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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책평가

2005년 8월 5일, 청주에서의 상념들 - 오송, 과연 옳은 것인가?

2005년, 제가 오송 분기역 사태에 관련된 글을 올렸던 블로그에도 이 사진들은 올라와 있습니다.
하지만 이 사진들을 저는 오늘 다시 들추고 생각해 볼까 합니다.
지금부터 쓰는 문구는 오로지 제 생각일 뿐이며, 여기에 대한 논의는 열어 두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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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6월 30일에 이루어진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선정.
오송분기역 확정을 그렇게도 기뻐하는 한나라당 충청북도당과 충청북도. 그리고 열린우리당.
이 과정에는 당이 따로 없었다. 오로지 자기 지역의 발전만을 신경쓰던 그들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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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날 나는 항상 붐비는 가경동 버스터미널을 보았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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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객열차라는 모든 여객열차는 통과하고 화물열차나 정차하는
역무원 3명만이 상주하던 텅 빈 오송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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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진천에서 와서 승객들을 실어 날랐지만 종점인 청주역엔 승객이 3명뿐이었던
새차냄새가 물씬 나던 646번 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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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열차 출발 25분 전임에도 승객 하나 없고, 맞이방 내에도 10명 남짓한 승객만이 있던
그런 청주역을 기억한다.

오송을 지지하던 사람들은 분명 오송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대세라고들 말할 것이다. 하지만 필자의 생각은 그렇지 않다. 지금 청주의 현실을 보면 철도에 관해서만큼은 그 무엇도 기대할 수가 없다.
버스전용차로, 그리고 경부고속도로와 중부고속도로의 교차점이라는 이득으로 인해 버스는 서울까지 씽씽 내달리고 있다. 그렇지만 1960년대 서울발 청주행 귀성열차까지 있을 정도로 수요가 풍부했던 충북선은 화물 수송을 위한 직·복선화, 그리고 청주시민들의 도심철도 이설 요구로 지금의 위치인 정봉동으로 옮겨갔다. 그 이후에는 수요가 급감해 버렸다. 청주시에 소재한 청주역과 오근장역의 연간 승하차 인구를 합쳐도 도시의 양상이 비슷한 전주역에는 훨씬 못 미친다. 물론, 조치원역이 청주 사람들의 버스 환승센터 비슷한 역할을 한다지만, 호남고속철 분기역 선정 당시 열차시각표에는 광주, 목포착발 호남선 새마을이 단 한 편도 서지 않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충청북도, 아니 청주의 일부 PIMFY론자들은, 고속철도역 건설과 분기역 설정으로 인해서 지역 발전이 올 수 있다고 맹신하였다. 그런 나머지 웃지 못할 일련의 사태들이 벌어졌다. 그들은 설계를 마치고 공사를 하려던 경부고속철도 터널 앞을 점거하여 경부고속철도 선로가 자기네 지역을 경유하도록 옮겨 버렸다. 또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지위에까지 욕심이 생긴 그들은 호남고속철도와는 아무런 관련도 없는 강원도와 경상도 쪽을 끌어들이고, 2004년의 호남고속철도 노선 공청회를 단상을 점거하며 훼방을 놓았으며, 천안아산역의 안전측선을 분기 선로라 주장하고, 또 분기역 선정 평가항목에 직접적으로 관련되지 않은 평가항목을 삽입[각주:1]하는 등의 노력으로 결국은 분기역을 오송으로 돌리는 데 성공한다.
호남고속철도 분기역 오송유치위원회(이하 오송유치위)로 대표되는 PIMFY 세력들의 노력들은 정말 징할 정도였다. 어떻게 15년 동안이나 지속적으로 분기역 유치라는 일념을 위해서 자기 지역의 객관적인 교통 사정도 바라보지 않고 이렇게까지 떼를 쓸 수 있단 말인가. 덕분에 대한민국에서는 또 떼를 쓰면 뭐든지 된다는, 하나의 잘못된 선례를 하나 더 남기고 말았고, 중간에 낀 충청도인들의 횡포[각주:2]로 인해 정작 호남고속철을 자주 이용해야 하는 호남 주민들은 또 다시 차별받고 피해를 받게 되었다.

객관적인 수치상으로도 오송은 대세라고 할 수 없다. 호남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공청회[각주:3]에서 나왔던 자료들은 이를 아주 잘 설명해주고 있다. 2002년 사업성 분석에서도, 2005년에 충북도 등의 요구로 다시 실시된 사업성 분석[각주:4]에서도 순위가 크게 다르진 않다. 2002년 사업성 분석에서 B/C는 천안아산 0.99, 오송 0.89, 대전 0.77이었고, R/C는 천안아산 0.96, 오송 0.99, 대전 1.03이었다. 2005년 사업성 분석에서는 B/C가 천안아산 0.71, 오송 0.53, 대전 0.58이었고, R/C는 천안아산 0.76, 오송 0.8, 대전 0.97이었다. 정말 이도 아니고 저도 아닌, 그렇지만 각 부문 1위에 비해 엄청나게 경쟁력이 떨어지던 오송을 분기역으로 "만들어 주었다"는 것 정도는 이 자료를 통해서 충분히 짐작할 수 있는 부분이다.

이쯤 되면 정말로 누구 말마따나, 오송은 시대를 거스를 수 없는 개새일 것이다.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지 알 수 없으나, 적어도 필자는 그렇게 생각하고, 그 생각은 지금까지 변하지 않았다.
혹시 모른다. 정부 주도의 개발이 제대로만 이루어진다면 바뀔지. 하지만 정부가 주도한 개발이 이제까지 제대로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았던 것 같다.

※ 오송 관련 글을 쓰지 않겠대놓고, 결국은 글을 쓰고야 말았다.
하지만, 이렇게라도 글을 남기지 않는다면 사람들은 어찌 오송분기역의 배경을 기억하겠는가.
  1. 실제로 "행정중심복합도시의 관문성", "충청권내에서의 접근성" 같은 호남고속철이란 이름에서는 상식 밖의 항목들이 분기역 선정 평가항목에 들어가 있었다. [본문으로]
  2. 실제로 청사모(청주·청원을 사랑하는 모임)에서 만든 오송유치위 홈페이지에서는 "호남고속철"을 "중부고속철" 혹은 "중부호남고속철"로 개명하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본문으로]
  3. 참고자료 : 건설교통부·국토연구원 편, 2005. 12. 22, 「호남고속철도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공청회」유인물 [본문으로]
  4. 분기역-익산 건설대안을 기준으로 하였고, 또 정부보조율은 45%라는 것이 기준이다. 여기 나오는 B/C(Benefit/Cost의 약자)와 R/C(Revenue/Cost의 약자)는 높을수록 좋다. 이 두 수치가 각각 1이 넘게 될 경우 비용보다 이득이 더 커 확실히 사업할 가치가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