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트북을 켜질 않다 보니까 쓰기 귀찮아하다가(...) 더 늦어졌다가는 2010년 내일로 출발하기 전에 못 쓸 것 같아서 오프라인 상태로 노트북을 켜서 글을 써 두고 올립니다. 졸린데 쓰느라 혼났네요 -_-;;; 아침에 글 올리는데 퇴고 다 다시 해야 되고...
2010년 내일로는 사실 별 거 없습니다. (혼자 갈 경우) 영남권에서 그냥 가고 싶은데 가는 위주로 일정을 짤 생각이라서...;; 애초에 돈이 별로 없다 보니 쓰는 돈도 최소화시켜야 되겠고 말예요. 덕택에 2010년 내일로는 '프로젝트'라는 이름을 쓰기도 그렇고, 후기를 써서 인터넷에 게시하기도 참 거시기한... 그런 상황이 되어버릴 듯하네요. ㅠㅠ
Railro Project 2009 (20090806 ~ 20090812)
- Project 1 : 마산야구장에 가다 (20090806)
- Project 2 : 부전에서 목포까지, 근성으로 타는 경전선 (20090807)
- Project 3 : 충북선 저녁열차, 로컬선에도 빛이 들려면 (20090808)
- Project 4 : 산골짜기 한가운데, 아우라지에 가다 (20090809)
- Project 5 : 가 보기 힘든 간이역, 승부역 (20090809~10)
- Project 6 : 새로운 희망을 보다, 희방사역 (20090810) - Project 7 : 장항선 유람 - 이설 그 후 (20090811)
- Project 8 : 섬진강 기차마을, 3년 전과 지금은? (20090811)
- Project 9 : 철도문화체험, 연산역에 가다 (20090812)
집에서 약간의 짐정리를 했습니다. 하기야, 이제 4박5일이 아니라 다시 1박2일짜리 여행이 되었으니 당연히 그에 맞게 준비를 해야 하겠죠. 일단 갈아입을 옷을 준비했던 것들은 전부 다 다시 빨래통 속으로 밀어 두고, 양말 한 켤레와 대단히 가벼워진 가방, 또 수첩을 들고서 집을 나섰습니다. 그렇게 힘든 스케줄 속에서도 저는 06시 57분에 버스에 오를 수 있었습니다. 이것에 Railro Project의 힘인가요...
이제 이설된 장항선 권역과 섬진강 기차마을을 둘러보고자 나왔는데... 제가 향한 곳은 서울역입니다. 장항선인데 웬 서울역이냐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으실지 모르겠지만, 저기요. "누리로"가 있잖아요! 게다가, 장항선 권역에서 특이한 열차들이 몇 개 운행하고 있었다 보니, 6일차의 계획은 포인트마다 건너뛰기 승차입니다. 서울 - 아산 - 대천 - 익산 순으로 매번 다음 것으로 열차를 바꾸어 타게 되는 거죠.
출근시간대에 누리로를 타 보니 누리로의 주 수요 구간이 어디쯤인지는 쉽게 파악할 수 있었습니다. 역시 서울-천안이 대세더군요. 나머지는 양념...이다 싶은 기분이었습니다.
앞에 링크된 제 포스팅을 보아도 알 수 있겠지만 누리로를 처음 타 보고 개인적으로 실망 많이 했었습니다. 사실 이 시점도 누리로가 운행을 개시한 지 겨우 두 달 지난 시점이라 좀 달라진 모습을 기대하고 있었습니다. 그나마 운행횟수가 확대되고 해서 이제는 정식으로 영업운전하는구나 하는 인상을 주고 있는 때였으니까요. 하지만... 그러면 뭐합니까. 외관부터가 개판인데.
특히나, 누리로 객차는 호차 구별이 좀 어렵습니다. 전광판에 호차가 표시되기는 합니다만 눈높이보다 높거든요. 문짝엔 또 아무 표시도 없어서 사람들이 계속 저한테 물어봅니다. "이거 3호차 맞아요?" 친절하게 가르쳐는 주지만...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습니다. 이런 거 미리 대비 해 놓을 일이지.[각주:1]
운행 중에도 보니까 여전히 누리로 승차위치 표시가 없는 곳이 많았습니다. 당연히 승객들이 혼란을 겪을 수밖에 없는 것이었고요. 에휴. 또, 절연구간을 지날 때 모니터가 꺼지고 에어컨 가동이 중단되는 등 열차 내 전원이 차단되어 버리는 문제는 여전했습니다. 노트북 등 각종 전자기기 이용자들이 이런 것에 얼마나 예민한지 모르는 걸까요? 또 선반이 떨리는 등의 문제도 해결이 되지를 않은 상태였습니다. 자칫 불안해서 열차 어떻게 타냐는 말이 나올 수도 있는 상황.
그리고 승무원이 객실순회를 전혀 안 하더군요. 전동차마냥 뒤에 차장으로 탑승하기 때문인지는 몰라도 그래도 엄연히 여객열차인 차량인데 객실순회를 하질 않는다니. 무임승차가 발생할 경우 어떻게 대처하는 건지 갑작스레 궁금해졌습니다. 그렇지만 그걸 물을 수 있는 것도 아닌 상황이었죠.
아침에 비가 좀 오고 해서 또 비와의 지루한 싸움이 되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을 했었습니다만, 비가 그렇게 많이 내리지는 않다가 성환쯤 와서야 심해졌습니다. 하지만... 아산에서 내릴 때는 또 그냥 흐리기만 하더군요.
아산에 1분 정도 늦게 도착한 누리로.
다음에 탈 열차는...
2) 무궁화 #1583 (아산 10:00 → 대천 11:24) RDC
그 다음 탈 열차는 RDC였습니다. RDC는 예전에 도시통근형 전동열차... 그러니까 흔히들 "통근열차"라고 부르는 등급의 CDC를 개조한 차입니다. 즉 내장재만 싸그리 바꿔서 무궁화호 운임을 받는 차량이지요. 기존 CDC의 구조를 완전히 뜯어고칠 수는 없었다 보니, 공간적인 특성을 살린 좌석배치가 많습니다.
원래 문이 있던 자리.
개조된 티가 약간은 납니다.
일반적인 무궁화호 의자.
KTX에서 떼온 듯한 동반석 의자
통근열차형 롱시트도 있네요.
또, 일반 무궁화호에는 객차 하나를 아예 카페객차로 개조한 경우를 자주 볼 수 있었습니다만, RDC는 어차피 과소수요 지역을 지나다 보니 카페객차도 미니화되어 있더군요. RDC의 카페객차는 '미니 카페객차'로, 승무원이 탑승하지 않는 자동화된 기계들이 놓여 있었습니다. 당연히 규모도 작은 것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래도 있어야 할 만한 최소한의 것들은 다 있습니다.
이제까지 장항선 구간에는 이런 CDC/RDC 계열의 열차가 운행한 적이 한 번도 없었습니다. 그렇지만, 코레일에서는 2009년 하계대수송기간에 KTX 천안아산역-장항선 아산역 환승을 통한 서해안 지역의 철도 이용을 촉진시키고자 익산 → 아산 → 대천 → 아산 → 대천 → 익산 패턴으로 이렇게 RDC 열차를 임시로 투입시키게 됩니다. 물론 직·복선화로 인해서 선로 조건이 많이 양호해져 속도를 낼 수 있다는 점도 RDC의 투입에는 일조했겠죠.
나름 이 열차가 꼴에 정규열차 열차번호까지 받았습니다만, 상황은... 말 그대로 시ㅋ망ㅋ입니다. 승객이 정말 거의 없었습니다. 매 역마다 일일이 내려서 승객 수를 세어 보았습니다만, 어떻게 된 게 승하차가 10명을 넘는 경우가 단 한 번도 없습니다. 결국 하계 대수송기간이 끝나자 코레일은 이 셔틀열차를 운행하지 않게 되었습니다. 2010년 하계 대수송기간에 이런 유형의 열차가 운행된다는 이야기가 어디에도 없는 걸로 봐서는, 아무래도 코레일도 포기한 모양입니다. 어차피 승객도 없겠다 싶어 여객전무가 객실을 순회하지도 않았고, 또 대천 전의 마지막 정차역인 광천역을 지나고 나니 청소하시는 분들이 아예 일찍 좌석을 돌려 버립니다! 뒤에도 이야기하겠지만, 이 열차의 공기수송의 원인은 역이 엉뚱한 곳에 지어진 영향에다가 열차의 시간대도 굉장히 애매한 때였다는 것에 초점을 맞춰야 할 것 같습니다.
또 특기할 사항은, 이설된 장항선 연선의 풍경이 엄청나게 변해 버렸다는 겁니다. "한국의 곡선"을 자랑하던 노선이 직선하되면서 당연한 결과일 것이라고 여겨져 오기는 했지만, 정말 옛 선로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을 정도가 되어 버렸습니다. 어찌 생각하면 우리가 '추억'으로서 느껴 오던 철도는 더 이상 없는 거라고 할 수도 있겠네요. 여긴 레일바이크 계획도 없고 하니 옛 선로를 느낄 기회는 이제 없지 싶습니다.
열차는 대천역에 도착하자 선로를 건너고 건너 아산 방향인 4번 플랫폼으로 바로 들어갑니다. 하기야, 본선을 막을 순 없는 노릇이겠죠.
아산 방면에 바로 정차한 열차.
다음 열차인 새마을호.
그나마...
대천역은 승객이 늘었습니다.
해수욕장으로 특화된 거죠.
3) 새마을 #1153 (대천 12:02 → 익산 13:12) PP
사실 이 열차 이야기를 왜 꺼내느냐... 싶기는 하겠죠. 앞의 두 열차에 비하면 특기사항이 굉장히 적었으니까요. 그렇지만 이야기를 안 할 수가 없습니다. 금강 하구둑 구간의 개통 등으로 인하여 익산까지 '연장된 열차'라는 거죠.
역시 장항선 지역은 볼 거리가 많이 사라졌습니다. 특히나 문제는, 대천역을 제외하고 역이 전부 엉뚱한 곳으로 옮겨졌다는 것인데, 그런 현상은 이곳에서도 잘 나타나고 있었습니다. 많이들 아시겠지만, 대표적으로 장항역의 경우 역이 서천군 장항읍에서 서천군 마서면으로 옮겨져 버렸습니다. -_-;; 안그래도 장항읍은 많이 죽어 있는 상태인데, 그 상황에서 역까지 바깥으로 빠져 버리니 승객들이 나올래야 나오기 어렵겠죠. 군산역은 그나마 다행인 게, 군산시에서 도심까지 버스편을 증편해 놓은데다 철도교통으로 인해서 서울로 가는 직통 교통망이 하나 더 생긴 셈입니다. 선택의 폭이 넓어졌다는 거죠. 덕택에 군산역은 그나마 내리는 사람이 좀 있었습니다.
신 장항역.
금강하굿둑을 철도로 건넙니다.
신 군산역.
익산까지 호남선 무궁화호로 3시간이면 갈 걸, 결국은 5시간 걸려서 도착했습니다. 역 앞 편의점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이제 진짜 오늘의 목표였던 섬진강 기차마을에 가기 위해 열차를 기다립니다.
이건 여담인데, 익산역 안내판이 굉장히 시인성도 좋고, 원하는 정보가 잘 들어가 있어서 좋더군요. 코레일 CI 가이드라인과 맞지는 않습니다만, 그래도 저렇게 융통성 있는 CI 적용은 권장해야 할 것이 아닌가 싶습니다.
※ Today's Summary는 이번엔 Project 8에서 기재됩니다. 6일차 안 끝났어요-
다행히 KTX-산천에선 이 비슷한 문제점은 나타나지 않더군요. 문 바로 옆에 전광판이 있어서 그런가.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