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끔 멀리 떠날때/071123 장항선유람

장항선 답사踏寫 pt.1 [20071123] - (7) 군산선 기행 [完]

내일이면 장항선 신선이 개통됩니다.
군산선 구간은 대부분의 구간이 그대로 남는 등의 이유로 여기에서는 군산역을 중점적으로 다뤄 볼까 합니다.

2007. 12. 20.
Korsonic.


장항선 답사踏寫 Part 1. (7) 군산선 기행 [完]

S15. 군산역에 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여기서부터는 다시 땅이다.

도선장에서 나와서 우리는 군산역으로 걸어갔다. 물론 저번에도 걸어 봤던지라 어떻게 걸어가는지는 잘 알고 있었다. 우리가 지치기는 했지만, 걷기에는 조금 멀고 버스나 택시를 타기에는 가까우면서도 쓸데없이 요금만 더 나오는 거리임을 알고 있었기에, 그냥 걸어갔다.
열차 출발은 17시 20분인데, 군산에 도착해 보니 16시 05분이다. 너무나도 시간이 많이 남은 느낌을 가지면서 군산역에 거의 다 다다랐을 때, 어느 초등학교(지도를 찾아보니까 군산중앙초등학교다)에서 야구 연습을 하고 있다. 초등학생들이 야구부에서 연습하는 것이 신기해서 우리는 계속 초등학생들이 야구 연습을 하는 것을 지켜봤다. 그렇게 시간을 때우다가 열차 출발 30분 전쯤에 우리는 군산역 앞으로 나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군산역 앞.

군산은 장항만큼 죽지는 않았다. 군산역의 모습은 초라하기 그지없지만 이래 보여도 군산의 인구는 26만이다. 그리고 전북의 중심지인 전주가 인접해 있다. 내년 1월 1일의 개편으로 통근열차가 폐지된다고 하여도 군산역 건너편 터미널로 가면 전주행 직통 버스가 짧은 배차간격으로 많이 운행하고 있기 때문에 전주와의 교통에는 큰 지장요소는 없다. 그렇기 때문에 도심에 있던 군산역 이설이 더 아쉬운 일인지도 모른다.
현 군산역에서 신군산역으로 10분 이내의 배차간격으로 버스를 운행하겠다고는 하지만, 일단 접근이 복잡·불편해지게 되면 철도는 이미 "Game Set"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이다. 실제로 청주역이나 충주역 등이 이런 전철을 밟았던 것으로 봐서는, 이건 충분히 증명이 가능한 이야기.
사용자 삽입 이미지

타는 곳으로 나가는 곳. 바로 앞에 통근열차가 대기하고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서해안 시대의 중심 역이 되겠다는데... 어쩌나... 이설될 처지구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익산 방향으로 카메라 렌즈를 향하고 찍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무언가 허전함까지 느껴졌던 군산역의 플랫폼.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제 얼마 안 있으면 전주 가는 열차는 더 이상 운행되지도 않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역이름도 군산화물역으로 바뀌고, 그러다 조만간 없어질 운명이 되겠지...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앞으로는 저 정지표시판과의 조우도... 없겠고...

열차에는 의외로 승객이 많은 편이었다. 3량 편성인데다, 군산-익산 혹은 군산-전주 간의 수요를 무시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순전히 싸기 때문에 열차를 타는 듯했다. (실제로 군산-전주까지 통근열차의 운임이 1,600원 이내로 끝난다. 하지만 군산-익산만 해도 시외버스를 이용하면 2,500원이 나온다.)

열차는 군산선의 각 역들을 조용히 정차하고 통과하면서 승객들을 내리고, 또 싣는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정. 이제 슬슬 불을 켜기 시작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개정-대야 사이. 신 장항선과 만나는 지점.

사용자 삽입 이미지

대야역이다. 열차는 반대편으로 가는 열차와 교행한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현존하는 역사(驛舍) 가장 오래 된 역사를 가진 임피역.

사용자 삽입 이미지

밤이 다 된 후의 오산리.

그리고 우리는 여행의 마지막인 익산역에 도착하였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익산역 도착. 열차는 여기서 진행방향을 바꾸어 전주로 간다.

나의 기록은 여기에서 끝난다.
나는 여기에서 새마을호 연결 장면을 촬영하고, 그 다음에 있는 KTX를 타고 피곤에 쩔어 있는 채로 서울로 올라갔다. 잠에 취해 얼마 동안 역에서 앉아 있다가 천천히 버스를 타고 집으로 귀환했다. 집에서 나에게 싫은 소리를 마구 했을 것은 당연지사. 에휴.
그래도 기록이 있었기에, 추억이 있었기에 나는 전혀 싫은 소리들을 개의치 않고 이렇게 여행기를 쓴다.

장항선을 돌면서 우리는 많은 것들을 사진으로 남겼다. 그리고 또 추억하였다. 이제까지 우리들의 발이 되어주었던, 그리고 많은 경치를 제공하였던 철도를 이렇게 떠나보내야 한다는 것은 정말 슬픈 일이다. 수많은 곡선들을 자랑하던 옛 철로는 고속화를 명분으로 점점 곧게 펴지고, 우리는 그 위에서 점점 빨라지는 철도차량을 보게 되기는 한다. 하지만 우리가 느낄 수 있는 수많은 풍경들을 앗아간 신선은 우리가 자주 추억하는 '느림의 미학'과는 거리가 너무나도 멀다.
가끔씩은 생각해 보아야 한다. 지금 우리는 현재와 미래, 그리고 빠른 것만을 추구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그리고 느리게 주변의 풍경을 스치어 간, 그래서 더 아름다웠던 과거의 추억들을 잊어버리려는 것은 아닌지.

[완결]

◀◀ 6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