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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멀리 떠날때/071123 장항선유람

장항선 답사踏寫 pt.1 [20071123] - (4) 이제 서쪽으로 가자

조금 늦고 있습니다. 계속 조금씩 늦고 있습니다.
최대한 빨리 다 올리도록 할게요. 하지만 아무리 못해도 한 7~8편까진 가게 될 것 같은데...;;
시험까지 껴서 좀 골치아픕니다. 하지만 이 여행기, 올린 이상 무조건 끝을 보겠습니다.

2007. 12. 06.
Korsonic.


장항선 답사踏寫 Part 1. (4) 이제 서쪽으로 가자

S07. 도고온천역으로 가다
학성역 앞, 죽산2리 마을회관에서 우리는 택시를 불렀다.
마을회관 앞 구멍가게 주인 아주머니와 이야기를 했더니, "신창 콜택시"의 전화번호가 마을회관 옆에 붙어 있다는 말을 해 주신다. 덕택에 우리는 쉽게 택시를 잡을 수 있었다.
택시를 타니 참 편하기는 편하다. 큰길로 돌아 나오더니만 도고CC를 거쳐 택시는 우리가 거쳐 왔던 신성2건널목을 지난다. 참으로 허탈해지는 순간이다. 결국 우리는 선장역을 다시 지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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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장역을 다시 지났다. 그때 찰칵.

뭐 이렇게 되어버렸다는 거다. 가로수길을 찍지 못했던 것이 못내 아쉬워서 몸을 뒤로 돌려 사진을 찍는데, 그때까지도 있던 영화 찍던 사람들 때문에 사진은 개판이 되어버렸다. 그리고 도고온천역에서 있었던 참 몹쓸 일까지;;; 사진 오른쪽이 변색되어 버린 것은 필름 손상의 여파이다.

한 20분쯤 달렸을까. 택시는 도고온천역에 도착한다.
아. 시골에서 콜택시를 부르게 되면 일단 기본으로 콜비 1,000원은 각오해야 한다. 도고온천역까지 가는 데 7,100원이 나왔다. 콜비를 포함해 8,100원을 내고 나왔다.

S08. 안습의 도고온천역?!

웬만해서 여행기에 이런 말을 쓰고 싶지는 않았다. 하지만 나는 여기서 엄청난 경험을 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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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역. 왼쪽의 변색은 필름 손상의 여파-_-

앞에도 썼듯, "필름 손상"을 당하게 된 것이다.
일단 각설하고, 시간순에 따른 이야기나 해 보자.

도고온천역에 들어가자, 같이 갔던 동행 중 한 명이 집에 가야 할 상황이라 승차권을 끊어야 했다. 하지만 열차시각표 상으로는 이미 열차가 출발했어야 할 시각. 용산 가는 다음 열차는 도고온천역에 서지 않는 새마을 열차다. 어차피 도고에서 온양 가는 버스는 널렸으므로 그것은 그리 큰 문제가 되지 않는데... 문제는 가 버린 줄 알았던 열차가 도고온천역에 진입해 버린 거다. 그렇다. 장항선의 고질병, 지연이었다.
그런데 도고온천역 매표실에서 표를 끊어달라고 하고 있는 아저씨의 움직임이 심상치 않았다. 아니 이 사람, 표를 끊으러 온 거야 아니면 실랑이를 하러 온 거야... 열차 정차가 꽤 길었는데도 그러는 사이에 결국 열차는 떠나 버리고, 그 친구는 온양온천 → 영등포 새마을호를 끊어야 했다는 안습 스토리. -_-...

그 친구를 도고온천역 앞 버스정류장까지 가서 배웅하고, 이젠 둘만 남게 되었다. 우리는 도고온천역의 내부 사진을 촬영했다. 12월 21일이 지나면 폐쇄되고 결국은 사라질 그곳이기에 결국 이것도 다 "기록" 아닌가. 그리고 역무원에게 도고온천역 플랫폼 출입 허가를 얻으려는데, 참 박하기도 하셔라. 딱 "5분" 들어갔다 오라신다. (5분이라는 게 박해 보이기는 하지만, 입장권을 사지 않아도 될 상황이 되어서 다행이었다.)
당연히 5분의 시간을 헛되이 보내지 않기 위해서 우리는 또 정신없이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내가 감은 세 번째 필름이 다 되었을 때, 나는 중대한 실수를 하게 된다. 필름을 되감지도 않고 필름 배출 레버를 당긴 것. 필름이 아직 덜 감겼다는 사실을 인지하고서는 바로 필름 배출부를 닫아 버려서 그나마 다행이었다. 필름 배출구를 닫은 후에 나는 다시 필름을 제대로 돌려서 필름을 뺐다. 학성역 사진까지 그 필름에 담겨 있었기에 그때는 "혹시 전부 손실되지 않았을까" 하고 걱정하고, 이리저리 문자도 돌려 보고 했다. 특별히 기대는 하지 말라는 내용들이 많았다. ㅠㅠ
하지만 다행히 12월 1일에 코스트코에서 현상한 결과는 사진 4장 손실이 전부였다. 정말 살았다...

또 다른 필름을 끼워 놓고 나는 사진을 찍었다. 하지만, 이것도 그다지 좋은 결과를 가져오지 않았다. 조금 이상하다 싶었을 때 다시 필름 배출구를 열어 봐서 확인할 걸 그랬나. 도고온천역의 사진은 앞에 나왔던 필름 사진을 제외하고는 전부 디지털 카메라로 같이 찍은 사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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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랫폼이다. 정말 단촐한 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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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항 방향. 역광이었다-_-...

도고온천역은 정말 "무궁화만 정차하는 역"  치고는 굉장히 깔끔한 역이었다.
선로수도 딱 3개. 정말 자그마한 시골역 같아 보이지만 나름 면 중심지에 있다보니 장항선 무궁화호가 필수적으로 정차하고 있다. 하지만 도고온천역이 이설될 위치는 참으로 애매한 위치이다. 온천장에 가까이 있지도 않고, 그렇다고 면 중심지와 가까이 있지도 않고. "펴는 것"에 집착하는 것도 좋지만, 그렇다고 허허벌판에 역을 세우면 어쩌겠다는 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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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에서 내린 승객들은 이런 도고온천역의 모습을 제일 먼저 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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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표실이다. 정말 깔끔하다.

여담이지만 이 역에는 스탬프가 없다. ("온천" 붙었다고 스탬프가 있을 법한 역으로 생각해서 스탬프를 요구했다가, 스탬프가 없다는 소리만 들었다.) 혹시라도 갈 일이 있다면, 주의를 바란다 ;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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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전형적인 시골역 분위기가 물씬 풍기고 있다.

우리는 이렇게 역의 이곳저곳을 촬영하고는 도고온천역을 나왔다.
나와 보니 10시 20분. 역 3곳을 돌고도 10시 20분이라니, 다시 한번 일찍 나온 것이 다행스러워지는 순간이었다. 그렇기는 한데, 우리는 아직 갈 길이 남았다. 열차표를 도고온천에서 끊었으면 편했을지 모르겠지만, 신례원역을 촬영하고 가려고 신례원에서 출발하는 열차표를 끊었기 때문에 우리는 신례원역으로 가야 했다.

S09. 신례원 가는 길

도고온천역에는 온양 가는 버스 시간표와 함께 콜택시 전화번호가 같이 붙어 있다. 하지만 우리는 그걸 무시하고 그냥 나오고 말았다. 그게 상당한 패착이 될 줄은 몰랐지만.
도고 버스정류장에 가 보니 예산행 버스는 09시 50분과 11시 30분 사이에는 단 한 대도 다니지 않는다. (하지만 반대편으로는 예산교통 버스가 줄기차게 다니고 있었다. 이건 뭐...) 우리는 덕택에 예산 방향으로 얼마간은 무작정 걸어가기로 했다. 아직 열차 시간은 충분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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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그런 거다. 그냥 걸어가기...

걸어가다 보니 사진찍기에 상당히 좋은 구도를 보이는 곳도 나타나고, 또 열차도 몇 차례 지나갔다. 사진은 몇 장 찍었지만, 괜찮은 게 없어 하나로 자를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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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고온천 통과 새마을. 구도가 상당히 좋았다. 다만 이건 줌을 당겼다.

이 사진을 찍고서도 우리는 예산 방향으로 전진을 계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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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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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 더 멀리서.

가면서 어디에 콜택시 전화번호 하나쯤은 현수막으로 붙어 있으리라고 생각했는데, 그렇지가 않다.
주민자치센터와 의용소방대를 다 들르는 삽질을 해 보기도 했지만, 의용소방대에서 겨우 만난 사람의 답변은 그저 "114로 전화해 보세요"였다. (아니 이 사람들, 교통이 그리 편리하지 않은 지역에 있으면서 콜택시 전화번호 하나도 소지를 않고 있단 말이야?)
그래도 걸어갈 수 있는 데까지 조금은 더 걸어갔다. 이런 구도가 등장하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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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산 방향이다.

우리는 이 주변에서 택시를 불렀다. 하지만 택시운전사는 미터기를 누르지 않고 콜비 포함 7천원을 요구한다고 한다.어쩔 수 있나. 택시를 잡지 못하면 우리는 열차를 놓치게 될 판인데.
10여 분 쯤 지나자 택시가 도착한다. 신례원으로 시원스럽게 달리는데, 달리다 보니 도고에서 신례원 간은 생각보다 거리가 너무 짧다는 것만을 느끼게 되었다. 될 수 있으면 도고에서 버스 시간을 맞춰서 꼭 버스를 타고 신례원으로 이동할 것을 권한다. 진짜, 허탈함만을 느끼게 된다.

여튼, 10시 55분. 우리는 신례원역 앞에서 세워 준 택시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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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례원역이다.

신례원역에 도착했다고 해서 그냥 쉬기만 하다가 열차를 기다려 타려는 생각은 하지 않았다. 신례원역에서 사진을 찍는 것도 오늘 일정 중의 하나였으니까. 괜히 콜택시비까지 들여 가면서 신례원까지 왔을 리는 없잖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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