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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sonic/생각나는대로

이제는 나의 길을 향해서.

오랜만에 하는 포스팅이 나름 굉장히 진지한 포스팅이 되어버렸다.
나름 지금까지의 내 주변에 대해서 짧게 정리해 보고 앞길을 어떻게 갈지에 대해서 썼더니만... A4용지 2장에 달하는 글이 탄생해 버렸다는 것이 나로서도 약간은 믿기지 않는다. 음. 이것도 대학생활에서 얻은 생각 외의 내공이라면 다행이지만, 정작 레포트를 쓸 때마다는... 그게 안 된다 -_-....

여튼, 아래 쓰여진 몇 가지 고민들 때문에 나는 이 포스팅을 쓰기로 결심했다.

# 1. 철도동호인이 된 이후...
이전까지의 포스팅들에서도 확인할 수 있는 것들이지만, 난 철도에 정말 관심이 많다.(스스로 ‘철덕’이라고 말하는 사람이 왜 이런 소리를 하는지는 모르겠지만) 그 관심을 따라 나는 2003년에 MEIS-존메트로를 통해 철도동호인의 대열로 입문했다. 나는 항상 다른 사람들이 나에게 철도동호인 사회에 입문하게 된 계기를 물을 때마다 그 이유로 ‘철도의 운영 메카니즘이 어떻게 되는지가 궁금했다’라는 것을 댄다.
지금까지 내 나름대로는 철도동호인 사회를 경험하면서 봐야 할 꼴 보지 말아야 할 꼴 가리지 않고 다 본 것 같다. 물론 난 철도동호인 사회에서 활동하면서 수많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사람들과는 지금까지도 인연을 이어 가고 있다. 또 지식 면에서도 유용하든 유용하지 않든 많은 지식들을 얻었고, 지금까지도 유용하게 그 지식들을 활용하고 있다.
그렇지만 수많은 개통식들. 그리고 그때마다 이리저리 난리를 피우던 이른바 ‘철싸대’들을 볼 때마다, 또 인터넷 활동에서도 여러 (좋은 의미로든, 좋지 않은 의미로든) 유명한 동호인들이 철싸대의 그것과 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것들을 보았을 때마다 나는 화가 났다. 그리고 제대로 알지도 못하면서 날뛰고 있는 듯한 나의 모습을 보면서도 썩 기분이 좋지는 않았다. 그들처럼 되지 않으려면, 적어도 이상한 사람으로 기억되지 않으려면, 그리고 그 사회에서 나름대로 입지를 쌓아올려 인정을 받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그런 류의 생각들이 지금까지도 머릿속을 계속 오가고 있었다.

# 2. 2005년 오송 그 이후
2005년 오송 관련 논쟁에 여론을 주도하는 위치에 서서 참여했다. 2005년의 그 일은 나의 이름이 철도동호인 사회에서 알려지게 한 하나의 계기가 되었다. 그리고 나의 지금 가려는 ‘철도정책인’의 길을 닦아 준 하나의 계기이기도 했다. 또 이 덕분에 지금의 디시인사이드 철도 갤러리에서 내가 현재 활동이 적음에도 무시받거나 하지 않는 이유가 되었다.
그렇지만 논쟁이 계속되는 과정에서 나의 ‘고장난 레코드’(당시에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지만, 지금 와서 보면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든다.)식 의사소통 덕택인지, 몇몇 사람들에게 ‘찍히고’, 또 ‘별을 달았다’. 그리고 그 유산은 지금까지 나를 괴롭혀왔다. 대학에 들어온 이후 만난 철도동호인 몇몇은 나를 심하게 갈궈 댔다. 왜 벌려 놓은 일조차도 해결하지 않는가 하면서 수없이 나를 갈등 속에 빠트렸다. 도대체 나보고 어쩌라는 것인가? 지금 와서 어찌할 수는 없는 일 아닌가?
그렇긴 하지만 그 과정 속에서 나는 지금까지 내가 철도동호인 사회에서 추구했던 ‘지역이기주의 연구자’의 길이 너무나도 편협하고 미시적인 관점에서 나왔던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해 보게 되었다. 내가 정말로 가고 싶었던 철도정책인의 길을 가기 위해서는 좀더 넓게 봐야 한다는 생각을 마음속에 담아 두면서, 지금도 나는 그 시야를 넓히기 위해 나름의 고민들을 하고 있다. 주전공이 사회학이기는 하지만, 지리학을 복수전공하기로 결정하고 지리학 과목들을 더 많이 들은 것도 결국은 그 고민의 일환이다.

# 3. 대학생활에서 담았던 고민들
이제까지는 대학생활을 해 오면서 도대체 내가 어떻게 살아야 하나, 그것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하는가에 대해서 고민해온 바는 그리 많지 않았다. 그보다 나는 중고등학교 때까지 제대로 신경쓰거나 할 수 없었던, 다른 사람과 어떤 관계를 어떻게 맺느냐에 대한 문제에만 신경을 쓰고 있었다. 덕택에 내가 할 수 있었던 공부는 그리 많지 않았다. 한마디로 지금까지 나는 공부보다는 노는 데 몰두하는 이른바 ‘양아치’ 대학생으로서 지난 2년을 보내 왔던 것 같다.
하지만 이제 어떠한 길을 가야 하는가에 대한 나름의 확신이 점차 서 가는 기분이다. 인간관계 면에서도 이제는 두 학번이나 차이가 나는 새내기를 바라보면서, 그리고 이제까지 쌓아 놓았던, 믿고 있었던 인간관계에서 치명적인 금이 가 있었다는 사실을 자각하면서 필자는 지금까지 세우고 있었던, “악의적인 대우를 받지 않는 인간”이라는 기대는 슬슬 접어야 한다는 기분이 들고 있다. 정말로 이제는 공부해야 할 때인가.


이젠 내가 품었던 여러 가지 주제들을 뒤로 하고 정말 확실하게 나의 길을 갈 때가 된 것 같다. 이에 나는 대학원으로 진학하는 것을 결심했다. 하지만 주전공을 살리는 방향으로 가지는 않는다. 대신 복수전공인 지리학 쪽을 팔 생각이다. 지리학만큼 나의 정체성을 드러내기 좋은 학문이 없고, 또 내가 관심 가는 주제들도 전부 그쪽에 있기 때문이다.
사실 이제까지 내가 했던 지리학 쪽의 공부는 공부 취급을 받기에는 너무나도 부족하다. 너무도 미시적이었고, 너무도 편협했다. 집에 호남고속철도 관련 자료를 어느 정도 쌓아 놓았다는 말을 하면 뭐하나. 그것만으로 평생 먹고 살 수는 없다. 또 철도공학 관련 서적들이 내 책장 한 켠을 차지하고는 있지만, 그것이 어느 정도나 내가 앞으로 갈 길을 잡아 줄까? 지금까지 내가 가지고 있었던 시선들을 기반삼아서, “오송”보다는 “철도”로, “철도”보다는 좀더 거시적인 교통 관련 문제들로 나의 시선을 옮겨야 앞으로 내가 사회에 도움이 되는 존재가 되지 않을까.
물론 지금의 내 전공인 사회학이 앞으로의 내 직업 선택에 미칠 영향을 부정하려는 생각은 추호도 없다. 지리학이라는 학문은 다른 학문이 쌓아 놓은 기초 위에서 자기 학문의 정체성을 드러낸다. 그러니만큼 지금의 주전공인 사회학에 대한 공부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 나의 관심사가 이미 옮겨 가버린 듯한데다 아는 것도 별로 없고, 글솜씨조차도 워낙 마땅찮기 때문에 사회학에 신경쓰는 것이 조금은 힘들지 모르겠지만.

일단 지금은 졸업까지 36학점 남았고, 졸업 후에는 소위 임관으로 얼마간 공부와는 떨어져 지내야 하는 학부생의 위치에서 최선을 다할 생각이다. 이제까지 신경쓰지 못했던 공부에도 조금더 몰두하고, 이제까지 바빠서 최신정보를 접하지 못하고 손을 거의 놓다시피 했던 철도동호인 활동도 이제는 제대로 해야 하지 않겠는가.
한 번의 잘못된 접근으로 인해 논쟁에 참여하는 것이 골치아픈 일이 되어 버리기는 했지만, 철도동호회 내의 여러 분과에서 벌어지고 있는 각종 논쟁에도 나름 적극적으로 참여해 볼 생각이다. 논쟁들에서 우세한 결과를 얻을 수도 있고 물론 그 반대의 결과도 얻을 수 있지만, 논쟁들에 참여하면서 얻는 피드백들은 나를 단련시킬 것이다.

2013년 2학기에는 중위로 군대에서 제대하고 난 후 대학원에 복학해서 ‘철도 중심의 교통세상’을 꿈꾸며 교통지리학에 몰두하고 있는 나를 기대해도 좋을 것 같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뒤에서 지켜보고 있다는 사실을 언제든 잊지 말아야겠다. 그리고 지금의 내 다짐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