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머리도 식힐 겸, 방랑벽도 풀어낼 겸 답사를 많이 다녔습니다.
워낙 다니는 폭이 넓다 보니 주말 2~3일 동안 1,000km씩을 운전하게 되는데, 그래도 알뜰살뜰히 '지금이 아니면 기록할 수 없는, 기록하기 어려운' 것들을 많이 보고 있습니다.
곧 거의 볼 수 없게 될 철도노선과 새로운 철도노선을 중심으로 어떨 때는 계획적으로, 어떨 때는 그냥 생각 없이 다니면서 이것저것 많이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우연히 좋은 풍경에서 사진을 찍기도 하고, 어떨 때는 생각없이 다니다가 좋은 풍경과 좋은 포인트를 놓치기도 했지만, 그것이 무지성 답사의 묘미 아니겠습니까. :)
왜 방랑벽 얘기부터 시작했냐면, 이제는 인생을 걸어야 할 정말 중요한 과제가 하나 제 앞에 놓여 있기 때문입니다.
졸업논문으로 시도해 볼 주제도 제대로 못 잡고 있었던 시기이다 보니 무작정 제가 좋아하는 답사와 지방투어를 여러 주에 걸쳐 마음 가는 대로 했던 것이죠.
한국항공대학교 항공교통물류학과 박사과정 코스웍에서는 60학점을 채워야 하는데, 저는 전적대(서울대)의 석사과정으로 24학점을 인정받아서 추가 이수학점이 36학점이었습니다. 이 때문에 4학기를 전부 9학점씩 꽉꽉 채워 들었고, 저는 이번 학기가 코스웍 마지막 학기입니다.
그리고 영어성적은 입학할 때 이미 졸업 기준을 넘겼으니 1학기 때 제출하였고, 4학기 때 하는 종합시험은 이수했던 과목들의 성적으로 면제처리되었고. 이제 연구발표 실적 점수가 남아 있네요.
연구발표 실적 점수까지 클리어하면 박사수료(Ph.D. Candidate)가 되고, 저에게는 정말 박사학위 청구논문만 남게 됩니다.
우리 과의 내규는 박사학위 청구논문 제출 요건을 이렇게 정의하고 있습니다.
(미래항공교통학과로 이름을 바꾸어서 2024년부터 신입생을 받고 있습니다만, 항공교통물류학과를 모체로 약간 과정을 바꾼 과이다 보니 내규가 거의 그대로 갑니다. 외부에서 검색으로 이 글을 읽으시는 분들이라면 참고하세요.)
7. 학위논문 발표 및 심사
⑥ 박사학위 청구논문을 제출하려면 60학점(석사과정 교과학점 포함) 이상 교과학점 이수 및 영어시험, 종합시험에 합격하고 예비발표에 합격한 자로서 연구발표 실적이 아래 기준표에서 10점 이상 득해야 하며, 이중 적어도 1편의 논문을 SCI급 국제학술지(프로시딩 포함), SCOPUS급 국제학술지(프로시딩 포함), 국내 등재 및 등재후보 학술지 또는 기타 국제학술지에 주저자로 발표하여야 한다. <2019.09.01.적용>
다른 것은 어떻게 채워도 상관이 없어서, 저는 학술발표 2건으로 6점을 확보한 상태입니다. 9월 28일에 한 대한교통학회 학술발표회 발표로 3점, 그리고 3학기째에 항공보안론 과목에서 썼던 텀페이퍼를 한국항공경영학회에 11월 8일에 발표하여 3점입니다. 다만 최소 국내 등재 및 국내등재후보 학술지에는 주저자로 발표해야 한다는 조건을 채워야 하는데, 이게 5점을 차지합니다. 이것까지 해내야 논문 점수를 완전히 채우게 되죠.
대한교통학회에 발표했던 것을 학회를 잘 골라 투고하려 하는데, 이번달 안에는 투고를 해야 올해 안에 게재가 승인이 나든 말든 할 것 같습니다. 다만 아직은 잘 될 것이라고 장담을 할 수가 없네요. 게재가 될 수 있다고 자평하는 것하고 실제로 실어 주는 것하고 어떻게 같을 수가 있나요.
일단 박사 정규학기 내에 해야 할 웬만한 것들은 클리어했기 때문에, 저는 이제 박사학위 청구논문 준비를 시작했습니다. 사실 박사학위 청구논문 준비는 풀타임이었으면 꿈도 못 꾸었을 타이밍에 시작하고 있습니다만, 다행히 지금 저는 파트타임입니다.
일단은 지도교수님께는 주제에 대한 말씀을 드렸고, '좋은 주제인 것 같은데, 조금 더 고민해 보고 결정하자' 정도의 답을 얻은 상태입니다. 아직은 주제에 유동성이 있는 상태이지만, 일단은 해당 주제에 관한 논문을 찾아보라고 하시니 이 주제로 간다고 확정된 것처럼 생각하고 달려 보는 것도 괜찮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이제 박사학위를 향한 레이스를 본격적으로 시작해 보고자 합니다.
이제 잊어버리지 않도록 작업일지를 쓰면서 내 일정에 대해서 끊임없이 점검하며, 본업인 회사 업무도 소홀히 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할 때입니다. 본업과 부업을 바꾼 채로 일하는 것은 업(業)에 대한 예의가 아니니까요.
2021년 10월 21일, 박사과정 진학을 앞두고 교수님 면담을 위해 한국항공대학교를 처음 찾아갔던 날이었습니다.
마침, 대한항공 OC에 오랫동안 방치되어 있던 HL7240(A300-600) 항공기가 조립되고 있었습니다.
2018년 당시 계류장 안전관리 근무를 하던 저는 HL7240 항공기가 대한항공 OC(Operation Center) 지역 계류장에 꽤 오랫동안 가만히 놓여 있는 모습을 보며 '저걸 대체 어디에다가 쓰려고 저러나...' 하는 생각을 했지만, 지금은 저 항공기가 나름 한국항공대학교의 랜드마크로 자리잡은 모습을 보면서 학교를 다니고 있습니다.
분절이 있는 것 같았지만 결국 나의 인생은 하나의 긴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지금까지의 내 흐름은 나쁘지 않았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또한 인생의 긴 흐름이 내 자신을 또 어디로 이끌고 갈지는 잘 모르겠습니다만, 하지만 지금 제가 느끼는 것들은 굉장히 긍정적이라는 것 정도는 알겠습니다.
굴곡이 약간 있더라도 지금은 내 앞길이 순조로워 보입니다. 앞으로도 모든 것이 순조롭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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