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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sonic/내이야기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걸까?

블로그를 다시 제대로 쓰기 시작하면서 이 블로그를 다시 볼 필요가 있어서 다시한번 글을 훑어보았다.
그러다 보니 이 블로그의 게시글이 2006년 것부터 남아 있다는 것을 간과하고 있었다.

다만 아무리 지우고 없애도 결국은 모든 것이 남아서 나를 다시 지켜본다는 것을 그땐 몰랐지.
물론 2008년 사회대에 붙였던 두 장짜리 대자보 등 나름 명작(?)이라고 자부하는 글도 몇 개 있었는데,
여러 가지 개싸움들이 왔다갔다 했었던 적도 있었다보니,
(하필이면 2011년 장교 임관 시점에 그 전의 정치적 입장을 밝힌 글로 시비를 걸려던 이들이 있었다...)
지워서 없앤 글도 있었고, 그리고 "지금은 맞고 그때는 틀린" 류의 글도 많이 남아 있다.

그럼에도 게시글을 몇개 지울까 말까, 숨길까 말까 하는 고민은 늘 하게 된다.
(왜 그런걸로 재미를 느끼는지는 알 수 없지만) 꼭 뭔가 내가 남긴 낯간지러운 기록만 기억해서 일부러 놀리는 이들도 존재하더라.
내가 큰 사람(물리적으로 큰 사람 말고)이 되면 그런 고민 안 해도 될까?

 


아무래도 막스 베버의 '직업으로서의 학문'을 다시 읽어봐야겠다.
도대체 내가 대학원 공부를 왜 시작했지...라는 생각에 다시 한번 들어갈 필요가 있을 것 같아서.
어차피 짧고 잘 읽히는 책이라 독서에 부담도 없지만, 읽고서 생각 정리를 한번쯤은 해 볼만한 책.


사실 지금 도저히 마음에 안 드는 글이 있다.
석사수료 상태로 회사에 입사한 후 2017년 8월에 졸업을 하긴 했지만,
2015년 1월부터 이미 석사과정이 '진로를 위한 통로' 이상의 의미를 상실하게 만들 일이 여럿 생겼기 때문이다.

한국공항공사 입사 후 정규직이 막 되었던 2015년 9월쯤에, 학과 조교님 요청으로 올렸던 글이 있었다.
방문자가 아주 안 나오는 블로그도 아니었고 하다 보니 수락해서 일단 글이 남아는 있다...만,
글쎄, 복수의 사람들과 관련된 인간적인 실망까지 겪으니 이제는 그 글이 의미가 없어 보인다.

다행히 "석사과정이 진로를 위한 통로 이상의 의미를 상실했다"는 나의 생각은 생각보다 많은 이들이 공감해 주더라.
나에게는 그때의 학업만 남았지, 그 이상 남은 것이 거의 없다.
내가 그 당시 최선을 다하지 않았을까?
내가 박사과정을 굳이 선택한 것을 보면 그건 또 아니었던 것 같은데?

지나간 나의 역사의 기록으로 여겨 이걸 남겨야 할까? 꽤 많은 의문이 든다.


덧.
워낙 2005년 호남고속철도 오송분기가 내 개인사에 미쳤던 충격이 컸다 보니,
지금의 블로그로 이전하기 전의 그것은 따로 보존하고 있으며 삭제할 생각이 없다...

재미있는 것은, 다시 읽어보니 고등학교 2학년이었던 내가 이상하게도 나름 대단해 보인다.
그렇지만 지금은 그때의 패기와는 달리 다른 무언가가 필요한 때이니, 그냥 추억으로 새겨야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