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12월 21일 경춘선 개통 이후, 경춘선의 상황은 그야말로 카오스였습니다.
경춘선 전동차 배차는 평시에 20분인데, 경춘선 개통 때문에 몰려든 무임표 어르신들과 등산객 들이 몰리는 바람에 아직도 경춘선은 연일 혼잡합니다. 주중에는 하루 날 잡아서 춘천 방문하고 닭갈비 한번 먹고 돌아오겠다는 어르신들이 많고, 주말에는 대부분의 승객들이 춘천 인근의 산에 오르고자 하는 등산객들이었습니다. 덕택에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에서는 비상이 걸렸습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수도권동부본부에서는 매주 주말마다 계속 경춘선 권역에서 영업팀 사무실 직원들에다가 인접 역인 망우역 직원들까지 총출동시켜서 여객안내 활동을 전개하고 있습니다.
촬영일 2010. 12. 21.
촬영일 2010. 12. 21.
심지어는 고객대표로 있는 저한테도 '나와서 좀 도와주세요' 하고 연락이 오는 바람에, 저는 최근 1주일 동안 4일간 나와서 상봉역, 춘천역 등지에서 여객안내 업무를 했습니다. 지난주 일요일(1월 2일)에는 상봉역에서 09시부터 14시까지, 14시 급행으로 이동한 다음에는 춘천에서 15시부터 19시까지 일했습니다. 하지만 그날 춘천에서 인파에, 그리고 얌체승객에 질리는 바람에 (......) 그 이후에는 상봉역에만 나가서 일을 했네요. 승강장 무전기 잡고 열차진입 안내방송하고, 열차 탑승 안내방송하고, 고객 응대하고, 종착열차 얌체승객 끌어내고. 생각해 보니 참 별 일 다 했습니다.
사실 지금 저는 '필드 없는 연구는 없다'라는 입장을 가지고 있습니다. 아무리 탁상 위에서 연구하면 뭐하나요. 실제로 현장에서 느끼는 것을 제대로 공유하지 못하면 연구 결과도 이상해질 따름이니까요. 그래서 이번 글에서는 상봉역에 나가서 느낀 점을 좀 적어 볼까 합니다. 몇몇 커뮤니티를 살펴보니 절 본 분도 있는 듯하던데-_-;;; 전 정말 열심히 일했다고요! (.....)
여튼, 짧게나마 후기를 좀 공유해 볼까 합니다.
혼잡 앞에 사진들을 보면 아시겠지만, 정말로 혼잡합니다. 평일에는 거의 어르신들(...)이고요, 주말에는 오전 12시 정도까지 경춘선 상봉역은 물론이거니와 환승통로 가운데, 심지어는 7호선 승강장마저도 등산객 라운지가 되어 버립니다. 거기에다가 MT가는 학생들 섞이고, 또 레저스포츠를 즐기러 가는 승객들 섞이고 이래버리면... 경춘선의 혼잡도는 정말 답이 안 나오는 수준입니다. 실제로 10시대의 열차는 거의 '가축수송'이나 다름없는 상황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렇게 타고도 꾸역꾸역 또 탑니다. 중간에서 탈 사람들은 어쩌라고 (........)
문제는 이 승객들이 거의 회전이 안 된다는 겁니다. 거의 다 상봉-춘천 승객입니다(!) 이렇게 되면 중간역에서 불만이 봇물처럼 터져나오겠지요... 쩝...
부족한 동선안내 전체적으로 동선 안내가 부족합니다. 상봉역에서는 아예 오인하차를 하는 승객들도 많았습니다. 덕택에 상봉역 개찰구에서 근무할 때는 아예 내리려는 승객들 일일이 붙잡아서 '경춘선 타십니까 나가십니까' 하고 물어봐야 했을 정도였습니다. 경춘선이 '수도권 전철'에 편입되었다는 사실을 제대로 모르는 사람들 때문인데, 다들 '표 새로 끊어야 하는거 아니냐' 뭐 이렇게 나오더군요. 하하. 이거 뭐라고 해야 하나;;;
게다가 경춘선에서 나오는 사람들에게도 동선안내가 별로 좋지를 못합니다. 중앙선으로 가려면 어떻게 가야 하느냐, 또 7호선으로 가려면 어떻게 해야 하느냐... 이거 아무래도 안내표지를 보강하지 않고서는 아무것도 안 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의 안내표지를 가지고는 사람들이 동선 따라서 찾아가다가 헷갈릴 우려가 굉장히 큽니다. 지금이야 안내요원이 좀 배치되니까 커버가 되지...
환승시각표의 불합리
중앙선과 환승되는 시각표도 좀 좋지 않습니다. 중앙선이 15분 배차이고 경춘선이 20분 배차입니다만, 경춘선 열차가 출발할 타이밍 근처에 중앙선 열차가 도착하는 경우가 잦습니다. 그러다 보니 중앙선 열차에 있던 승객들이 경춘선 쪽으로 우르르 뛰어오지요. 이걸 보아하니 역 내에서 안전사고를 일으킬 우려도 있어 보입니다.
아무래도 중앙선에 맞춰서 경춘선의 시각표를 좀 조정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듭니다. 중앙선을 한번 조정하자니 자칫하면 일반열차는 물론이고 연계되는 모든 노선의 열차시각표를 조정해야 할 수도 있거든요. 그런의미에서 그나마 손대기 쉬운 노선은 경춘선입니다. 00 20 40이라는 '잘 외워지는' 시각표를 포기하고서라도 환승연계는 해 볼만한 가치가 있습니다. 특히나 지금같이 상봉-춘천이라는 반쪽짜리 운행패턴을 가지고 있다면 더더욱.
질서따윈 개나 줘버려? 정말 질서가 지켜지질 않습니다. 현재 상봉역에서 열차 타는 곳은 5번 승강장입니다. 그런데... 4번 승강장으로 들어오는 열차에 사람들이 막무가내로 탑니다! 몇몇 분들은 이럽니다. "아니 이거 어차피 돌아서 반대편으로 나오잖아?" "지금 춘천 달고 온거 아냐?" 아무리 제지를 해도 막무가내입니다. 어찌 되었건, 청소는 해야 합니다. 그리고 반대편 5번 승강장에서 줄을 서서 기다리는 승객들은 도대체 뭐가 된다는 말입니까?
춘천역은 더합니다. 아예 승차 플랫폼과 하차 플랫폼이 분리되어 있는 구조인데, 역시 하차 플랫폼에서 인상선으로 들어간다는 점을 악용해서 어르신 분들이 아예 하차 플랫폼 쪽으로 내려가더군요? 가라고 해도 꿈쩍도 안 합니다. 게다가 술이 좀 들어간 상태에서 어르신 한 분이 하는 말씀이 가관입니다. "내가 내 맘대로 하는데 니가 무슨 상관이야?"(.............) 그래서 역무실 관제측과 이야기해서 열차를 한번 4번 플랫폼으로 착선변경을 시켰더니, 이번엔 승차 플랫폼의 동선이 엄청나게 꼬여 버리는 사태가 벌어졌습니다. -_-;;;
완행을 추월하지 않는 급행, 하지만 급행에 대한 집착
경춘선에서 급행열차는 거의 매 시 정각에 운행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급행열차가 완행열차를 추월하지 않습니다. 급행열차는 63분, 그리고 완행열차는 80분. 아무리 해도 배차간격인 20분에 미치지를 못하고 있지요? 그나마 급행열차가 완행열차를 추월하는 경우는 아침 출근시간대 상행에 한해서 '딱 2회' 있습니다.
하지만 사람들이 급행열차를 정말 좋아합니다. 급행열차 시간대만 되면 평상시보다 사람들이 더 몰립니다. 아무리 그 전 완행열차에서 "뒤에 가는 급행열차보다 춘천에 먼저 도착합니다"라고 방송해도 꿋꿋이 기다리는 사람들 참 많더랍니다.
한편 급행 비정차역은...
급행을 놓쳐서 기다리는 승객들 중 사릉, 금곡역 인근에 거주하시는 분들의 경우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더군요. 사릉의 경우 퇴계원에서 내려서 버스 이용, 금곡의 경우 평내호평에서 내려서 버스 이용을 권해드리고 있기는 합니다만, 그러느니 20분 더 기다리겠다는 사람들이 더 많습니다. 실제로 사릉 같은 경우에는 진접, 오남리 등에서 버스 접속지가 거의 그쪽이라 승객수요가 적잖은 수준 같기는 합니다만... 그래도 그렇지;; 특히나 급행이 완행을 추월하지 않는 '비추월 급행'이라서 사람들의 불만이 적지 않은 것 같습니다.
빠른 대책마련을 기원하면서... 솔직히 이제는 무임권 문제도 사회 문제화될 것 같은 느낌이고, 또 여기에서 나온 수많은 미비점도 당장 수정되지 않으면 경춘선의 운행을 앞으로도 많이 어렵게 할 상황 같습니다. 안그래도 모든 역에 직원이 배치되고, 난방이나 전광판 등도 챙겨야 하는 등 노선의 운영비 등은 몇 곱절로 뛰었다고 하는데, 운임은 도리어 절반 가까이 떨어져서 코레일 수도권동부본부 측의 고충도 만만찮은 것 같습니다.
경춘선이 지금의 혼란을 딛고 빨리 안정화되기를 기원하는 바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