역사관에 들어오게 되면 고시엔 구장 백스크린에 올라가볼 수 있습니다. :)
백스크린에서 보는 구장의 모습도 나름대로 볼만하니까, 갈 수 있으면 꼭 가 보세요.
입구와 출구는 동일합니다. 출구에는 기념품점이 있는 것은 어느 곳이나 동일하고요, 한신타이거스 굿즈 뿐 아니라 다른 팀의 굿즈도 팔고 있고, 요미우리 자이언츠 굿즈가 생각 외로 많이 있다는 게 놀라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