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철도/정책평가

의문이 되어가고 있는 코레일 고객대표제의 존재 가치

원래 코레일은 철도청 시절이던 2002년경부터 고객모니터제를 운영하고 있었습니다. 그런데 처음에 300명으로 시작했던 고객모니터가 활동이 저조하고 제대로 운영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150명 → 30명 → 폐지의 수순을 밟게 되었습니다. 그랬기 때문에 그에 대한 대체제의 역할을 맡기고, 일반 고객들의 참여를 촉진시키기 위해 2007년 제1기를 시작으로 고객대표제가 실시되었습니다. 일반 고객들의 참여가 지상과제가 되면서 코레일은 당시 17개 지사에서 각 50명 이상의 고객대표를 뽑아 1000명 선으로 고객대표를 늘렸습니다.

코레일에서는 '고객과 함께 호흡하는 열린 철도서비스경영 구현 및 KORAIL 고객대표로부터 받은 평가를 바탕으로 서비스 개선에 활용하고 고객만족 경영활동에 기여' 라는 목적 아래 고객대표제를 운영하고 있습니다.[각주:1]
고객대표의 세부적인 활동은 다음과 같습니다.


이런 목적 하에 올해로 4년째를 맞는 고객대표제입니다만, 개인적으로 이번만큼 고객대표제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는 경우는 정말 처음 봅니다.
이제까지의 3년 동안 해결한 것은 고작 1기 때의 회장-부회장-총무 체제로 인한 고객대표 체제의 계급화 문제였습니다.
아이디어톡톡이나 자유토론방, 깨진유리창 찾기 등에 올라오는 의견들이 이렇게 쉽게 묵살되는 경우는 처음 봤고, 또 의견을 반영하거나, 의견들을 통해 몇몇 부분에서 태만했던 자신들을 반성하기보다는 그 태만의 이유를 설명하기에 급급한 모습도 예전에 비해 훨씬 더 심해진 모습이었습니다. "그건이렇습니다" 게시판이 4기 고객대표에 처음 생긴데다가, 갑자기 멀쩡한 데 있던 글들도 저리로 옮겨 가서 사람들을 놀래키는 경우가 정말 잦았습니다.
특히나, 고객대표들이 주로 활동하는 공간인 고객대표 홈페이지도 자주 불안정한 모습을 보여서 골치아플 정도입니다. 코레일 고객대표 홈페이지는 4월 중에 서버 불안정 문제가 심해져서 결국 서버 이전 작업을 거쳤습니다. 고객대표 홈페이지가 서버를 옮길 때도 말이 많았던 게, 벌써 2월부터 이용자들이 계속 불편을 지적하고 있었는데도 4월까지 가서야 서버를 이전하였다는 것입니다.
이러한 모습들은 고객대표에 선발된 철도동호인은 물론, 고객대표로 선발되어 제대로 활동하려는 일반인들에게도 그닥 좋은 인상을 주지 못합니다. 자기 딴에는 나름대로 개선의견을 올렸는데 최소한의 피드백조차도 없는 모습을 본다면 이들이 과연 어떻게 생각할까요?

특히나 고객대표를 운영하는 코레일 여객본부 영업지원팀과 각 지사 영업팀 CS코치[각주:2]의 업무가 상당히 과중되어 있다는 것도 고객대표제 운영을 어렵게 만드는 요소입니다. 2010년 제4기 고객대표 운영에 있어서 여객지원팀에서는 이전 고객대표 활동이 예고제가 아니어서 행사를 참여할 수 없다는 불만사항이 들어오자 "활동계획" 제도를 도입합니다. 그렇지만... 2010년 5월 13일 현재 게시글이 겨우 9개입니다. -_-;; 그마저도 가장 최신 글이 2010년 4월 23일이군요.
지사를 담당하는 CS코치들은 일반 VOC(고객의소리)까지 챙겨야 합니다. 일반 VOC 응대해주랴, 그리고 각 역에 서비스 모니터링 나가랴, 지사 주최 행사 기획하고 필드 뛰랴. 그러다 보면 고객대표에 챙길 만한 시간이 없습니다. 덕택에 고객대표 응대 전담직원을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하고는 있지만, 인력 사정상 그것도 굉장히 어려운 듯하더군요.



경영진의 생각이 "철도에 대한 우호고객을 늘려야 한다"라는 것은 확실합니다. 개인적으로 김해진 감사님을 만날 기회가 있었습니다. 그 때 철도를 그래도 조금 더 아는 사람들(철도동호인들이 되겠죠) 위주의 전문화된 고객대표의 활동을 바라는 듯하는 말을 하고 있던 저에게 그 분은 이렇게 이야기를 하시더군요.

"고객대표를 통해 우호고객을 늘릴 수 있다면 그것으로 이미 목적은 달성된 것이다."

지금 현재의 고객대표제를 가지고는 코레일에서 의도했던 우호고객의 증가를 어떻게 이루어 낼 수 있는지 조금은 의문스럽습니다. 개인적으로는 코레일이 조금이라도 빨리 이 운영상의 문제와 여러 실수들을 직시해야 하며, 고객대표제를 제대로 운영할 생각이 있다면 속히 개선안을 만들어 고객대표 운영 과정에 반영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사실, 좀 시일이 급한 것 같네요. :(
 
  1. 코레일 고객대표소개 : http://krc.korail.com/sub/krc210/krc211.asp [본문으로]
  2. Customer Service Coach의 약자입니다. 코레일 안에서는 그냥 CS코치라고 하더라고요.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