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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책평가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 왜 '까야' 하는가?

※ 이미 디씨인사이드 철도 갤러리에 올린 글이 있기 때문에, 이 글은 그것을 바탕으로 하여 썼습니다.
※ 한번쯤 논쟁해 봐야 할 만한 주제라 생각합니다. 거침없는 트랙백을 권장합니다!
※ 부족한 사진 자료는 차차 사진촬영 등을 통해 채워 나갈 예정입니다.

최근 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이 연임에 성공했다.
서울신문 2008-09-03 : [Metro] 서울도시철도 음성직 사장 연임
사실 이런 사태는 동호인 사회 일각에서는 충분히 예상되고 있던 문제였다. 다만 디씨인사이드 철도 갤러리 등 몇몇 곳에서는 워낙에 경영을 '막장'으로 한 사장이 또 다시 연임되겠는가 하는 분위기가 대세였다. 결국 철도 갤러리는 음성직 연임 기사를 접하고 나서 충격에 휩싸였다-_-...[각주:1]
제목에서 볼 수 있듯이 이 글은 음성직 사장이 이끄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경영 실책을 비추어 봄으로서 음성직 사장에 대해 왜 쓴소리를 해야만 하는가에 대해 주장하는 글이다. 이 때문에 이 글에서는 서울도시철도공사 음성직 사장에 대한 '비난'을 전개해 볼까 한다.

음성직 사장의 서울도시철도공사를 비판하는 데 자주 쓰이는 비판점으로는 무분별한 절전 시도(승강장 조명 절반 끄기, 그리고 에스컬레이터 가동 중단), 2008년 4월 14일 실시된 매표소 무인화, 그리고 일명 "방학 시간표"로 대표되는 배차 간격 문제 등이 존재한다.

일단 절전에 관련한 문제부터 짚고 넘어가자. 사실 승객들이 불필요한 에너지를 절약하려는 절전 시도에 대해서는 그리 크게 할 말이 없다. 환승통로에서 사람들이 잘 안 가는 곳, 승객들의 승하차 영역이 아닌 승강장 구석의 경우는 전등을 다 밝혀 굳이 밝게 해 둘 필요가 없다. 또, 서울메트로 상왕십리역 수준의 조도[각주:2]를 보여주는 곳도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에는 단 한 역도 없다. 하지만 정말 문제인 부분이 곳곳에 존재하고 있다.

2007년 11월 24일, 517편성 5017호. 반사된 이미지에서 볼 수 있듯이, 출입문 바로 위에 '절전' 딱지를 붙여놓은 모습.



머니투데이 2007-02-13 : 도시철도공사, 피크전력제로 132억원 절감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피크전력제'를 사용하여 연간 132억원을 절감하는 성과를 거두었다고 기록되어 있다. 그렇다. 성과라면 성과다. 하지만 전력피크제의 내용을 뜯어보게 되면 이것을 성과라고 말해야 할지 의심스러울 정도의 내용이 나오게 된다.

이 기사(머니투데이 2007-02-13) 중에 이런 내용이 있다.
...가장 주목할 부분은 피크전력 관리시스템. 공사는 전동차 기동시의 전력 메커니즘을 분석해 구축된 24시간 피크전력 경보시스템을 도입했다. 실시간으로 전력량을 체크하다가 전력량이 피크를 초과 할 것으로 예측되면 자동으로 환기 및 냉방 설비가 10분간 절전하고 경보를 울려 각 역사, 분소, 차량 기지 등 공사 여러 곳에서 전기를 절약하는 것이다. ...

전력을 절약하는 시스템까지는 좋은데, 기사를 보니 자동으로 "환기 및 냉방 설비를 10분간 절전"한다는 내용이 있다. 또, 이 기사에는 나와 있지 않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실제로 여름에 전동차를 운영하면서 통로문을 닫을 수 없게 해 놓았던 적도 있다. 열차가 다니면서 받아들이는 자연풍을 활용하여 객실 냉방과 에너지 절약을 동시에 달성하려는 의도에서였다. 하지만 발암물질인 라돈이 기준치 이상으로 검출되는 등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의 터널 내의 공기질이 그리 좋지 못한 상황이라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뉴시스 2007-10-01 : 에너지 절약 빌미 지하철역 환풍기 가동시간 단축
뉴시스 2007-10-07 : 라돈 검출 지하철역 환기설비 가동 단축
경영 측면에서 전력 절약은 영업수지 개선에 유리한 요소이지만, 승객들은 지하철 운영 회사의 전력 절약, 운영비 절감을 빌미로 건강을 희생당해야 한다. 자. 여기까지 와서 질문. 운영비 절감이 중요한가, 승객의 건강이 중요한가?

또, 각 역사·분소·차량기지 등지에서 경보를 울려 전기를 절약한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도 상당한 문제로 비쳐진다. 서울도시철도공사가 운영하는 많은 역들은 서울메트로가 운영하는 1기 지하철(1~4호선)보다 더 깊은 곳에 위치하고 있고, 또 1기 지하철 구간과의 환승 통로는 1기 지하철끼리의 경우에 비해 현저히 긴 편이다. 그 때문인지 많은 서울도시철도공사 운영 역사들에는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가 설치되어 있는 경우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서울도시철도공사 운영 역들의 에스컬레이터와 무빙워크들에는 2기 지하철 개통 초창기의 역들 몇몇을 제외하고는 대부분 센서가 설치되어 있어, 오가는 사람에 따라 자동으로 운영이 조절된다.
그렇지만 음사장의 생각에는 그것으로 모자랐던 모양이다. 에너지 절약 차원이라는 명분으로 에스컬레이터나 무빙워크를 아예 꺼 놓는 곳까지 생기게 된 것을 보니 말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고속터미널, 동대문운동장 등 유동인구가 순간적으로 폭발적인 수준으로 올라갈 수 있는 역에서까지 에스컬레이터 끄기를 자행하고 있고, 평상시에 환승객이 많고 이동거리가 긴 편인 신당·삼각지 등지에서 무빙워크를 끄고 있는데, 이럴 경우 승객의 불편이 어느 수준인지는 짐작하고 있는 것일까.
애초에 에너지 절약형 설계를 했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강하게 드는 것은 어쩔 수 없는 모양이다.
문화일보 2007-12-18 : <여론마당>공공기관 절전 이유로 조명 끄는 것은 일회성 효과뿐

절전과 연계된 또 하나의 문제. 바로 배차 간격 문제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초중고생들의 방학이 있을 때마다 에너지 절약을 명분으로 열차시각표를 새로 발표해 배차 간격을 늘렸다가 방학이 끝나면 다시 줄이는 일을 몇 년째 반복해 오고 있다.[각주:3]
서울신문 2006-02-10 : 지하철 축소운행 '슬쩍'
뉴시스 2008-07-15 : 서울지하철 5~8호선, 낮 운행횟수 감축
하지만 출퇴근 시간대에 지하철을 이용하는 대표적인 사람들이 남아 있다. 바로 회사원들이다. 그들에게 방학 같은 것은 존재하지 않는다. 회사원들은 매일 같은 시간에 나가지만, 배차 간격의 문제로 인해 콩나물 시루가 된 열차에 탑승하는 상황에 처하게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서울도시철도공사는 "학생들의 방학으로 인해 수요가 줄었는데 그에 탄력적으로 대처해야 하지 않겠냐"며 그들의 행동을 정당화한다.
서울도시철도공사 최고의 배차 간격을 자랑하는[각주:4] 구간인 강동 - 상일동/마천 구간의 경우를 생각해 보면 서울도시철도공사 관계자의 발언은 그저 우스운 소리일 뿐이다. 이 구간의 경우 5호선 본선(방화 - 강동)의 배차가 상일동 마천 각 1:1로 분산되기 때문에 배차 간격이 본선 구간의 2배가 된다. 실제로 이번 '방학 시각표'에서는 5호선 구간의 배차가 NH(Normal Hour) 6분에서 7분으로 늘어났는데, 상일동/마천 쪽에서 열차를 탑승할 때의 배차 간격은 그 2배, "14분"이 된다.
"14분"이라는 수치는 이미 서울지하철 2호선의 성수 ↔ 신설동, 신도림 ↔ 까치산의 각 지선 배차 수준을 넘는 것이며, 광역철도인 중앙선의 배차 간격 수준에 근접한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지하철이 경쟁력을 가질 수 있겠는가? 덕택에 강동/송파 지역에서는 배차 간격 등의 이유로 버스의 영향력이 조금 더 우세하다. 이런 상황이 계속될 경우 승객들은 더욱더 지하철을 외면하게 될 거고, 이는 또 운행 편성 감축으로 이어지며, 그것이 무한 반복되어 영업 수지가 지속적으로 악화되는 악순환에 빠질 수도 있다.

그리고 무인 매표 문제. 이것도 정말 심각한 문제 중에 하나이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년 4월 14일부터 '자동매표'를 실시하였다.

서울도시철도공사는 2008년 4월 14일부터 무인 매표제를 시행하였다. 하지만 무인 매표제 실시로 인해서 남게 된 인력들은 안내문의 설명처럼 역사 내 안전 관리 등에 투입되지는 않았다. 그렇게 매표 업무를 보지 않게 된 역무원들은 그냥 역무실 안에 있거나, 감축되었다. 일례로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에서 유동 인구가 상당히 많은 건대입구역의 경우, 밤 10시 이후 안전관리 인력은 단 1명에 불과하다. 덕택에 시민들의 불만은 날로 커지고 있다. 이렇게 시민들의 불만을 사고 있지만, 무인 매표제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도 아니다.
스포츠서울 2008-05-19 : 도시철도 준비없는 '무인매표소' 시민불만
경향신문 2008-04-14 : 서울도시철도公, 10시 이후 지하철 안전 '나몰라라'
주간동아 2008-07-04 : 지하철 무인매표시스템 득보다 실

한국철도공사 구간의 구로역과 비교해 보면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문제는 분명해진다. 한국철도공사 구간도 무인매표제 등을 실시하면서 시민들, 특히 장애인들의 불편과 불만을 사고 있기는 하다.
연합뉴스 2008-08-08 : 전철역 매표자동화에 장애인들만 '골탕'
그 구간에서는 무인매표제로 인해 불편해질지도 모르는 중요한 업무들을 모두 무인매표기에 반영시켜 놓았다. 교통카드 충전기의 경우 정기권 카드까지 충전할 수 있도록 모든 준비가 되어 있으며, 거스름돈이 나오지 않는 등의 이유 떄문에 지폐 교환기도 설치되어 있다.

한국철도공사 구로역. 매표소가 닫힌 자리에 우대권 발급기와 정기권 충전이 가능한 교통카드 충전기 등이 자리잡고 있다.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의 경우 무인 매표에 수반되는 잔돈교환기 등의 편의시설들이 거의 준비되어 있지 않다.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역사 내에 세븐일레븐 등의 편의점이 있기는 하지만, 매표·개표시설과 층수 차이가 나기도 하는 등 잔돈이 없거나 할 경우 시민들의 불편이 필연적으로 따르게 된다.

운영주체의 수익에 결정적 영향을 끼치는 무임권 발권의 문제를 보면, 왜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무인화가 문제인지 확연히 드러난다. 한국철도공사 구간에는 신분증 인식을 통한 무임권 발매기가 준비되어 있다. 서울메트로의 경우 아직 무인매표를 실시하고 있지 않기 때문에 이 부분에서는 큰 문제가 벌어지지 않는다.
하지만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의 경우 무임권을 매표구 위치에 쌓아 놓아 두어서, 무임권이 필요한 사람들이 무임권을 그냥 가져가도록 되어 있다. 게다가, 그 자리에 CCTV도 구비되어 있지 않아, 무자격자가 무임권을 가져가기 쉬운 환경이 조성되어 있다. (필자도 그런 충동을 느낀 적이 몇 번 있을 정도였다.)

2008년 8월 15일 내방역. 군자역의 경우 무인매표가 시작된 후 한 달 가량은 아예 매표실과는 약간 떨어진 위치에 무임권을 통으로 쌓아 두고 방치할 정도였는데, 그것보다는 조금 정도가 약한 모습이다.


또, 어린이용 표가 역무원의 확인 없이 발권되는 곳도 한국철도공사 구간에서 무인매표제가 실시되기 전까지는 서울도시철도공사 구간 이외에는 없었을 정도였다.
DCinside 철도 갤러리 icekun 2008-09-29 : 음막장은 철도계에서도 공인됐군요...

이것이 어느 정도이면 서울메트로에서도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이러한 행태를 언급하겠는가.


서울도시철도공사의 음성직 사장은 학자로서는 성공한 사람일지는 모른다. 그렇지만 그는 경영상으로는 적자를 낼지라도 공공성을 우선시해야 하는 공기업의 책무를 저버렸다. 음성직 사장은 인력 감축과 경영 효율화를 빌미로 공기업의 수익성을 악화시키고 시민들의 불만을 증대시키고 말았다. 사기업처럼 공기업을 운영하려 하였으나, 도리어 수익성을 악화시킨 "0점짜리 CEO"인 것이다.
이제까지의 실패를 거울삼아 다시는 똑같은 실패를 저지르지 않으려면, 음성직 사장은 배우고 연구한 대로 경영을 실천해야 할 것이다. 계속 이러한 경영 실책이 계속되게 된다면, 이제는 서울도시철도공사의 노조원들 뿐만 아니라 시민들마저도 음성직 사장을 거부하는 목소리를 낼지도 모른다.

  1. 사실 충격이라는 말 자체를 사용하는 것이 우스워 보이기도 한다. 승객 입장에서는 이상한 짓을 많이 했지만 경영 입장에서는 도시철도공사에서 손실을 줄이려고 애를 많이 쓴 것이 자료로 보이고, 한 차례의 연임이 가능한데 경영 잘한 사람을 연임시켜주지 않을 이사진이 누가 있을까. [본문으로]
  2. 서울지하철에서 가장 어두운 역으로 알려져 있다. [본문으로]
  3. 서울도시철도공사 노동조합이 주장하는 바로는, 실제로 배차 간격 조정을 통한 전동차 운행 횟수 감축으로 얻어지는 에너지 절약 효과는 미미하다고 한다. 전동차 한 편성이 1왕복하는 데 드는 전기비가 11만원 정도라고 하는데, 인터넷에서 출처를 찾지 못해 이 정도로 게시한다. (혹시라도 인터넷에 공개된 자료 출처를 알고 있는 분들이라면 제보를) [본문으로]
  4. '차량기지'라는 특수한 요인을 가진 장암역의 경우는 여기에서 제외한다. 장암역의 배차간격은 대체로 15분 정도이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