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Korsonic/내이야기

잠이 오지 않는 어느 날, 2022년 12월 어느 날을 돌아보며

웬일로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다.
어쨌든 다사다난했던 2022년은 직장 내 괴롭힘이라는, 무안공항에서의 결정적 사건을 통해 끝나 버렸다.
그 이후 완전히 새로운 시작을 꿈꾸면서, 나의 진로에 대한 염원과 향후 거취의 불안을 담아 이것저것 했던 이야기들이 있다. 내 목표는 어떻고, 단기적으론 뭘 어떻게 하고 싶다는. 구체적으로 설명하진 않겠다. 직접 들으시길.
그 중 일부는 실현되었고, 일부는 심연 속으로 들어가버렸지만, 심연 속으로 들어갈 뻔했던 것들 중 일부는 주변 사람들 여럿의 도움을 받아 뭍으로 끄집어냈다.

회사에서의 현 포지션과 관련해서 아직 무안에 남아 있는 후배 하나가 최근에 이런 말을 한 적이 있다.

과장님. 그렇게 자신감 있게 이야기하시더니, 지금은 많이 다른 길을 가고 있네요.
그 때 어디로 간다느니 그런 류의 말은 왜 하셨던 거예요?

 

솔직히 그 말은 납득이 간다. 내가 자신있게 이야기하던 길과는 확실히 다르니까.
후배의 그 말은 세상을 바꾸러 가고자 한다 라는 말의 무게가 그렇게도 가벼운가 하는 질책이었을지도 모른다.

나는 2022년 말 당시 어느정도 일이 해결되고 나서는 내가 생각했던 최상의 시나리오를 말하고 있었다.
(자평일지도 모르나) 어떻게든 원하던 방향으로의 전개를 만들어냈다는 나름대로의 자신감은 있었으니까.
우여 곡절 끝이었지만 어쨌든 전과(戰果)가 있다. 그리고 상황이 나에게 유리하다.
이렇게 생각하고 나는 전과확대를 생각했던 것이다.

그렇지만 그 모든 시나리오는 지나 봐야 아는 일이라는 사실을, 사건들이 있을 당시에는 과소 평가하곤 한다.
전과확대에 대한 생각들은 돌이켜보니 결국 내 자신을 자의식 과잉 상태에서 떨쳐내려는 몸부림이었을지도.
요즈음 말을 하곤 하지만, 나는 100억을 주고도 너도나도 모셔가려 하는 FA 스타인 양의지나 나성범 같은 사람이 아니라는 사실을 늘 새겨야 한다고 생각한다.
인생은 나 혼자 모든 것을 결정하고 모든 길을 가는 것이 아니고, 항상 상호작용의 연속임을 기억해야 하지만,
나는 2022년 말, 그런 정상적인 반추가 마비될 정도의 자의식 과잉, 혹은 자아팽창을 겪었던 셈이다.

결국 나에게 돌아온 결과물은 첫 발령 부서, 첫 위치로의 원대복귀였지만,
다행히 무안에서 생활할 당시 생각하던 것들과는 많이 달라서 사실 재미있는 일들의 연속이다.
매일매일 즐겁다고 하는 것은 사실 거짓말이겠지만,
알게모르게 쌓아 뒀던 인적 자산들이 어떻게든 내가 빛을 발할 준비를 하게는 하더라.

그리고 어떻게든 박사과정을 시작했고, 이제 그 첫 학기가 정말로 끝을 앞두고 있다.
허겁지겁 해치워야 했던 일들, 그로 인한 후유증도 상당히 많았지만 아무렴 어떠랴.
결국 실무적인 동기부여가 제대로 되지 않았던 석사 시절과는 조금은 다른 전개를 보고 있다는 것이 날 다행스럽게 한다.


웬일로 잠이 잘 오지 않는 날이다.
과연 이제 내 앞에는 어떤 일들, 어떤 사람들이 기다리고 있을까.
그리고 그 길 가운데에서 나는 정신줄을 잘 붙잡고 내 목표대로 앞으로 갈 수 있을까.

사실 인생에 총론만 세워놨지 각론은 세운 적이 없었고, 각론없음에 대한 걱정을 동기들에게 꽤 많이 한탄했던 기억이 나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각론 없이 사는 것이 나쁜 것만은 아니었던 것 같다. 돌이켜보니 어떻게든 총론을 완성하기 위해 부족함을 채우면서 아둥바둥하는 내가 있더라.
그리고 웬일로 내 인생의 총론이 실현 가능해 보이는 것은, 그냥 나만의 착각은 아니었으면 좋겠다.

전 축구 국가대표 기성용이 그랬었나? 답답하면 네가 뛰라고.
난 정말로 답답해 죽겠다. 답답해 죽겠으니까 내가 뛸란다.
하지만 지금 내가 당장 나설 수 없다는 것은 내가 더 잘 아니, 15년 동안 내가 그 수준에 맞는 발전을 시도해 보련다.
진짜 갈등의 조정이란, 진짜 교통이란 어떤 것인지를 똑똑히 보여줄 수 있을 정도의 성장을 반드시 이루어 낼 테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