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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멀리 떠날때/140307 Osaka

2. 한신(阪神)권의 철도경쟁체제

세상에 '경쟁'은 어딜 가나 볼 수 있습니다. 어딜 가나 당연하게 일어나는 현상이기도 하고요.

하지만 철도는 초기진입비용이 워낙 많이 드는 등의 이유로 인해 각 나라별로 철도사업자가 복수로 존재하기가 어렵다고들 합니다.

......하지만 그런 상식을 깨는 곳이 있습니다. 바로 일본입니다.


여기에서는 제가 경험했던 부분에 대해서만 간단히 서술하도록 할게요.



일본 어느 공항을 가든, 공항역부터 철도가 경쟁을 합니다.

커다란 공항, 그리고 그 안에서부터 JR과 타 회사들은 경쟁을 하고 있습니다.


나리타에서 JR과 케이세이 전철이 서로 경쟁을 하고 있다면, 여기는 JR과 난카이 전철이 경쟁합니다.

각자 세 등급 이상의 열차를 운영하는 형태를 보면 참 신기하다는 생각부터 듭니다.

간사이 스루 패스를 가지고 있던 저는 당연히 난카이 전철을 탔지만, 첫날부터 교토를 가겠다거나 하면 ICOCA-HARUKA도 꽤 쓸만한 선택으로 보입니다.

간사이공항 1터미널 2층. JR/난카이전철 간사이공항역.

출처 : 일본 위키피디아 'RailRider'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RailRider


정말 미친듯이 경쟁합니다. 서로의 접근성 면에서 차이가 있고, 또 운임정책도 조금 달라 경쟁이 가능합니다. 일단 보통권 기준으로는 난바까지 가는 데는 JR이 150엔 비쌉니다만, 우메다(지도에서는 오사카역으로 되어 있습니다) 쪽으로의 접근성은 JR이 훨씬 나은 편입니다. 난카이전철을 탄 경우엔 특급 라피:토를 탔더라도 난바에서 환승을 해야 하거든요. 반면 JR은 특급 하루카를 탑승할 경우 신오사카를 넘어 심지어는 교토, 마이바라까지도 갈 수 있습니다. 오사카 정도만 갈 거라면 890엔인 난카이를 타겠지만, 교토, 마이바라 쪽으로 갈 거라면 (적어도 외국인 입장에서는) 하루카를 타는 것이 훨씬 낫겠지요.

주의해야 할 점


1. 간사이공항역은 JR과 난카이가 선로를 공유하고 있기 때문에[각주:1] 열차가 동시에 출발하는 일은 절대로 벌어지지 않습니다. 행선지와 목적지까지의 시간을 잘 검토해 보고 열차에 오르세요.

2. 간사이공항역에서 특급을 타지 않은 경우, 열차가 추월당할 수도 있습니다. 난카이 공항급행은 오사카-와카야마 급행인 '서던(サザン)'에 추월당합니다 (.....) 본인이 잘 모르겠다면 Hyperdiaekikara 같은 웹 사이트를 알아 두는 것도 좋습니다. 한국 구글 앱스토어에서는 Japan Trains라는 앱도 있으니, 다운받으면 편합니다.


한편, 심지어 3개의 노선이 동시에 경쟁체제를 하는 곳도 존재합니다. 우메다(오사카) - 산노미야(고베) 간에는 JR 외에도 한큐, 한신이 경쟁체제를 형성하고 있습니다. 정말 미칠 듯한 경쟁체제입니다 (......)

우리나라로 따지면 부산-마산이나 서울-수원 정도 되는 위치인데, 이 구간 안에 복선철도가 3개입니다. 저러고도 장사가 된다고 하니, 신기하지요. 오사카는 도쿄 근교권을 제외하고는 도쿄에 이어 2위를 달리는 도시이고, 고베도 인구가 150만 가량은 됩니다. 그리고 저 사이는 거의 대부분이 주거지구. 더군다나 서로의 도시로 가는 수요가 많다고 하는군요.

오사카(우메다)-산노미야 간에서 JR이 390엔을 받을 동안 한큐와 한신은 310엔을 받고 있습니다. 물론 저기보다 서쪽으로 갈 경우.....에는 사철과 JR의 운임이 비슷해지기는 하는데, JR이 미친듯이 빠릅니다. 바로 신쾌속의 존재 때문이지요.

한신 구간특급 히가시스마행JR 신쾌속 히메지행한큐 특급 신카이치행

출처 : 일본 위키피디아 'RailRider' https://commons.wikimedia.org/wiki/User:RailRider

한신 우메다 (140308)한큐 우메다 (140309)JR 오사카 (140307)


저렇게 살벌한 여건이다 보니, 철도회사들이 각자의 특성으로 살아남습니다.

극단이나 야구장, 프로구단 등 대규모 어트랙션을 보유하려 애쓰기도 하고(한큐/한신)

소요시간(JR)과 적은 정차역(한큐), 타 선과의 직통(JR은 산요선은 물론이고 도카이도선의 마이바라까지 가고, 한신은 킨테츠, 산요전철과 직통합니다)으로 승부를 보기도 합니다.

오사카-고베 간은 상호 간의 발착량이 많은 곳이라 저 정도로 철도경쟁체제가 이루어진다 해도 아주 큰 낭비까지는 아니라는 것 같은데 글쎄요. 사철로 인해 낭비가 심하다는 이야기도 어디서 들은 것 같고. 관련해서 영문으로 나온 논문이 좀 있는지 찾아보기는 해야겠습니다.



여기서 언급한 곳 외에도 교토권에는 킨테츠(킨키 일본 철도), 케이한 철도가 있습니다. 덕택에 JR서일본은 이들과 경쟁하기 위해 신쾌속을 반슈아코/카미고오리(효고 현 서쪽 끝)에서 마이바라(시가 현)를 넘어 츠루가(후쿠이 현)까지 운행해 버리는 (....) 계통이 있다고 하네요.

여기 이야기는 이번에 가보지 못했으니 패스 (....) 하도록 하죠. 어차피 8월에 한 번 더 갈 생각입니다. :)

  1. 이 둘이 모두 제2종 철도사업자로, 역시설은 다른 주체가 소유한 상태에서 열차만 들어옵니다. 우리나라로 따지면 코레일과 신분당선주식회사... 가 이 느낌이네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