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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책평가

DIA 관련 잡설 1 - KTX 영등포 정차?!

2010년 1월 10일. 안개.

 

경북 성주로 과 후배 면회를 갈 일이 있어서 아침 일찍부터 집을 나섰습니다. 영등포에서 07시 53분에 출발하는 새마을호 제 1053열차를 끊어 놓아서 서두르지 않을 수 없었던 거죠. 07시에 집을 나서서 07시 50분쯤 도착했으니, 이쯤되면 ‘아슬아슬하게 세이프’라는 말이 대충 어울리지 않을까... 싶은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이미 승강장에 들어와 있어야 하는 새마을호 열차가 어째 없습니다. 승강장에 대기중이거나 할 줄 알고 좀 급하게 내려갔더니만... 아예 승강장에 들어와 있지도 않더군요.
원래 새마을호 열차의 출발예정시각인 07시 53분에 승강장에 나타난 것은 KTX 43호기(서울발 부산행 제111열차. 서울역 07:45 출발)였습니다. 서울역에서 아예 KTX를 먼저 출발시킨 것이지요. 덕택에 새마을호의 도착이 8분 지연되었습니다-_-;;;
바로 옆 9번 승강장에 떠 있던 “광주행 무궁화호 07시 58분”(제1423열차)이 무색하더군요. 저는 새마을호를 타고 내려가고 있기 때문에 뭐라고 말하기는 힘듭니다만, 분명 지연되었겠다 생각했습니다. 집에 가서 보니까는 도착지연 4분에 출발지연은 13분... 또다시 KTX 열차를 선행통과시켰었나 보군요-_-;;
이미 ‘5분’만 해도 현재 코레일에서 규정하고 있는 열차운행 지연시간을 이미 넘는 수치인데, 이런 사태까지 벌어질 줄이야. 사실 이 사태는 1월 10일 하루에 국한된 것이기는 했습니다만(글을 쓰는 지금 조회해 보니 1월 8일부터 1월 13일까지 중 딱 하루만 문제가 생겨 있네요), 열차운용상의 고질적인 문제들을 내포하고 있습니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요? 사실 생각보다 이유는 단순합니다.
철도동호인 사회에서 잘 알려진 류기윤 기관사님[각주:1]도 일전에 KTX 영등포정차를 주장하면서 이 이유를 말한 적이 있었습니다.
류기윤 2005-10-26 : "KTX영등포역 정차에 관하여" http://blog.naver.com/gt36cw/100018793165
류기윤 2005-11-10 : "KTX영등포역 정차에 관하여 2" http://blog.naver.com/gt36cw/100019333015
바로 "정차 패턴의 차이"로 인한 선로 운용상의 이유이지요.
KTX 개통 이전에는 영등포를 통과하는 새마을호가 있어도 별로 문제가 되지 않았습니다. 영등포역을 통과한다고 해 봐야 열차 수가 극소수였기 때문입니다. KTX 개통 이후에는 상황이 달라졌습니다. KTX는 전 열차가 영등포를 통과합니다. 대신 일반열차들은 전 열차가 영등포에 정차하는 상황입니다. 무궁화와 새마을 간에도 대피가 일어나고, 무궁화-KTX 혹은 새마을-KTX의 상호간 대피 풍경도 심심찮게 목격되는 곳이 바로 영등포지요.
일단 KTX가 들어오게 되면 (경복호를 제외한) 모든 열차들은 열차통행 우선순위 서열에 따라 KTX에 자리를 비켜 줘야 합니다. 그러다 보니 영등포에서 처리할 수 있는 열차의 용량이 KTX 개통 이전에 비하여 되레 줄어들고 만 것입니다. 그러니 DIA 운용상의 이유로 KTX를 영등포역에 정차시켜야 한다는 견해가 등장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문제가 꼭 그리 간단하지는 않습니다.
국토해양부(구 건설교통부)에서 KTX 서울권 시종착역을 구상하면서 전략적으로 광명역을 만들어 두었기 때문이지요. 약 70%의 KTX 열차가 정차하고, 경부선과 호남선 KTX 열차를 모두 이용할 수 있는 역이라는 점에서 광명역은 높은 편의성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런데 광명역과 영등포역은 불과 ...km 거리에 있습니다. 기존선과 신선이라는 차이점이 있기는 하지만, 그래도 이 정도의 거리면 둘 다 정차시키기는 상당히 껄끄럽습니다.
국토해양부가 보기에는 광명역과 거리가 비슷한데다 성격도 비슷한 영등포역에 정차하게 될 경우 광명역을 만들어 둔 의의가 반감되리라고 생각하는 모양입니다. 이철 전 사장 때는 한국철도공사에서 어떻게든 영등포역에 KTX를 정차시키려고 노력했던 모양이지만, 영등포역 정차 이야기가 나오던 때와는 달리 지금은 허허벌판이던 광명역에도 연계교통을 통한 자체 수요가 상당부분 증가한데다, 한국철도공사는 국토해양부에 종속될 수밖에 없는 공기업의 위치입니다. 그러다 보니 공사 입장에서도 어찌하기는 힘든 것이지요.
그 때문에 영등포역은 상행 KTX가 지연되어 서울역까지 갈 경우 경인선 열차와의 연계가 안 될 때, 혹은 관광열차가 운행될 때[각주:2] 정도밖에는 정차하지 않습니다.

 

정말 이 문제는 도저히 어찌하기가 힘든 문제 같습니다.
그래서 전 블로그라는 공간을 통해 물어보고자 합니다. 여러분들의 생각은 어떠신가요?

 

ps. 결론적으로 전 이 문제에 관한 한 '중립'이라는 이야길 하고 싶은 겁니다... ㅠㅠ 어디에다가 가중치를 두어야 할지 도저히 모르겠어요.

 

  1. 실명까지 널리 알려진 분이기에 실명으로 기재합니다. 문제가 있다면 댓굴로 알려주세요! [본문으로]
  2. 일전에 내장산 단풍축제가 있었을 때 영등포에 정차하는 KTX 임시열차가 운행되어 동호인들에게 구경거리를 제공한 적이 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