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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책평가

유명무실 기차역 입장권, 어찌하오리까?

2004년 7월경, 더욱 자유로운 여행문화 조성 등을 이유로 모든 일반열차에서 개집표를 생략하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이렇게 되면 악성 무임승차자가 증가하게 된다는 문제도 있겠지만, 철도로 그저 '여행을 하는' 입장에서는 쉽게 생각할 수 없는 문제가 하나 더 발생합니다.
바로 입장권 문제입니다.
 
입장권은 역 플랫폼 내로 들어갈 수 있는 권리입니다. 여행객의 송별이나 마중을 위해서 한국철도공사 측에서 발급하는 증서라고 보면 설명이 빠를 것 같습니다.
개집표 자유화 이전에는 무조건 표 확인이 실시되었고, 입장권을 가진 사람도 표확인을 거쳐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렇지만 2004년 7월, 개집표가 생략되고 차내검표로 검표 방식이 변경되면서 플랫폼에서의 자유로운 환송이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이는 입장권을 유명무실화시키는 행동이었습니다. 실제로 개집표 폐지 이후 입장권 없이 들어가는 데도 이를 단속하지 않고 있습니다.
실제로도 역 입구에 들어가 보면 "송영을 위한 목적으로 방문했을 경우 입장권을 구매해야 합니다" 등의 안내문이 전혀 붙어 있질 않으며, 사람들은 "운임경계선" 표시가 있다는 것만 알고 그냥 들어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코레일의 여객운송약관 상에 있는 입장권 관련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24조(입장권)
① 승강장(타는 곳)에 입장하고자 하는 사람은 입장권을 구입, 소지하여야 하며 입장권을 소지한 사람은 차내에 출입할 수 없다.
② 입장권은 발매역에서 입장권에 표시된 지정열차에 1회에 한하여 사용할 수 있다. 다만, 관광·견학 등의 목적으로 판매하는 입장권의 유효성 및 이용방법 등에 관해서는 제3조에 따라 코레일이 따로 정할 수 있다.
③ 입장권을 구입하지 않고 입장하였거나 입장권을 부정행위의 수단으로 사용하였을 때에는 이를 무효로 회수한 후 제17조에 정한 부정승차를 적용한다.
④ 입장권은 반환하지 아니한다.


한편 역내 등에서 사고가 발생했을 시에 대한 규정은 다음과 같습니다.

제25조(코레일의 책임 등)
① 코레일은 열차고장, 선로고장, 파업, 노사분규 등 코레일의 책임으로 제9조에 정한 운송계약 내용을 조정한 경우에는 이미 수수한 운임·요금의 범위내에서 반환한다.
② 코레일은 철도여행 중 발생한 여객사상사고에 대해서는 관계법령에 따라 제정한 사상사고처리규정(한국코레일 제55호 '05.1.1)에 의한다.
③ 코레일은 철도 이용자의 고의 또는 과실로 인하여 발생한 손해와 철도 이용자가 법령·정부기관의 명령이나 이 약관 및 이 약관을 근거로 제정된 규정을 준수하지 아니함으로서 발생된 손해에 대하여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④ 코레일은 철도 이용자의 휴대품 또는 기타 소지품의 파손, 분실 등의 손해에 대하여 코레일의 고의 또는 과실에 의하여 발생한 경우를 제외하고 책임을 부담하지 아니한다.


규정들에 근거해서 생각해 보면, 역내에서 사고가 나더라도 책임소재를 가리기가 정말 뭐할 듯합니다.
입장권 미소지자에 대한 불이익 안내가 없는 현 상황에서, 한국철도공사가 여객운송약관 제25조 3항에 근거하여 입장권 미소지자가 사고를 당했을 시 보상을 할 필요가 없게 되는 걸까요? 저는 그렇지 않다고 봅니다. 한국철도공사는 여객운송약관 관련 제반 규정을 알려야 한다는 의무를 소홀히 했고, 이에 대해서는 어쩔 수 없이 책임을 져야 한다고 보거든요.

20100511, 조치원역. 입장권 관련 안내는 어디에도 없습니다.


차라리 이쯤 되면 입장권을 폐지해야 한다는 말이 설득력이 있는 것처럼 보입니다. 입장권을 홍보할 거면 홍보하든지, 아니면 입장권을 폐지하든지. 코레일 측에서는 어떻게든 빠른 조치가 필요해 보입니다.
다만, 최근 코레일 모습에서 그걸 제때 제대로 하리라고는 생각지 않습니다 :(
정말 사고 한번 제대로 터져 봐야 규정을 손보려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