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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멀리 떠날때/2007 Railro

Railro Project 2007 : Day 6 (20070809)

Day 6

S29. #1601 (청량리 07:00 → 안동 12:12) \12,200 / 255.1km
06시에 일어났다. 일어나서 씻고 옷 입고 짐 정리하고 바로 왕십리에서 전철로 한 역 거리인 청량리역에 갔다. 아침을 먹지 못한지라 토스트를 하나 사고 열차에 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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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행 열차. 일명 ‘통궁호’이다. -_-;;

열차는 완행이다. 그저 완행이다. 사실 6월 1일 시각표 개정으로 정차역이 많이 줄어 버린 완행이기는 하지만. 완행이라 어르신 분들의 승차가 많을 줄 알았는데 너무 이른 시각이라서 그랬던 걸까. 열차를 타기 직전에 안동까지 전체 구간의 잔여석을 조회해 봤는데, 260석이 넘는다. (열차가 5량이다. 고로 좌석 물량은 총 360석.) 뭐야. 이거 너무 널럴하잖아. 실제로 열차에 들어가서도 2호차와 3호차 쪽에나 승객이 많지, 그 다음 차들은 승객이 그리 많지 않다. 에라이. 청량리 말고는 탈 데 없다 싶어 좌석을 아예 돌리고 다리를 쭉 뻗었다. 만약 좌석이 다 찼다고 하더라도 양평이나, 멀리 가 봐야 원주쯤에서 자리가 다 빠지게 되는 중앙선의 특성을 고려한 선택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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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찍은 팔당 댐의 사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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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덕역(양평 다음 역)에서. 정말 승하차 승객이 거의 없다.

원주를 넘게 되니 좌석이 반도 차지 않게 되었다. 원주를 넘어가면 경치도 이제까지 왔던 중앙선 구간의 몇 배는 멋진 구간인데, 사람들은 느림의 미학보다는 빠르게 이동하는 것을 선호하는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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치악산, 그리고 중앙고속도로. 난 저런 풍경을 좋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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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형의 고저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의 하나인 루프터널이다. 중앙선에 두 곳 나온다. 한 곳은 금교-치악 사이, 또 한 곳은 단성-죽령 사이이다.

제천쯤 되니 엄청나게 배가 고프다. 어떤 승객은 나에게 “여기에 카트 안 다녀요?” 하고 물어보기까지도 한다. 중앙선 열차들에는 적은 수요로 인해 모든 열차들에 한국철도유통(간단히 말해서 ‘홍익회’) 사원이 탑승하지 않기 때문에 제천역에서 나와서 먹을 것을 사 오지 않는다면 안동까지 배고픔을 견디며 가야만 한다. 여기서 나가서 어묵을 사 들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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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먹자! 정말 이건 좀 딱딱한 편이기는 해도 돈값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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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양역 진입 전, 남한강 철교. 이 반대쪽 풍경이 참 멋있는데. 트러스가 안 나온 건 정말 운이 좋았다고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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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러스 구간이 끝나고 나서 반대편까지 찍었다.

죽령역에서 갑자기 기차가 멈춰 선다. 그 이후로는 희방사역까지 이유조차 말해주지 않고 열차는 계속 서행한다. 이유 좀 말해주면 어디 덧나나. 덕택에 희방사역에 13분 지연 도착. 이 지연은 영주까지 이어졌다. 한편, 풍기역에서부터는 타는 승객이 좀 많은 것 같았다. 배차가 좋은 22번 버스가 있으니 당연히 영주에서 내릴 사람들은 아니겠지. 예상대로 풍기 이후에서 탄 사람들은 다들 안동에서 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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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여튼, 소백산을 넘었다. 영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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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다가 셀프샷 하나. 사기급...이라고 생각할 수 있을 정도로 잘 나온 사진이다. 이렇게 잘 나오는 경우는 드문데.

영주를 지난 후 점점 지연을 회복하는 열차. (다이아가 널럴했던 건지, 아니면 엄청 속도를 내서 그랬던 건지는 잘 모르겠다.) 옹천역에는 5분, 안동역에는 결국 2분 지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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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은역 근처였던 것 같다. 사진 잘 나오지 않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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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에 도착했다. 4번, 부전 방향 플랫폼으로 도착했다!


S30. #1629 (안동 12:40 → 영천 14:10) \4,600 / 89.2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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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동역에서 우리는 또 다시 남으로 가야 한다. 하행 방향을 보고 찍었다.

열차가 ‘경주, 울산, 부전’ 방면인 4번 플랫폼으로 종착했던 것을 놀랍게 생각한 우리 둘. 하지만 진실은 곧 밝혀졌다. 청량리에서 안동으로 내려온 이 열차 그대로 부전까지 가는 것이었다! 안동에서 나의 착오로 점심 먹을 시간이 나지 않았던 고로, 잠시 동안 허기를 수습할 목적으로 메로나도 하나씩 사 들고 들어오고, 우리는 아까 앉았던 4호차의 그 자리를 다시 차지하고는 각자의 사진을 찍고 또 자기 할 일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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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열차 그대로... 하기야, 옛날의 그 유명했던 통일호 #1221의 맥을 잇는 열차이니.

이번에는 객차를 거의 전세 내는 수준이었다. 안동에서 4호차에는 우리 포함해 3명이 탔는데, 영천에 도착하기 전에 확인해 보니 승객은 겨우 5명이었다. 우리는 이 열차 안에서 부전 도착을 조금 더 빠르게 하기 위해서 여행 일정을 약간 변경하기로 했다. 원래 영천 → 동대구 → 포항 → 영천 → 부전이었는데, 영천 → 포항 → 동대구 / 대구 → 부전으로 일정을 변경시켜 버렸다. 이렇게 해 보니 부산에는 조금 빨리 들어오게 일정이 조정되었다. 하지만, 나중에 다시 열차시각표를 보니 포항을 찍고 와도 똑같은 시간에 부전에 갈 수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또, 만약 당초 계획대로 했을 경우 어땠을까 하는 후회가 되는 상황도 한 번 발생했으니.
서울과 춘천에 비가 엄청나게 온다는 문자를 받았을 때, 처음에는 여기에 비는 오지 않으리라 생각하고 있었다. 안동역 도착 전에 소나기가 잠시 내렸지만, 안동을 출발할 때 안동은 구름만 조금 많지 맑았기 때문이다. 이제 의성을 넘어 군위 아래로 내려오니 영주, 안동쯤에서 보던 주변 경치와는 확실히 다른 풍경이 펼쳐진다. 산은 그리 높지 않고, 너른 들판이 펼쳐진다. 하지만 그래도 밝은 상황에서 이런 풍경을 보는 것도 화본쯤부터 비가 점차로 내리기 시작했다. 아. 정말이지 비는 지겹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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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본-영천 사이에서. 풍경은 좋은데 비가 온다. 지겹다...


S31. 포항 찍고 대구로!
#1041 (영천 14:31 → 포항 15:38) \7,500 / 67.8km
#1756 (포항 16:05 → 동대구 17:49) \5,600 / 103.9km
앞의 열차는 영천에서 점심식사를 하고 탑승한 열차이다. 그런데... 아화역까지만 기억이 있고 그 다음에 바로 포항이었던 것을 생각해 보면 아화역을 지나자마자 무섭게 뻗어 버렸던 모양이다. 치요아범은 잠을 자지 않았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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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행 무궁화호. 어째 7000호대(일명 ‘봉고’)가 몰더라.

포항역에서 건전지를 사서 끼우고 무궁화에 다시 탑승. 하지만 이 열차에는 콘센트를 꽂을 만한 칸이 전혀 없었다. 4호차는 2x3 대수선(5일차 후기 참조. 이런 차량은 콘센트가 있어도 내가 타기 싫다.), 1, 2, 3호차는 전부 콘센트가 없었다. 그냥 카메라만 들고 노트북은 가방에 집어넣은 상태로 열차를 타고 갔다. 1호차에 타고 갔는데, 그렇게 오랜 구간 동안 차에서 전세내고 가는 일은 힘든 일일 것 같았다. 무려 포항에서 금장까지 우리 둘뿐이었다! 아까와는 반대로 치요아범이 잠을 자고, 내가 깨어 있는 상태로 사진을 찍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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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강-사방 쯤이었던가. 여기에서 보는 풍경도 참 멋있단 말이다.

우리가 영천에서 당초 일정대로 소화하지 않은 것을 후회한 이유. 상황은 이러했다. 지금 NDC(New Diesel Car)라고 불리는 무궁화호 동차는 내구연한이 거의 다 된 상태라 지금 한 편성만 남아서 동대구 ↔ 포항 간 무궁화호로 운행되고 있다. 그런데 우리가 탄 포항발 무궁화호가 건천을 통과할 때, 우리가 탄 열차를 비껴 가기 위해 대기하고 있던 그 열차를 보았다. 우리의 당초 계획 때 16시에 타게 되는 무궁화호 열차가 바로 NDC 동차가 다니던 무궁화호였던 것이다. 희귀한 열차를 결국은 놓쳐버린 셈이 되어서 결국 꽤 오랫동안 아쉬워했다.
어떻게 된 일인지, 포항역에 동대구발 통근열차가 늦게 들어오는 통에 열차는 5분 지연된 16시 10분에야 출발했다. 하지만 전체적으로 이 무궁화호는 무서운 속도로 주행했다. 덕택에 하양쯤 되니 이제는 조착하는 일이 벌어졌고, 최종적으로 동대구역에는 4분 조착했다. 그렇게 다이아가 널럴했던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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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에 도착했다. 사진 참 깨끗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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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는가, 지연 -04!


S32. 대구 시민구장에 가다
#1060 (동대구 17:59 → 대구 18:03) \7,500 / 3.2km
미쳤다 싶은가? 하지만 이건 ‘내일로 티켓’이기에 가능한 일이다.
원래 우리는 동대구에서 나온 이후에 지하철로 갈아타서 대구 시민구장에 가 보기로 했었다. 그런데, 전광판에 보이는 것 중 서울행 새마을 열차가 있는 것이 아닌가. 새마을, 무궁화는 대구역에 다 서기 때문에 지하철을 타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기 위해서 우리는 그 열차를 타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생각해 보니 새마을 열차를 타는 데 드는 비용은 7,500원... 서울에서도 고작 3.2km를 가는 데 7,500원을 낼 상황은 아주 드물다. 그런데도 우리는 어차피 내일로 티켓이니 지하철비가 굳는다는 생각을 가지고 이 열차를 타고 만 것이다. 그렇지만 우리는 8호차 통로에서 지하철 승객처럼 조용히 기다리다가 하차했다. 4분 앉겠다고 새마을 좌석을 차지할 수는 없는 노릇. 게다가 경부 본선에 막 진입한 서울행이니 자리도 제대로 남아 있지 않았으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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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역이다. 이건 뭐 뻘짓도 아니고...

대구 시민구장까지는 대구역에서 내려서 걸어갔다. 대구역에서 불과 10분 거리.대구역 북쪽(경북도청 방면)으로 나와서 왼쪽으로 이동, 거기서부터는 이정표도 잘 갖춰져 있으니 가기는 어렵지 않다. 하지만, 이 날 경기는 없었다. 경기 없는 날에는 구장을 열어 놓지 않기 때문에 그냥 바깥에서 사진만 몇 장 찍다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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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시민구장. 난 안에 들어가고 싶었다고요...

갈 때 좀 힘들어서 돌아올 때 택시를 탈까 하는 생각도 해 보았는데, 대구 구장에서 “지하철 대구역 700m”라고 쓰여져 있는 안내판을 보고서는 다시 그냥 걸어서 대구역으로 향했다.

S33. #1059 (대구 18:54 → 부전 21:55) \17,300 / 186.1km
이 차는 이제 경부 본선을 벗어나 울산을 거쳐 부전으로 가게 되는 열차이다. 그 때문인지 열차에 승객은 많이 줄어 있었다. 탑승 직전 대구-부전으로 좌석현황을 봤는데 96석이 남아 있었으니, 앉으면 그게 좌석인 거다. 영천을 지나고 보니 좌석은 반도 남아 있지 않다. 또 심하게 어두워져서 이제는 사진도 찍기가 뭐한 수준. 어디가 무슨 역인지 분간하는 것도 굉장히 힘든 상황이다. 옆에는 7번 국도가 지나고, 만약 낮에 보게 된다면 비가 오더라도 정말 볼만한 풍경이 펼쳐질 텐데. 내가 이 구간을 지금까지 세 번 탑승했는데, 전부 야간열차였다. 휴. 언제 낮에 이 구간을 탑승할 일이 있을지 모르겠다. 기회를 만들어서라도 오고 싶어질 정도로 어둠이 아쉽다. 물론 동해남부선의 백미는 송정-해운대 사이 달맞이 고개 밑이라고는 하지만, 이 사이에 지나는 풍경들도 좋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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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열차는 울산역에 도착했다. 내리는 사람이 더 많았지만, 타는 사람도 아주 적지는 않았다.

울산을 지나면서 석유화학 단지의 불빛들도 참으로 환상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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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산의 석유화학단지. 밤에 불빛을 보는 것만으로도 멋있다...

하지만 그래도 난 한번쯤 낮에 이 구간을 지나는 열차를 타 보고 싶다. 낮에 보는 산업도시 울산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경주에 있는 문화재들은 얼마나 많이 볼 수 있을까. 이러한 여러 가지 상념에 빠지다가 열차는 어느 새 송정, 해운대를 지나고, 종착역인 부전에는 3분 지연된 21시 58분에 도착했다. 샌드위치로 채웠던 배가 다시 꺼져서 우리는 분식집에서 떡볶이와 순대를 시켜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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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에서는 순대를 된장에 찍어 먹는다.

분식집에서 식사를 하면서 우리는 지금이 보통 잘 시간이기는 하지만 내일 아침 06시 13분에 구포에서 출발하는 차를 타야 하는 판이라는 것을 감안하여 결국 PC방 야간정액으로 밤을 새기로 결정하고 한 PC방에 들어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