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rsonic/내이야기

세상보기 I

※ 생각나는대로 그냥 막 쓴 글입니다.

※ 동일한 글이 다른 곳에도 올라가 있습니다. ('17.1.2) 티스토리 서비스 종료 가능성을 대비해서 옮길 만한 장소를 찾고 있기 때문입니다.


어느새 서른이라 그런가, 요새따라 여러 종류의 생각들이 머릿속을 오갑니다.

이런 류의 이야기를 할 만한 벗들이 전화를 받지를 않아서 (......) 아무래도 그냥 블로그에다가 풀어놔야겠다 싶어서 그냥 글을 끄적거려 봅니다.

어차피 요즘 블로그 쓸 때는 이런 거 가끔 쓰고자 올리는 일이 많아서...

​일단, 오늘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 마디로 요약하는 짤은, 이겁니다.



#

저 사진은 고시엔 구장을 나와 우메다梅田로 향하는 열차에서 본 광고입니다. 저 '응원단'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거의가 치마를 입고 있습니다.


#

甲子園野球「女子マネはグラウンドに入っちゃダメ」ノック練習手伝いから追い出し

고시엔야구「여자 매니저는 그라운드에 들어갈 수 없다」 노크연습 보조에서 추방 ('16.8.4)

(일본어 기사)





여름에 일본에 갔다가 위에서 보여준 저런 모습들을 접했습니다. 이런 것 말고도 어느 벗에게 들은 이야기는 저를 좀 아연하게 만들더군요.

"일본 대학생들하고 교류회를 하는데, 얘네들 성역할이 이미 상당히 고정된 모습이더라. 내가 물 따르려니까 여학생들이 이거 자기들의 역할이라고 물을 뺏더라"


최근 회사에서 보는 것들도 이거랑 크게 무관하진 않습니다.

구체적으로 말하는 것은 무리가 있겠습니다만, 특정한 틀에 성별을 가둬놓고 있는 느낌이 정말 강하게 왔습니다. 듣는 제가 불편할 정도로요. (개인적으로 그런 대상화는 하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다행히 생각이 통하는 사람들하고는 이야기를 해 볼 기회가 있었고, 그런 면에서 생각이 같음을 확인한다는 것은 괜찮은 일이었던 것 같습니다.


확실히 느끼는 것이지만, 이러한 성역할의 고정 풍조가 여성뿐만 아니라 남성들에게도 상당한 악영향을 주는 것은 사실인 것 같습니다. 여성이 대상이라면 남성이 주체라는 이야기인데, 그 역할에 요구되는 가치관을 받아들이지 않으려는, 혹은 그 가치관과는 조금 다른 생각을 가지고 있는 사람에게는 이게 신념에 대한 고문으로 다가오겠지요. "이것도 못 하냐" 혹은 "남자가 돼서..." 하는 이야기들이 괜히 나오는 것은 아닐 거예요.


제 가치관은 남성이든 여성이든 모두 같이 가는 사람들이며, '최소한의 인간에 대한 예의를 지켜야 한다'이기에, 그냥 이런 모습을 보고 불편할 수밖에 없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에 인간으로서 객체가 어디 있습니까.

다만 불편하다는 감정을 느끼는 이상 제가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하지만 이렇게 아무 것도 못하는 과정에서 또 누군가는 최소한 불편함을 느낄 것이고, 피해를 보는 경우도 생기겠지요. 강한 멘탈로 그냥 시대가 변하길 기다려야 할까요, 아니면 그냥 지금 목소리를 내어야 할까요. 그 부분까지 생각하니까 또다시 불편해지더군요.


12월 중순에 제가 페이스북에 잠깐 썼던 글 마지막 꼭지를 넣으며 이 글을 마칠까 합니다.

최근 내 현역 군인 시절에 있었던 여러 성추문들을 들으면서 (그때 그 근처에 가지도 않았던 것을 정말로 다행스럽게 생각한다.), 또한 모임자리에서 벌어지는 여러 일들을 보면서 너무 느린 세상의 변화로 인한 고통을 여성들이 그대로 짊어지고 가야 한다는 것을 느낀다. 이런 상황에 나까지 불편함을 느끼고도 내 자신이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내 마음을 더 무겁게 한다. 프로불편러도 아무나 하는게 아니구나.


'Korsonic > 내이야기' 카테고리의 다른 글

무안국제공항 이야기 I  (0) 2019.06.25
이러고 삽니다.  (0) 2017.03.11
부산행 소회.  (0) 2016.10.22
블로그, 돌아는 갑니다!  (0) 2016.01.11
짤막한 교대근무 이야기  (1) 2015.10.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