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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sonic/생각나는대로

코소가 바라보는 아프간 피랍 사태.

※ 중간중간 편집하면서 썼고, 또 피곤한 상태에서 글을 작성했기 때문에 앞뒤가 제대로 이어지지 않을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서는 양해 부탁드립니다.

어제 드디어 아프간 피랍자들을 석방하기로 합의되었다는 기사를 접했다.
하지만 이제까지의 언론 태도라든가, 기타 등등에서 나는 정말 씁쓸함을 감출 수가 없었다.

한민족복지재단과 인터콥이 관여된 "2006 아프간 평화축제". 그 때 정부는 종교단체의 행사 때문에 우리나라 사람들이 신변에 위협을 받을 수 있고, 또 국제적으로 비난을 받게 될 것을 우려해 이 행사를 연기 혹은 취소시키려고 애를 썼다. 그런데 우리 정부가 전세기 비용까지 지원해서 귀국을 종용하는 등 행사를 말리고, 또 아프간 정부까지 자국의 사정 때문에 나서서 행사를 취소시켜 놓으니까는, 이 분들은 공식적으로 자기네들 홈페이지에서 정부를 비난하고,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걸겠다고 날뛰었다.
이렇게 자기네들의 행사가 좌절되어도 아프간 복음화의 꿈을 버리지는 못했기 때문인지, 그렇게도 "아프간은 위험하다"는 말을 귀에 못이 박히도록 들었으면서도 한민족복지재단은 또 단기선교를 준비한다. 그렇게 떠난 선교팀 중 한 팀이었던 이번 '봉사(?)단'은 결국 탈레반에 납치되었다.[각주:1]

그런데 이렇게 단기선교를 보냈던 분들은 이렇게 피랍 사태가 터지고 나서 자신들이 책임을 지겠다고 나서기는 커녕, 도리어 책임자를 숨겨 가면서 책임을 회피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거기에다가 또 자신들은 "아프간에서 우리가 한 일은 봉사활동이다"라고까지 주장하기도 하였다. 그리고 우리 언론이나 포털 사이트 등은 누리꾼들이 그 사태를 만든 원인과, 그 사태를 일으킨 사람들에 대해 비난과 비판을 하는 것도 차단하려고 애를 썼다. 이들도 선교 행위를 봉사 활동이라고 끊임없이 왜곡했고, 또 아프간 피랍 사태에 관한 누리꾼들의 비난 여론이 확산되자 포털은 글을 쓴 사람들의 글쓰기 권한을 정지시키는 등의 조치를 취했다. 이러한 식으로 누리꾼들을 누르려는 일이 잘 되지 않자 우리 언론은 누리꾼들의 자질을 의심하는 기사를 작성한다. 오죽했으면 누리꾼들을 '막장 찌질이'로 매도하고, 사설로까지 이 이야기를 했을까.[각주:2] 또 언론은 피랍자 사태가 진행되는 와중에 피살된 인질들이 발생했을 때 피살된 이들을 영웅시하며 온정주의를 부추겼다. 사태의 본질을 아는 국민들은 이러한 쓸데없는 일을 원하지도 않는데.
차라리 해외 언론을 믿는 것이 더 낫겠다는 생각들을 많이 하게 되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타임 지의 이 기사가 이번 사태를 제대로 말해 주었다고 생각한다.

아무리 정부의 말을 듣지 않았던 사람들이더라도 일단 대한민국 국민인 이상 정부는 자국민 보호 차원에서 납치된 국민들의 조속한 석방을 위해 애를 써야 했기 때문에 (테러 단체인 탈레반을 인정하게 될) 탈레반과의 직접 협상까지 해 가면서 결국은 몇 가지 조건에 합의하여 19명의 인질을 석방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물론 그들도 우리 언론에서 영웅화되었고, 9시 뉴스에 다른 뉴스를 충분히 계속할 수 있는 시간에 금메달리스트들처럼 간략한 신상 관련사항이 보도되었다. (나는 춘천에서 서울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이 뉴스를 듣고서는 목소리를 내어 가며 "저것들 제정신이야" 하며 욕을 했을 정도였다.) 이렇게 대한민국의 국제적인 위신은 땅에 떨어지고, 대한민국 사람들이 해외에 나가면 납치 1순위가 될지도 모르는 상황이 오고야 말았다.

이렇게 석방이 이루어지고서 보니, 이제 개신교인들은 "주님 감사합니다"라고만 하지, 그 동안 피랍자 석방에 애쓴 정부에 대해서 죄송하고 고맙다는 식의 언행은 찾아볼 수가 없다. (솔직히 예상했던 일이다.) 이를 통해 생각해 보면 피랍자 사태가 끝나면 맞겠다던 회초리는 "끝났는데 왜 그러냐"는 식으로 물타기할 것이 뻔히 보인다. (실제로도 다음 아고라 같은 곳에 가 보면 벌써 그러한 반응들이 보인다. 에휴.) 이번 사태를 통해 깨달은 바들이 있다면 분명 개신교인들 사이에서 어떻게든 단기선교를 떠났던 개신교인들에 대한 이야기들이 공론화되어야 할 텐데 말이다. 솔직히 지금의 이야기들을 공론화 수준으로 보기에는 좀 미흡하지 않은가.

일단 여기까지는 그냥 평어로 이야기를 진행했다.
이제는 문체를 바꿔서 몇몇 집단들에게 하고 싶은 말을 여기에 써 보려 한다.


간단하게 속칭 'NL'이라 불리고 있는 분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다.
여러 학교에 이번 피랍사태에 관한 대자보가 붙었던데, 여러분은 이번 사태를 어떻게 보시고 대자보를 붙이신 것입니까? 이번 사태를 지켜보는 한 누리꾼의 입장으로써, 정말 여러분들의 시각의 방향이 안타까웠습니다. 저는 이번 아프간 피랍 사태의 본질은 탈레반이 우리나라 사람인 줄 모르고, 개신교인들인지 모르고 납치를 했다고 하는 사실은 차치하더라도 결국은 '한국 개신교의 무분별한 교세 확장 시도의 결과'라고 생각합니다. 그 배후에는 미군이라는 (적어도 한국 개신교인들에게는) 든든한 존재가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저는 '한국군이 파병되었다'와 '한국 개신교인들이 납치되었다'는 직접적인 관련이 없다고 생각합니다. 여러분들의 다른 주장들에는 수긍할 수 있는 부분들이 많지만, 이번 피랍사태에 대한 것에서만큼은 '좀 아닌' 것 같아 이렇게 말을 꺼내 보았습니다.


저기요, 이 행사 주도하신 한민족복지재단과 인터콥 여러분. 그리고 피랍자 여러분.
정부의 경고를 무시하고 간 사람들의 일이 나라 안에서 비난 여론에 직면했을 때도 그걸 보호해준 게 정부일 정도로 그들은 할 일을 다 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당신네들의 우두머리가 주장했던 바처럼 책임은 당신들이 지시는 게 마땅한 것 아니겠습니까?
"만약 잡혀간 게 당신네 가족이라면 어떻겠느냐"라는 말을 하시는 분이 계실지도 모르겠군요. 그렇지만 저의 대응은 이번 사태를 바라보는 대부분의 누리꾼들의 반응과 다르지 않을 것입니다. 저라면 정부가 말리는 그런 위험한 곳에는 가족의 다리를 부러뜨려서라도 보내지 않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1. 물론 어디에서 소문처럼 퍼진 것 중 "이번 아프간 선교단을 돌려보내기 위해 전용기 보내 가며 말렸다"는 말은 이번 사태에 국한해서는 거짓말이다. 하지만 이전에 실제로 이런 일이 있었고, 또 그 일과 이번 일에 한 단체가 같이 관여되어 있으므로, 그러한 이야기가 나오는 것도 무리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본문으로]
  2. 이 기사를 쓴 한국일보 김정우 기자는 2007년 08월 11일, 광화문 도로원표공원에서 있었던 디씨인사이드 종교 갤러리의 "아프간 피랍사태 언론 왜곡 반대집회"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 곳에서 그는 "누리꾼들을 찌질이로 매도하는가"라는 집회 주최자들의 질문에는 "일부 누리꾼들이 그런 모습을 보였지 않느냐"라며 자신의 견해를 밝혔고, 개인 자격으로 몇 가지 질문을 해 갔다. 하지만 내가 보기에 그 기사에서 누리꾼에 대한 내용은 충분히 "전체 누리꾼"으로 해석될 수 있는 여지는 남는 것 같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