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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sonic/남길거리

20251122. 홍성/대천/예산 당일치기 답사 후기

저는 답사를 다니는 것을 정말 좋아합니다.
물론 지금의 삶은 서울에서 누리고 있지만,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며 내가 몰랐던 것들, 그리고 흥미로운 것들을 하나하나 알아가는 과정은 그 자체로도 정말 즐겁습니다.
광주에 거주하며 무안으로 출퇴근하던 시절에는 출퇴근 연간 24,000km를 포함하여 제 차로 1년에 6만km는 가볍게 운행했다 보니 운전에도 익숙하고, 이제는 대중교통으로 가기 어려운 목적지를 많이 가다 보니 어째 차가 필수가 되어 버렸네요.

가끔은 즉흥적으로 다니다 보니 생략되곤 하지만, 답사를 위해 이것저것 해봐야 하는 조사들이 있겠고,
그리고 답사 목적지를 가기 위해 길을 찾아가는 과정이 있겠고,
그리고 실제로 그 곳에 가서 현장을 느끼고 의미를 찾아가는 과정이 있다 보니,
그 일련의 흐름을 즐기는 것도 답사의 묘미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보통 답사를 다녀오면 화물차라운지에서 숙박을 한다든가 하는 식으로 1박2일~2박3일의 일정을 만들어서 많이 다니지만,
이번에는 작정하고 일요일을 제대로 쉬어보려고 당일치기 일정을 만들어 보았습니다.


그래서 이번에 떠나 본 곳은 광천역(홍성)과 청소역(보령), 그리고 예산입니다.
사실 친한 후배가 "예산 사과술을 양조장 가서 사고 싶다. 그리고 그 양조장 견학 프로그램이 있더라" 한 것도 있었고,
추석 당일에 목포보성선 답사를 마치고 서울로 가는 과정에서 공사 때문에 광천역이 1면1선이 되어 버린 것을 목격하게 되어,
이 때 아니면 못 보는 게 있겠다 싶어서 한번 가봐야지... 하던 게 이렇게 되었습니다.

점심때쯤 광천에 도착해서 어죽으로 점심 한 끼 하고, 산책 겸 역까지 가 보았습니다.
충분히 도보로 갈 수 있는 거리였으니까요.

2025. 11. 22. 장항선 광천역(충남 홍성)
2025. 11. 22. 장항선 광천역(충남 홍성)

광천역은 이미 제가 알던 모습이 아니었습니다.
분명 꽤 큰 역이었던 것 같은데, 옆에 서해선 복선화 공사를 하면서 역을 기존 위치 옆에 바로 짓게 되니 역이 쪼그라듭니다.
그리고 역 건물도 새로 짓게 될 테니, 우리가 알고 있는 이 모습은 3년 뒤면 완전히 새로운 모습이 되겠죠.

이런 중간의 모습들을 기록으로 남겨두면 나중에 꽤 재미있는 기억이 됩니다.
사진첩을 뒤져보니, 딱 18년 전인 2007년 11월 23일에 제가 이 지역을 답사했던 사진들이 남아 있습니다.
이 때는 굳이 아버지에게서 빌린 필름카메라를 사용해 가며 기록을 남기는 바람에 지금 와서 보기에 더 재미있는 사진입니다.
이를테면, 장항선이 지금의 형태가 되기 전, 복선화 공사가 진행중이던 2007년 말쯤의 풍경이라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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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삼아 올려봅니다. 2007. 11. 23. 장항선 구 신례원역(충남 예산)


광천에서 생각보다 기록할 것은 많지 않아서, 사과와인 양조장을 가기 전에 시간이 약간 남아 조금 더 내려가 보기로 했습니다.
그래서 내려간 곳은 바로 다음 역인 청소역입니다. 광천에서의 접근성이 대단히 좋아서 그냥 내려갔습니다.
이 역은 서해선 복선화가 완료되는 2028년에는 그대로 없어질 예정이기도 해서, 꼭 한번은 들러 봐야 했습니다.

2025. 11. 22. 장항선 청소역 (충남 보령)

어, 그런데 웬일인지 역의 차단기가 열려 있네요.
마침 열차가 온대서, 열차 사진도 한번 찍어 봅니다.

2025. 11. 22. 장항선 청소역(충남 보령) // 차단기가 올라온 걸 보니 열차가 곧 오나 봅니다.
2025. 11. 22. 무궁화호 1560열차(익산 → 용산) 청소역 도착
2025. 11. 22. 무궁화호 1560열차(익산 → 용산) 청소역 출발

지금은 이렇게 기록을 남기고, 2~3년 후에 사진을 다시 보면 어떤 모습일까 보는 것도 꽤 재미있는 일입니다.
어쩌다 보니 제 외장하드에는 근 20년치의 사진이 보관되어 있는데,
언제 다시 열게 될지는 알 수 없으나 꼭 언젠가는 쓸모가 있으리라 하는 마음에서 사진을 찍습니다.


그리고 예산으로 넘어갑니다.
정확히는 양조장이 고덕면에 있다 보니, 홍성읍내를 뚫고 내포신도시도 지나서 가는 여정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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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하게 지내는 후배가 요새 위스키뿐만 아니라 전통주를 사 마시는 것을 즐기기도 하고 있고,
저도 운전만 하기보다는 어차피 사회생활도 많이 하는 마당에 이쪽에 취미를 붙일까 싶어서 따라가 본 양조장인데,
이런 시골에 이런 곳이? 싶을 정도로 잘 되어 있는 양조장이었습니다. 심지어 수도권에서의 접근성도 끝내주고요.

굳이 예산에서 나오는 사과만 써서 술을 만들다 보니 가격이 그렇게 착하지는 못한 것이 흠이라고 할 수는 있겠지만,
저녁에 있었던 술모임에서 추사白 25도 오크를 개봉해서 마셔 보니 꽤 색다른 맛이 나서 친구들에게 호평을 받았습니다.

50도짜리 사과 위스키도 있긴 했는데,
아직 지갑 사정이 완전히 회복된 것은 아니어서 다음에 왔을 때 다시 사든가 하겠다고 생각하고 말았습니다. ^^;;;
그리고 사실 한 병에 89,000원이면 아무래도 직접 마시기보다는 선물하기에 훨씬 더 어울리는 술이지요.

그리고 핑거푸드로 어디 가져갈 만한 먹을 만한 거리가 없을까 싶어서 예산읍을 잠깐 들어갔습니다만,
안타깝게도 큰 성과는 없었습니다.
사과빵이 있기는 했는데, 음... 뭔가 이건 그냥 빵이지 사과향이나 사과맛이 잘 난다 이런 건 아니었네요.


이번 답사에서는 막힐 우려가 있는 길들을 우회경로를 통해 재빠르게 앞질러가는 방식으로 시간을 많이 절약했습니다.
남들이 평상시에 잘 이용하지 않는 길들을 이용해서, 주 흐름이 막혀 있을 때 다른 경로들을 통해 그 주 흐름을 앞질러가는 방식으로 움직였다 보니, 보통 사람들이 생각하는 이동시간 중 20% 정도는 절약한 것 같습니다.
그리고 저보다 경로 탐색을 훨씬 더 잘 하는 전문가들하고만 계속 함께 다니다 보니,
제 경로탐색 능력을 키워야겠다는 생각도 들더군요.

그것도 그렇고, 아무래도 적당한 휴식 등을 위한 당일치기 답사 일정을 개인적으로 많이 만들어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외박해서 멀리 다녀오는 것도 한두번이지, 주중에 영향을 미칠 우려가 있겠다 싶다면 가까이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발굴하는 편이 더더욱 나은 일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