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많은 야구만화들에서 다루어지던 일본 고교야구의 성지 고시엔. 야구광인 저로서도 나름대로 동경하고 있었는데, 기회가 생겼으니 꼭 가봐야지 하다가 이번에 한번 가 봤습니다.
그렇지만 고시엔에 고교야구를 보러 간 것은 아니고요 ^^;;
(한국에서 굳이 봄 고시엔이나 여름 고시엔을 보러 왔다고 하면 이상한 사람 취급받는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_-;;; 야구만화에서 미화해서 그리지만 생각보다 별 거 없다고 합니다.)
당연히 고시엔 구장을 홈으로 쓰는 한신 타이거스의 경기를 보러 갔지요.
다행히 개강 첫 주에 한신 타이거스의 시범경기 3연전이 고시엔에서 열렸고, 오승환도 올라온다는 이야기를 듣고 그것을 놓치지 않았습니다.
이 글에서는 2014년 3월 8일 한신 - 니혼햄 경기의 관람후기와 함께 한신 고시엔 구장에서 봤던 것들을 좀 적어 보았습니다. 혹시라도 고시엔에 가고자 하는 분들에게는 도움이 될 수 있도록 적어 보았으니, 궁금한 것 있으면 코멘트 부탁드립니다. :)
※ 스타디움 투어와 고시엔 역사관에 대해서는 별도의 게시글로 다룰 예정입니다.
야구 좀 본다 하는 사람들에게 있어서 간사이권은 한신 타이거스(阪神タイガース)[각주:1]를 빼놓고 설명할 수 없습니다.
요미우리 자이언츠와의 전통의 라이벌. 한신 타이거스입니다.
한신 타이거스는 한큐한신홀딩스의 자회사로 되어 있고, 또한 우리가 잘 알고 있는 한신 고시엔 구장은 한신 전기철도의 사업부입니다. 하지만 일개 사업부, 일개 회사로 보기에는 역할이 매우 중요해 보이는데요. 그 모습은 야구경기를 보기 위해 한신전철 우메다역에 갔을 때부터 느낄 수 있었습니다.
우리나라에서는 상상도 할 수 없는 급행열차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무려 '야구 관람객을 위한' 급행열차라니! 밑의 사진에 나온 열차는 우메다에서 고시엔까지 딱 한 역만 정차하고 바로 고시엔으로 데려다 주는 구간특급 열차입니다. 한신전철은 산요전철과의 직통으로 인해 고베를 넘어 히메지까지 운행하는 경우도 종종 있는데, 제가 탄 열차는 히가시스마(東須磨)까지 가는 열차였습니다. (...처음에 어디가는 건 줄 몰랐는데, 지도 보고 나서야 감이 오더군요)
하기야, 고시엔 구장은 한신 전기철도의 사업부일테니 홍보해야 하겠고, 그리고 한신 타이거스도 같은 한큐한신홀딩스 그룹 안에 있으니까요.
그렇게 도착한 고시엔역은 공사판이었습니다.
평범해 보이지만 평범하지 않은 고시엔역은2016년을 목표로 현재 확장공사중입니다. 경기 관람객들로 인한 혼잡 등이 그 이유라고 합니다. 그리고 고시엔역 전후로 해서 도로통행에 지장을 주는 철도를 고가화하는 공사가 한창이었습니다. JR에 고시엔구치(甲子園口)역이 있지만, 고시엔구장과는 2.7km 떨어져 있어 걷기엔 뭐한 거리이고, 그렇다고 버스를 타자니 버스도 그렇게 충분하지 않아 승객은 어쩔 수 없이 고시엔역으로 몰릴 수밖에 없습니다. 진작에 했었어야 했겠지만 한신 전기철도가 돈이 그렇게 충분하지 않았던 모양입니다. 그러니 한큐한테 먹히고 그러지
역에 도착하면서부터 "이 곳이 한신타이거스의 홈이다"라는 것을 드러내려는 듯, 역 주변은 여기저기 한신 타이거스에 관련된 조형물, 혹은 광고물들로 가득합니다.
여기 도착한 시각이 오전 9시 50분. 신오사카역에서 신칸센 본다고 이것저것 하다가 약간 늦은 감이 있는 듯이 왔는데, 다행히 스타디움 투어에는 늦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야구 표를 사기 위한 엄청난 줄을 보게 되었죠.
과연 저렇게 사람이 많아서 야구를 볼 수는 있는 걸까 싶었습니다.
표 발매 시작전의 풍경.
입장시작 즈음해 기다리는 사람들.
오늘은 니혼햄과의 경기.
일본 프로야구는 시범경기에도 입장료를 받습니다. 미국 프로야구도 시범경기에 입장료를 받는다고 하니, 시범경기 때는 입장료를 받지 않고 여유있게 들어갈 수 있는 우리나라 프로야구가 조금 특이하다고 봐야 할 것 같습니다. 제가 찾아갔던 3월 8일에 있었던 경기는 한신과 니혼햄(日本ハム)의 경기였습니다. 둘의 리그는 서로 다르지만, 정규시즌의 '교류전' 외에 이런 경기가 벌어지는 것은 역시 전력 점검 차원의 경기이기 때문입니다. 그래서인지 센트럴리그 팀의 홈구장에서 경기가 열리지만 지명타자제가 있었습니다. -_-;
시범경기라 그런지 정규시즌보다는 입장료 가격이 조금 싸더군요. 정규시즌에 4,500엔 하는 내야 지정석을 자유석으로 2,000엔에 살 수 있었습니다. 그래도 우리나라 야구 입장료 받는 것 생각하면 상당히 비싼 수준입니다. 저 정도면 2014년 현재 그 비싸다는 목동구장의 내야지정석 입장료 수준이니까요. 저 돈 주고 야구를 볼 거면 그 시간에 다른 것들을 하겠다고 말하시는 분들이 있을 수 있겟으나, 전 야구가 더 중요했습니다 :)
야구장 주변엔 이런 것들도 있습니다.
'미즈노 스퀘어'라는 이름의 광장이 있었는데, 거기에는 가네모토 토모아키의 1492경기 연속출장 기념비와 904경기 전이닝 무교체 출장 기록을 기념하는 동판과 함께 베이브 루스의 고시엔 구장 방문 기념 동판이 있더군요.
또 미즈노 스퀘어로 향하는 벽 한켠에는 각 선수들의 소개와 함께 구단 영구결번자의 업적이 새겨진 동판이 있었습니다. 일본어를 그럭저럭 읽을 줄은 아는데 아주 잘 하는 것은 아니어서 그냥 사진만 찍었습니다.
구장 곳곳에 타이거즈 샵이 있습니다. 고시엔역에 가까운 곳에는 "SHOP ALPS"가 있고, 안에도 수많은 가게들이 있습니다. 기념품과 응원도구를 살 겸 해서 가게들에 잠깐 들어가 보았는데, 상품의 질들도 괜찮고, 또 이 정도까지 만들 수도 있구나 싶은 상품들이 꽤 있었습니다. 어째 차량용품들에도 눈길이 가더군요.
다른 선수들 관련 물품들과 마찬가지로 오승환 관련 물품들도 준비되어 있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그 날 경기가 있는 원정팀 관련 물품을 한켠에 장만해 놓았다는 것입니다. 역시 원정팀 팬들 상대로도 장사할 준비가 되어 있네요.
여기저기 돌아다니다 보니 경기시작시간인 13시가 다가옵니다. 이젠 야구장 안에 들어가야겠죠?
야구장 입장 절차 중에 소지품 검사가 꽤 철저한 것을 보고 좀 놀랐습니다. 저도 올라가다가 제 가방을 한번 열어주어야 했습니다. 아무래도 경기중에 캔과 병을 던지는 사람들이 종종 발생한다는 것 때문으로 보입니다. 그리고 야구장도 장사를 해야겠죠. 바깥에서 물품 갖고 오는 것이 번거로우니까 안에서 사 먹어라...라는 의미일지도 모르겠습니다. 다만 야구장 물가가 장난이 아니라는 게 좀 걸리는군요.
음료수는 옮겨 담으세요.
휴대가능 물품 안내문.
소지품 검사 중.
또 하나 재미있었던 것은 선발 투수와 선발 포수를 한꺼번에 소개한다는 것이지요. 이것은 일본 프로야구만의 특징입니다. 우리나라와 일본 프로야구의 특성이 모두 포수의 리드를 상당히 중요시한다는 점에서는 닮아 있는데, 그 정도가 일본이 훨씬 더한 것 같았습니다.
마침 이 날의 시합 선발 투수는 한신 타이거스는 후지나미 신타로(藤波新太郎), 니혼햄은 오타니 쇼헤이(大谷翔平)가 나왔습니다. 검색을 좀 해 보니 고교 2년차의 라이벌 투수. 일본여행을 할 때 조언을 구했던 주니치 팬인 다무라 형도 정말 빅매치에 왔다고 하더라고요. 경기 재미있겠더군요.
한신 선발 후지나미 신타로.
니혼햄 선발 오타니 쇼헤이.
양 팀 팬들의 응원전도 볼만했습니다. 각 타자가 소개되자 일제히 깃발을 흔들면서 응원구호를 외치는 이들.
일본은 응원석이 전부 외야에 있고, 비지터 시트(ビジターシート)라고 해서 원정팀 응원 팬들만 입장할 수 있는 구역이 따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니혼햄 파이터즈가 홋카이도에 있는 팀이지만 어째 팬들이 꽤 오는 모습입니다.
니혼햄 원정 팬들.
한신 팬들.
고시엔 구장 내에는 먹을거리도 이것저것 많습니다. 선수 이름을 딴 도시락을 판매하고 있으며, 피자집이나 KFC가 들어와 있기도 합니다. 그리고 '고시엔 3대 명물'이라고 해서 카레, 야키소바, 점보야키토리가 꼽히더군요. 고시엔 카레는 인터넷으로 주문까지 받을 정도로 알려져 있습니다.
야구장 내 물가는 그렇게 싼 편이 아닙니다. 야키소바가 550엔, 점보야키토리는 꼬치 하나에 350엔. 카레동이 850엔 (...) 더군다나 우리나라 생각하고 구장 내에서 술을 구입하면 정말 미친 듯한 물가라는 것을 알 수 수 있습니다. 아니 맥주 한 캔 하는데 600엔이 뭡니까..........
고시엔 카레
야키소바. 550엔.
점보 야키토리. 350엔.
맥주 파는 아가씨들. 정말 많이 돌아다닙니다.
맥주는 컵에 담아 줍니다. 아사히 생맥주.
한신 타이거스 야구를 보면서 느꼈던 것은, 정말 이 팀은 우리나라의 롯데와 크게 다를 바 없는 팀이라는 것이었습니다.
팬들의 응원이 정말 열광적입니다. 물론 사직구장만큼은 아닌 것 같았습니다만, 딱히 앰프도 틀거나 하지 않는데 자체 응원단에 의해 조직(?)적으로 응원하는 모습은 참으로 장관이었습니다. 하지만 어떻게 말하자면 엘롯기 섞어 놓은 모습도 종종 볼 수 있었는데, 어떻게 선수층도 얇은 편이 아닌데 일명 '꼴데야구'라고 불리는 어이없는 실책들이 종종 벌어지더군요. 그런 실책들로 인해 흐름이 끊기고, 결국 이 경기는 지는 경기로 흘러가게 됩니다.
후지나미 신타로는 이 날 5이닝 5실점으로 탈탈 털렸습니다 (......) 투타겸업하는 상대선발 오타니는 공 71개 던지고 5이닝 1실점. 스타일 완전히 구겼군요.
여튼. 7회가 다가오자 구장 분위기가 심상치 않습니다. 사람들이 각자 들고 온 풍선을 부네요.
7회말이 되자 'LUCKY 7'이라고 하는 승리기원 행사를 하는데, 이 때 한신 타이거스는 불었던 제트풍선을 날아올리는 퍼포먼스를 합니다. 장관입니다. 꼭 같이 해 보세요. 풍선은 타이거스 샵에서 200엔이면 살 수 있습니다.
그리고 9회. 5-4로 지고 있는 상황에서 오승환이 올라옵니다.
이기든 지든 오승환을 올리겠다는 이야기를 전날 들어서 오늘은 나오겠지 싶었는데 진짜로 나오네요.
오승환은 이 날이 고시엔 마운드 첫 등판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다들 "어 저 투수 고시엔에선 처음 보는데..." 정도의 이야기들을 하더군요.
하지만 오승환의 투구 모습을 지켜본 후 그 신기함은 곧 감탄으로 바뀝니다. 그날 꽤 춥기는 했습니다만, 매 투구마다 147~148은 찍어 댔던 것이지요. 투구 내용이 좀 불안하기는 했습니다만 어쨌든 9회를 무실점으로 막아내는 오승환. 주변에서 탄성이 나오니 괜히 일본으로 간 게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9회초를 잘 막긴 했지만 9회말에 한신 타선의 무기력으로 결국 경기는 6-5, 한신의 패배로 끝이 납니다.
일본야구는 우리나라 야구하고 그렇게 크게 다른 것 같지 않으면서도 나름대로의 재미도 있고 아기자기한 부분이 많았습니다. 기회가 된다면 또 가고 싶을 정도로 구장 디자인이나 여타 다른 부분에서도 신경을 많이 쓴 모습이 보이고, 최대한 야구 구단으로 수익을 창출하기 위한 모습도 인상 깊더군요.
꼭 다시 와야겠다는 생각을 들게 한 고시엔 구장. 아마 다음 여행때는 여타 일정을 모두 검토해 보니 고교야구를 보지 않는 이상 고시엔으로 가지는 못하겠지만, 일본야구에도 관심을 갖게 만드는 재미있는 곳이었습니다. :)
한신 타이거즈로 쓰는 분들도 있지만, 현지 표기법을 따라 한신 타이거'스'로 쓰는 것이 맞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