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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멀리 떠날때/2007 Railro

Railro Project 2007 : Day 4 (20070807)

Day 4

S21. #1685 (영주 06:05 → 강릉 10:28) \9,900 / 193.6km
05시에 기상. 또 다시 샤워를 하고는 찜질방을 나와 역으로 갔다. 전날 내일로 패스를 이용해 대구에서 강릉으로 간다는 여학생 3명도 역에서 기다리고 있었다. 개표 안내방송이 나오고 영동선 열차가 기다리는 6번 플랫폼을 향해 갔는데... 에엣?! 2량짜리 열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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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어 봐라. 2량이다... 이렇게 짧은 조성도 운행은 한다.

이런 녀석은 정말이지 처음이었다. 예전에 영주역에서 영주발 태백선 경유 제천행을 보았을 때에는 그럴 만 하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강릉 가는 열차도 2량이라니.
여느 때처럼 맨 뒷 칸 맨 뒤에 자리를 잡으려고 갔는데, 이미 평상복 차림의 사람들이 자리를 잡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 차는 경북북부지사의 직원 통근용 열차로도 사용된다는 것을 잊고 있었다. 분명히 예전 코레일 사보에서 본 기억이 있는데 왜 잊고 있었을까. 노트북 배터리의 충전을 위해 노트북을 콘센트에 꽂고 우리는 객실 가운데쯤에 앉아서 사진을 찍었다. 아침 안개와 산 경치의 조화는 정말 장관이었다. 그렇지만 엄청나게 쏟아진 게릴라성 폭우의 여파였을까. 우리 옆을 지나는 하천들은 비가 오지 않는데도 흙탕물이 되어버린 모습을 우리에게 보여 주고 있었다.
영동선에는 암석을 피하기 위한 피암 구조물도 굉장히 많다. 하기야, 험준한 지형을 극복하면서 노선을 만들었기 때문에, 험준한 지형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영향을 최소화하기 위함이었을 것이다. (피암 구조물은 선로를 터널처럼 덮어 보호한 것이다. 낙석으로부터 선로를 보호하여 정상적으로 열차가 운행될 수 있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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흙탕물, 그리고 안개. 피암 구조물들도 보인다.

영주에서 보니 이 차는 삼척, 동해, 강릉 쪽으로 가서 해수욕장에 가려는 젊은 사람들이나 통근하려는 역무원을 제외하고는 승객이 거의 없었다. 철암까지 승객의 하차 모습은 많이 볼 수 있었으나, 승차하는 모습을 보기는 굉장히 드물었다. 괜히 2량 편성을 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너무 이른 아침의, 그것도 영주 방향이 아닌 태백, 강릉 방향의 열차였기 때문이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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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승객이 타기만 한 역. 양원역이다. 하기야, 주민들의 불편에 의한 청원으로 열차가 선 역사를 가지고 있으니까.

철암역 이후의 역에서는 승객들의 탑승이 조금은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하지만 승차와 하차 비율은 1:1 수준으로 보였다. (아. 강릉 간다던 여학생 셋은 철암을 출발하고 보니 내려 있더라.) 승객 유형의 물갈이가 이루어진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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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암역이다. 승하차 수요가 많기는 많다. 지금 이 승객들은 마주 오는 강릉발 동대구행 열차를 기다리고 있다.

스위치백을 넘어 도계를 지나니 이제는 승차가 더 많아지는 양상을 보인다. 이후에도 거의 같은 비율로 타고 내리는 사람들이 있다. 정동진에서 의외의 승차 수요가 있다. 그것을 감안해서 열차를 탑승하면 좋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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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위치백을 내려가는 과정이다. 맨 위에서부터 내려가는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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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역을 지나 펼쳐지는 ‘이젠 정말 바다다’란 생각이 드는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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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us Photo. 정동진역에서 본 ‘바다열차’. 내일로 티켓과는 전혀 관계없는 열차이다. 비싸기도 거리에 비해 엄청 비싸다-_-

열차는 철암까지는 전체적으로 계속 조착하는 경향이었다. 하지만 철암에서 마주 와야 하는 강릉발 동대구행 열차가 늦어지는 통에 철암에서는 5분 지연되어 출발했다. 5분 지연은 또 도계에서 해소되었지만, 동해에서 교행 열차가 늦어져 버려서 또 5분 지연. 강릉엔 그대로 5분 지연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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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차, 강릉역에 도착했다.

S22. #1638 (강릉 10:50 → 제천 14:42) \10,200 / 204.1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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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릉역이다!

강릉역에 나와서 봤더니, 김밥 파는 집이 보이질 않는다. 별 수 없이 빵과 음료수를 사서 강릉역으로 되돌아왔다. 강릉역은 물론 제천역에서도 대기 시간이 굉장히 짧은 판인데, 강릉에서 이렇게라도 사지 않으면 허기를 때우기가 굉장히 어렵기 때문이다. (차 안에서 도시락을 팔기는 하지만, 도시락의 가격에 대비해 도시락의 질이 좋지 않기 때문에, 이렇게 하는 것이 더 나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맨 뒷 칸 맨 뒷자리에서 열차를 탑승하고 가는데, 자리를 잡아 놓으니까는 바로 정동진에서 승객이 탑승해 버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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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정도면 말 다 한 것 같다.

좌석 표를 보여주고 나오라고 하니 어찌할 방도가 없다. 또 몇 시간짜리 근성 입석 생활을 해야 하는 판. 뭐 방법이 없지 않은가. 노트북으로 여행기 작업을 마치고 난 뒤에 보니 다른 곳에 좌석이 있기는 있다. 조금 후 여객전무님에게 확인해 보니 태백까지는 그래도 좌석이 난다고 하신다. 사진을 찍는 것은 거의 포기하고 그냥 좌석에 앉아서 바깥 경치를 감상하면서 갔다. 또 다시 나타난 스위치백에서 주행하는 곳을 보면서 여객전무님의 무전을 들으며 지나가고, 또 좌석에 돌아와서 경치를 보다가 문곡을 지나기 전에 잠들어 버리고. 태백에서 좌석승객이 나타나서 태백을 출발하려는 때 깨고. 다시 여행기를 손보기 위해 노트북을 AC전원에 꽂고 있는데, 아침에 봤던 여학생 셋이 또 나타난다. 이번엔 정선에 간다고 하더라. 티켓홀더를 받은 모습으로 나타나서 난 그 여학생들 중 한 명의 티켓을 봤다. 88년생이었다. 철암에서 어떻게 했냐고 물으니까 버스를 타고 올라왔다고 한다. 또 이런저런 이야기들을 하고, 내가 노트북을 가지고 다니는 이유 등에 대해 설명을 해 주었다. 그 여학생들은 정선으로 가기 위해 결국 증산에서 내렸는데, 난 내 디카로 사진을 찍으려다가 디카 배터리가 또 나간 것을 보고 짜증을 냈다. 또 다시 치요아범의 카메라로 갈아타서 사진을 찍었다. (이거 참 대책 없다. 추가 배터리는 여행 전에 잃어버렸지, 그렇다고 배터리를 사기는 아깝지. 지금 배터리는 충전해도 80장 정도밖에 찍지 못하지.) 카메라 참 좋더라. 배터리도 오래 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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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학생들이 내린 증산역에서. 웬일인지 대기가 좀 길었다.


며칠 전 태백선 노반 유실의 여파로 인해 열차는 계속 지연 운행되었다. 영월 - 쌍룡 사이에서야 왜 그렇게 열차가 느리게 운행되고, 지연이 그렇게 심했는지에 대한 원인을 알 수 있었다. 이건 임시복구였을 뿐이지, 완전히 복구된 것은 아니었던 것이다. 그러니 다들 서행했고, 그 서행으로 인해서 교행 위치도 바뀌고. 태백선 계열의 지연 운행은 당분간은 피할 수 없는 일인 것 같다. 그 때문에 쌍룡역 도착 전에 여객전무님에게 15시 충북선 열차와 연계 가능하냐고 물었다. 여객전무님은 어떻게든 연계된다고 답했다. 하기야, 환승하려는 승객이 있을 경우에는 여객전무끼리 연락을 해서 열차의 출발을 늦출 수도 있으니까. 결국 열차는 이제까지 발생한 지연을 회복하지 못하고, 제천역에 13분 지연 도착했다. 그런데 여객전무님의 안내방송.
“우리 열차는 태백선 수해 복구의 영향으로 제천역에 제시간보다 (잠시 말 끊김) 8분 지연되어 도착하겠습니다.”

S23. #1710 (제천 15:00 → 대전 17:32) \8,100 / 159.1km
태백선에서 열차가 13분이나 지연되어 온 탓에 이 열차는 2분 지연 출발했다. (이건 정말 박수 받아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충북선을 무시하지 마시라. 2분 지연되었음에도 불구하고 바로 다음 역인 공전역에서 지연을 완전히 회복하여 정시에 출발하였다. 복선인데다 다이아도 널럴하게 짜 놓았으니 지연 출발에도 끄떡없는 것이다. 실제로 1~2분 지연 도착되는 사례가 종종 눈에 띄었으나, 다음 역에 정차할 때 지연 상태는 바로 해소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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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니 이 동네도 참 물이 많더라. 이놈의 비...

제천에서 애초에 4량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좌석 확보도 용이하고, 또 (화물 탓이긴 하지만) 복선화된 노선이라 어느 정도의 속도도 보장된다. 하지만 자리 나는 속도를 보니 아쉽게도 다리를 쭉 뻗고 있을 수 있는 정도는 아니었다. 조치원을 넘어서야 다리를 쭉 뻗고 앉을 수 있는 상황이 조성된다.
열차는 별 문제 없이 대전에 정시 도착했다.

S24. #1333 (대전 17:50 → 김천 18:55) \4,500 / 87.5km
여행 계획을 세울 당시에는 #1271을 이용하려 했다. 하지만 우리는 여행 중에 이 열차가 “서울발 마산행”이라는 사실을 주목하게 된다. 그렇다. 경부 본선을 대부분 뛰는 열차인 것이다. 이런 열차라면 좌석이 남아 있으리라고는 생각할 수가 없다. ‘조치원 환승’을 생각한다고 #1271로 탑승할 열차를 결정하기는 했었지만, 조치원 주변에서 무언가를 사 먹기에는 환경이 좋지 않기도 하고, 쾌적하게 김천까지 갈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우리는 충북선을 타고 아예 대전까지 가고, 대전에서 김천 구간을 대전발 동대구행 로컬 무궁화를 이용해 가기로 결정한 것이다.
적어도 대전-김천 간에는 승객이 많지 않으리라는 예상은 적중했다. 정확히 말하자면, 1호차 승객이 10명 정도였다. 여기서 우리는 두 열차 사이의 시간에 대전역 밖에 나와서 사 온 만두를 먹었다. 아침과 점심을 제대로 먹지 못했기에, 저녁을 만두 20개로 해결한 것은 나름대로 자신에 대한 보상에 의미를 가지고 있었다. 조금 정차역이 많긴 했지만, 나름 쾌적했던 1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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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부고속선과 함께하는 풍경♬ in 영동

S25. #1028 (김천 19:09 → 서울 22:03) \22,600 / 253.8k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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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역에 KTX라니!

김천역 앞에서 만두에 대한 입가심 격으로 음료수를 사 마시고는 다시 승강장으로 돌아가 열차에 올랐다. 이번에 타게 된 해운대발 서울행 새마을 열차는 이도저도 아닌 열차이다. 우리가 가야 할 길 사이의 최대 수요지인 대전의 사람들을 기준으로 생각해 보면 무궁화처럼 싸지도, KTX처럼 빠르지도 않다. 게다가 이 열차의 선행열차는 불과 10분 전에 출발하는 무궁화호다! 평일 밤에 KTX도 아닌 새마을로 서울로 이동할 사람은 그리 많지 않으리라는 판단에서 이 열차를 선택했다. 게다가 이 새마을은 평택에서 새마을 수요의 방패막이(?) 역할을 해 줬던 무궁화호를 추월하기까지도 한다!
역시 우리의 예상은 적중했다. 5호차에는 승객이 절반도 타지 않았다. 완전히 밤 열차이기도 했고 해서 우리는 사진도 찍지 않고 그냥 이동하기로 했다. 이어폰을 꽂고 음악을 들으면서. 집으로 가는 길. 치요아범은 피곤에 쩔어서인지 열차를 타는 거의 내내 잠들었다. 하기야. 다음날 일정을 소화하기 전에 중간후기 작성 때문에 밤을 새고 오겠다고 했었지. 난 집에 가서 잠을 자다가 5시에 일어나 6시쯤 나오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