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6년 철도회원 대상 5% 기본할인 + 3% 포인트적립을 해 주었던 기존의 제도가 5% 적립만 해 주는 것으로 바뀐 후 처음 있는 포인트적립 및 할인제도의 대대적인 개편입니다.
그렇지만 오늘의 일들은 철도 9.11 테러로 요약해도 크게 할 말이 없을 정도의 임팩트를 안겨 주고 있습니다. 할인제도가 크게 바뀌는 것까지는 그렇다고 치지만, 그 개편이 철도를 한달에 철도를 2~4회 정도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굉장한 치명타거든요.
2006년 개편 때는 적어도 할인카드 이용자들이 손해를 볼 일은 없었습니다. 할인카드 이용자들은 철도회원 할인에서 제외되었고, 포인트도 적립받지 못했으나 개편 이후로 포인트를 적립받을 수 있게 된 것과 비해 본다면 이번 개편은 말이 필요없습니다. 이득을 보는 사람이 훨씬 적고, 대부분 손해를 감수해야만 하는 상황인데 그 누가 좋게 볼까요.
안그래도 민영화 논란이 거세게 일고 있는 지금 할인제도를 변경하는 것에 대해서 철도동호인 사회에서 말이 정말 많은데요. 이 글을 빌어 한번 자세하게 알아보도록 하죠. :)
사실 제 블로그의 포스팅은 철도 할인제도 개편의 모든 것을 담기에는 부족한 부분이 있습니다.
□ 코레일은 오는 10월 15일부터 2004년 KTX 개통이후 처음으로 최고 50%까지 할인 받는 '파격가할인' 제도를 도입하는 등 할인제도를 대폭 개선한다고 밝혔다.
□ 이번에 새로 도입되는 할인제도의 주요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승차율 높은 열차는 15%·30%, 승차율 낮은 열차는 50%까지 파격 할인
○ 이 상품은 KTX를 대상으로 미리 예약하고 스마트폰, SMS, 홈티켓으로 구입하는 경우에 이용이 가능하며 열차별 할인율과 좌석수는 인터넷으로 확인할 수 있다.
○ 사전에 일정금액을 지불하고 할인카드를 구입한 고객에 한하여 할인이 제공되던 할인카드와는 달리, 별도의 부담 없이 저렴한 가격에 KTX를 이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아울러, ‘파격가할인’이 도입되면서 할인카드, 예매할인은 운영이 중지된다.
2. 철도이용계약수송 수혜대상을 모든 법인으로 확대
○ 그동안 직원이 75인 이상인 법인만 가입할 수 있었던 철도이용계약수송 제도를 변경하여 직원 수와 관계없이 적용 대상을 모든 법인으로 확대하여, 규모가 작은 기업까지 할인 혜택의 기회가 주어진다. 적용대상 범위가 넓어진 대신 할인율은 10%로 조정된다.
○ 코레일이 이번에 철도이용계약수송 제도를 변경한 것은 75인 미만 소규모 기업들은 할인을 이용할 기회가 없어 상대적으로 불리하다는 의견을 적극 수용하여 혜택의 대상을 확대한 것이다.
3. KTX가족석 제도 신설
○ 3인 이상 여행객이 주로 이용하던 KTX동반석은 KTX가족석으로 바뀌고 할인율도 37.5%에서 40%로 상향조정된다.
○ KTX가족석은 11월부터 판매예정인 가족패스 이용객들에게 우선 예약권을 제공하며, 가족패스 이용객에게 제공 후 남은 가족석은 가족패스가 없는 일반고객(15%할인)도 구입할 수 있다.
4. 셀프티켓 할인 개선
○ 셀프티켓(자동발매기, 스마트폰, SMS, 모바일, 홈티켓)으로 구매하는 이용자들에게 적용되던 1-2%의 일괄 할인율이 10%의 할인 쿠폰을 추첨에 의해 제공하는 방식으로 변경된다.
5. 코레일멤버십 제도 개선
○ 또한, 항공사나 카드사에 비해 높은 적립률(5%)을 적용하고 있는 코레일멤버십 포인트제도는 2013년부터 이용실적에 따른 할인쿠폰 제공 방식으로 변경하기로 했다.
□ 코레일이 8년 만에 할인제도를 대폭 개선한 것은 KTX 이용이 부담스러운 고객에게 할인 기회를 더욱 확대하고 그동안 할인제도를 운영해 오며 수렴한 고객의 다양한 의견을 반영, 공공성을 강화한다는 차원에서 이뤄진 것이다.
□ 김복환 코레일 여객본부장은 “할인상품의 할인율이 높은 점이 부정사용의 한 원인이 되기도 하였다”며 “지불액 이상으로 승차권을 구입할 수 있는 선불할인, 장기 출퇴근 고객을 위한 장기정기권 등 보다 합리적인 상품도 시스템 구축 일정 등을 고려하여 순차적으로 도입할 예정이다”고 밝혔다.
보도자료의 2번이 일반 홍보 그림에는 제외되어 있고, 3번이 세번째, 4번이 두번째로 나와 있다는 것이 특기사항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렇다면 한번 할인제도에 대해서 하나하나 뜯어 볼까요.
왜 문제인지, 무엇이 문제인지 알아야 항의라도 하고, VOC라도 잔뜩 남길 수 있지 않겠습니까?
이번 건은 공통적으로 "창구예매의 경우 할인을 적용하지 않는다"를 전제하고 있습니다. 가치 판단은 여러분에게 맡기겠습니다. 다만, 이건 알아 두셔야 할 것 같습니다. 매표창구에 근무하는 직원 월급이 비싸다고 국토해양부에서는 계속 코레일에 압박을 주고 있고,[각주:1] 코레일은 매표업무가 필요는 하지만 안 그래도 인건비가 많이 드는 회사 사정도 있고 해서 해당 업무에 대해서 자회사 외주 형식으로 업무를 계속 진행하고 있습니다. 덕택에 서비스 질도 떨어지고, 역에서의 대기시간이 길어지면서 불만이 상당부분 생기고 있는 모양이더군요.
1. 승차율 높은 열차는 15%·30%, 승차율 낮은 열차는 50%까지 파격 할인
철도공사 입장에서는 수요의 분산을 위해서 굉장히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것 같습니다. KTX의 수요는 특정시간대에 몰리며, 솔직히 NH 시간대의 열차들은 상당 부분 비어 가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어떻게든 채워서 가겠다...라는 발상인 듯합니다. 하기야, 승객이 꽉꽉 차서 가도 적자인 통근열차와는 달리 KTX는 좌석의 1/4만 채워도 흑자가 나는 전기동차니까요.
하지만 엄청난 전제가 뒤에 숨어 있습니다. "파격가 할인이 도입되면서 할인카드, 예매일별 할인은 운영이 중지된다."
현 시점에서 철도 운행시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시각을 예상할 수 있는 방법이 있기는 한가요? 대략 언제부터 언제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겠구나 하는 것을 쉽게 알지 못하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겁니다. 더군다나, 이 상품은 "KTX를 대상으로" 하고 있다 보니 할인카드를 폐지해 버리면 계약할인 이외에는 무궁화·새마을 열차에 대해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어떠한 방법도 존재하지 않게 되는군요. 그 부분으로 기자들이 공격하면 어쩌시게?
그리고 이 할인은 "역의 열차표 판매창구에서는 적용되지 않습니다". 그러다 보니 이 할인제도가 사회적 약자를 배려하지 못하고 있다는 문제도 눈에 띄는군요. 물론 할인을 받기 위해서 한번만 역에 나가서 증빙서류를 제출하면 그 다음부터 할인을 해 준다고는 합니다만, IT에 접근이 어려운 분들에게 있어 이번 할인제도는 상당한 불이익으로 다가올 것입니다.
2. 철도이용계약수송 수혜대상을 모든 법인으로 확대
결과적으로 주중 30%. 주말 10%이던 계약할인이 주중 10%, 주말 5% 정도로 바뀌면서[각주:2] 피해를 보는 사람들이 더 많아지기는 합니다만, 특기사항은 "75만 미만 사업장도 계약수송 할인이 가능하다"는 것이 되겠군요. 애초에 코레일 입장에서는 손해볼 것 없는 장사입니다. 이분들은 계약수송을 해 주는 대신 포인트적립 대상에서 애초에 제외되었거든요. 절대적인 기업 수로 따지면 중소기업 쪽이 당연히 훨~씬 많은데다 철도를 이용할 일도 경우에 따라서는 그쪽이 훨씬 많으니 여기에 대해선 다들 큰 문제제기를 할 것 같지는 않습니다.
3. KTX가족석 제도 신설
당연히 제도를 바꾸면 "좋은 쪽으로만" 홍보합니다. 가족 우선으로 동반석을 발매한다는 것까지는 좋지만, 홍보글을 뒤집어 해석하면 일반적인 경우 동반석의 할인율이 15%로 하향 조정된다는 것입니다. KTX 카풀 카페 등의 활성화를 어떻게든 막아 보려는 의도 같아 보입니다. 어쨌든. 가족 대상의 할인을 위해 11월경 가족愛 티켓이라는 것을 발매한다고 하는데(1년/46,000원), 가족관계등록부라든지 기타 제출해야 하는 서류들도 있고 약간은 복잡해졌습니다. 문제는 하이티켓 같은 데가 이런 걸 가만히 두고 보냐는 겁니다. 언제나 부정이용자들은 이런 것 정도는 쉽게 뛰어넘었습니다.
4. 셀프티켓 할인 개선 / 5. 코레일멤버십 제도 개선
이 두 개는 묶어서 이야기하지 않을 수가 없네요. 정말 코레일은 이게 개선이라고 생각하는 걸까요? 포인트를 없애버리고 10%, 그것도 받을지 안 받을지 기약이 없는 할인쿠폰으로 대체를 한다. 진짜 누구 말마따나 "국가공인 도박장"이라도 만들려고 하는 것인지 의문입니다. 할인쿠폰 당첨율도 공지가 되지 않았을 뿐더러, 약간의 시스템 조작만으로도 할인쿠폰을 잔뜩 뜯어내거나 혹은 그 반대로도 만들 수 있다는 게 문제가 될 수 있습니다. 그리고 하이티켓 같은 곳은 그렇게 나온 할인쿠폰을 긁어모아서 또 장사를 하겠군요.
그리고 포인트 제도의 폐지도 문제가 되겠군요. 포인트 대신 할인권을, 그것도 유효기간이 훨씬 짧은[각주:3] 할인권을 주게 되면 기존 고객들의 불만은 어떻게 감당하려고 그러는지 원.
전체적으로 철도를 많이 이용하는 사람에게 최대한 이익을 주려는 의도인 것은 명확해 보입니다. 그렇지만 철도를 매일 이용하는 사람들에게는 정기권이 있습니다. 매일 통근, 통학용으로 철도를 이용할 것이 아닐 바에야 사람들의 철도 이용 패턴은 많아 봤자 1주일에 한 번입니다. 청소년카드를 연장해서 쓰고 있는 사례가 상당히 많다는 것을 보면 그걸 알 수 있겠지요?
더군다나 이번 할인제도 개편은 하이티켓 같은 웹사이트가 설치는 것을 막을 수도 없습니다. 하이티켓의 경우 코레일 홈페이지와 동일한 디자인을 사용하고 있는데다, 잘 모르는 사람들에게 코레일 할인체계를 악용하여 수수료를 받아챙기면서 영업을 하고 있기 때문에 당연히 법무팀에서 영업방해 및 부당이득 수수 등으로 고소가 가능할 것인데, 그것조차 안 하고 있다가 할인카드보다 나은 서비스 만들겠다면서 이런 개악을 해 버린 겁니다.
지금 디시인사이드 철도 갤러리에서도 "공정거래위원회에 고발해야 한다"느니 하는 말이 계속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질 않고, 언론에도 제대로 알려질 경우에 분위기가 반전될 것이 뻔히 보입니다. 귀추를 조금 더 지켜봐야겠네요.
매표직원 연봉 8000만원 운운하는 말은 하루이틀 나오는 발언이 아닐 것입니다. 공기업이나 사기업이나 사측이나 정부에서 파업에 대해 비난할 때마다 하는 말이 꼭 그런 식으로 귀족 직원들이 있다, 신의 직장이다 하는 이야기죠. 다만 여기에 숨어 있는 맹점은 코레일 직원들은 3조 2교대 근무를 밥먹듯이 한다는 것이지요. 당연히 야간 수당이 붙지 않을 수가 없고, 또 공무원 시절 대우 때문에 성과급의 형식으로 보너스가 나와 버리니 장기근속 직원의 경우에는 그 정도도 불가능한 연봉은 아닙니다. 그런데 호봉이 그렇게 올랐는데 표만 팔 것 같아요? [본문으로]
할인율이 10%로 조정되었다는 건 주말할인율도 똑같이 조정된다는 것을 의미하겠지요. [본문으로]
공식적인 발표 대로라도 할인권 유효기간이 "3개월" 정도로 아주 짧게 주어진다고 합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