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에 제진역을 둘러보고 나서, 점심은 통일전망대에 올라가서 해결해야 했습니다.
통일전망대 휴게소에 가 보니 구형 통일호를 개조한 식당이 하나 있더군요. 그 식당에서 육개장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본대는 08시 10분에 출발하다 보니 아침도 먹지 못하고 출발했고, 덕택에 밥을 좀 많이 먹더군요. 그리고 통일전망대 관람. 하기야 여기까지 왔으니 통일전망대에 올라서 북녘 풍경을 봐야겠죠. 코앞에 있는데다 우리와 그렇게 다른 세상 같아 보이지도 않는데도 다른 세상. 그게 북한이라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답답해져 왔습니다. 손에 닿을 듯 가까이 있는데... 왜 가지를 못하니... 왜...
망원경을 통해 감호 쪽 풍경도 보고, 또 군사분계선 인근의 풍경도 보다 보니 시간도 금방 갔습니다.
※ 어째 요새 다른 일들 때문에 관리가 잘 안 되는 블로그이다 보니, 글을 쓸 생각을 이제서야 하는 등 별 일이 많네요. 덕택에 이제서야 2편이 작성됩니다. 분량은... 문제 없을거예요 ㅎㅎ
오후에는 제진역사와 제진역 주변, 이어진 제진역 북쪽이 아닌, 끊어진 제진역의 남쪽을 가 보기로 했습니다. 이번엔 제진역에 접근하는 방법을 약간 바꿨습니다. 정식 진입로로 제진역사로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를 통해 제진역 CY로 들어가 보는 방법을 택하기로 한 겁니다.[각주:1]
그런데, 이 방법을 쓰기 위해서는 경비원의 협조가 반드시 필요합니다. 평상시에 당연히 쓰지 않는 곳인데다[각주:2] 만일 길을 따라 쭉 북쪽으로 내달려 버리면 통문이 있기는 하지만 그대로 북한 땅입니다. 당연히 잠궈 놓았겠죠. 그러니까 열어 달라고 이야기를 반드시 꺼내고, 또 언제까지 들어오겠다고 이야기를 다 하고 가야 한다는 것. 저희는 1시간 후에 다시 오겠다고 하고서 문을 열고 들어갔습니다. 이렇게 접근하면 완전히 제진역 남쪽으로 가게 됩니다.
제진역 남쪽 끝.
조금 더 가까이 가서.
제진역 남쪽은 저렇게 막혀 있습니다. 앞 글에서 "향후 최대 30년 정도는 남쪽으로 철도가 이어질 가망이 없다"라는 표현을 사용했는데, 그걸 대변한다고 해야 할까요. 도로는 간성-현내 간 확장공사가 한창 진행중인데, 철도는 주변에 어떠한 공사의 흔적도 없었습니다. 그냥 여기까지다. 하는 것이 전부였죠.
다만 여기서 전 좀 재미있는 흔적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제진역 남쪽 끝으로 좀 더 가까이 갔을 때... 이게 단순한 단선 노반이 아니란 것을 발견하게 된 겁니다. 풀이 조금 많이 자라서 그렇지, 복선 노반이 이미 준비되어 있더군요. 반대편까지 보니, 오전에 CY와 역 플랫폼 주변을 돌면서 왜 1폼 2선에, 가운데에 빈 공간이 있었는지가 드디어 설명이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는 20년은 남쪽으로 안 내려갈 철도에 왜 복선 노반을 깔았는지 순간 이해가 되질 않았었습니다. 하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해 보기로 했습니다. 당장은 제진역의 화물처리량이 그렇게 많지 않겠지만, 동해북부선이 남쪽으로 연장되기 시작하면, 또 통일이 오게 되면 부산항에서부터 시작하는 동해 쪽 물동량이 굉장히 많아지게 될 것이기도 하거니와, 금강산 등의 관광수요도 발생하게 될 것입니다. 그렇다 보니 복선에 대응할 수 있도록 역을 만들어 둔 것이죠.
역 뒤편을 찍고 나선 그 통문을 통해 되돌아왔습니다. 그리고는 다시 오전에 갔던 그 방향으로 차를 돌려서, 오전에 들어가지 못했던 역사에 들어가 보았습니다.
사실 역사에 들어갈 수 없는 줄 알았었는데 (...) 오후에 가 보니 어떻게어떻게 들어갈 수는 있더군요.
역 안의 구조는 도라산역의 그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다만, 남쪽에서 오는 선로가 아예 없다 보니 순수하게 북으로 올라갈 수 있도록 검색을 받는 시스템이었습니다.
신기하게도 여긴 또 코레일 CI입니다.
매표소는 굳게 닫혀 있습니다.
만일, 금강산 관광객만을 대상으로라도 동해북부선에 여객열차를 운행했다면 이 매표소에서는 과연 표를 팔았을까...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하지만, 녹이 슨 철제 셔터만이 제진역의 현실을 알려 주는 것 같네요.
사실 여기는 코레일 CI와 통일부 BI가 혼재되어 있었습니다.
코레일 것인지, 통일부 것인지...
이 역의 관리주체를 의심케 하는 풍경은 여기저기서 발견됩니다. 하기야, 계속 언급했듯 도라산역보다 더 접근이 불편한 곳에 있었기 때문일까요, 아니면 지어진 시기에 조금 차이가 나기 때문일까요. 도라산역은 그래도 코레일에서 많이 신경쓴 듯한 모습이 보이지만, 제진역은 그렇지를 못합니다.
세관검사.
출입경심사.
검역심사.
제진역 타는 곳으로 들어가기 위해서는 다음의 3개의 과정을 거쳐야 합니다. 마침 청소하는 아주머니들이 역 안을 청소하고 있어서 사진 찍는 것은 그렇게 어렵지 않았습...니다만, 그분들은 도대체 제가 이 역에 어떻게 나타날 수 있었는지 상당히 어리둥절해하던 모습을 보이더군요.
마지막 관문을 통과하면, 타는 곳입니다.
아무래도 제진역의 구조는 '통제가 용이한' 역 구조입니다.
보통 플랫폼으로 가는 길은 역사 정면으로 열어 두곤 하는데, 제진역은 이렇게 세관시설 등을 거치다 보니 역사 측면으로 나가야 플랫폼에 접근할 수 있습니다.
이 모든 과정을 한 장에 담으면...
재미있는 것은, 벽화의 존재였습니다. 도라산역에 있는 것마냥 여기에도 벽화가 저렇게 타일 형식으로 처리되어 있었습니다. 아마 북쪽 땅의 감호를 형상화한 것이겠지요. 다른 사람들이 전부 제진역 정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었기 때문에 (...) 좀 급히 나와야만 했습니다만, 준비를 꽤 많이 해 놓기는 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다만 경색된 남북관계가 안타까울 따름이었습니다.
동호인이 이렇게 발걸음을 한 것도 4년 만이고 하다 보니 제진역 답사는 피곤했지만 재미있었습니다. 개인적으로 생각하고 있는 바도 있어서 제진역에 앞으로 다시 가고 싶은 생각도 듭니다. 다만, 전 이렇게 생각할지 몰라도 지금처럼 접근이 쉽지 않다면 도대체 제진역은 언제쯤 또 다른 철도동호인의 발걸음을 맞을까 하는 생각도 제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습니다.
제진역이 다시 가만히 녹만 스는 처지를 벗어나기 위해서는 최소한 금강산 관광이라도 다시 시작되어야 할 것 같습니다. 남북관계에 대한 어떠한 기대도 하기 어려운 작금의 현실에서 그나마 금강산 관광만이라도 빨리 재개되기를 빌어 봅니다.
동해선도로남북출입사무소는 '사람 동선'과 '화물 동선'이 따로 있습니다. 사람 동선으로 북쪽으로 갔다가 유턴해서 화물 동선으로 가는 길을 택한 겁니다. [본문으로]
금강산관광마저 박왕자 씨 피격사건으로 인해서 파탄이 난 지가 벌써 몇 년인가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