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디카를 빌려서 오송역에 다시 한번 갔다왔습니다. 3년 만이네요. 이번에는 자주 빌리던 삼성 GX-1s가 아니라 다른 후배녀석의 D200을 빌린지라, 사진의 질이 그리 좋지 못합니다. D200이 저에게 과분한 건지, 아니면 제가 이 디카를 처음 다뤄서 그런 건지. 일단 DSLR 카메라 사이즈가 조금 커지니까 감당을 못 하고 화밸도 이상하게 맞춰서 사진이 참 좋지 않게 나왔습니다.
이번에는 오송역 가기에 상당히 괜찮은 정보도 하나 넣어 봤습니다. 시간이 잘 맞았기 때문인지, 오송역으로 접근하기에 굉장히 좋은 노선도 파악했거든요. 사진이 30여 장이나 들어 있어서,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으로 접힘처리를 했습니다.
계절학기도 막 끝났고, 집에서 빈둥대고 있던 전 아무래도 전환의 계기가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운임이 그렇게 높은 곳도 아니었던데다 철도회원 포인트도 충분했고, 또 최근에 있었던 '오송역 착공'이라는 이슈까지 있었기 때문에 한번쯤 내려가 볼 만했습니다.
제가 카메라를 빌린 후배녀석은 공덕역 근처에 살고 있습니다. 링크에 있는 쥐(kaoru244) 녀석이죠. 오후 2시에 그 녀석을 공덕역에서 보기로 하고서는 오후 1시에 버스를 타고 집을 나섰습니다. 370 → 260 환승으로 지하의 어둠보다는 도심의 밝음을 보면서 공덕역으로 도착.
후배에게 디카를 인수받고, 전 그 녀석과 함께 마포역 정류장까지 이야기를 하며 걸어갔습니다. 디카를 일요일까지 빌릴 수 있냐고 물었는데, 불가능한 건 아닌데 가능한 한 빨리 돌려줬으면 좋겠다더군요. 알았다고 하고서 저는 마포역에서 곧바로 버스를 타고 영등포역으로 향했습니다. 영등포역에 도착해서는 조치원까지 가는 표를 포인트로 결제하고, 또 내려가서 식사, 교통카드 충전 등의 용도로 사용할 현금을 찾은 다음 승강장으로 내려갔습니다.
제가 끊었던 표는 목포행 제 1407열차, 입석 표였습니다. 그저 빨리 내려가 봐야 어둡기 전에 오송역 주변을 제대로 볼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에서였지요. 입석에다가 청소년카드까지 사용하니 겨우 5,500포인트밖에는 들지 않았습니다.
역시 영등포역 수요는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인 듯.
다행히 들어온 열차는 전량 신조차였습니다. 입석으로 가도 그리 큰 무리가 없더군요. 입석 승객의 입장에서도 볼 수 있는 창이 상당히 넓었습니다. 수원까지는 자리가 종종 비어 있어 앉아서 갈 수 있었습니다만, 수원에서 사람들이 많이 탄지라 전 그때부턴 객실 통로에 앉아서 갔습니다.
흠. 이건 군포쯤에서 찍은 것 같네요. 전동차를 추월하는 무궁화호.
오산인지 평택인지, 여튼 그쯤에서 찍었습니다. 하늘 많이 흐리더군요.
흐린 하늘 때문에 걱정 많이 했었습니다. 가서 비라도 엄청 오면 이렇게 디카까지 들고 갔는데 괜찮은 사진 뽑아내기는 글러먹은 것 아닌가 싶었죠. (우산 옆에 끼고 사진 찍으려고 해 보세요. 더군다나 DSLR인데 사진 제대로 나오긴 힘듭니다.) 실제로 평택~천안 지나면서 비가 꽤 많이 내렸기 때문에, 그 걱정은 도를 더해 갔습니다. 그렇지만...
조치원 도착.
조치원에 도착하니 다행히 흐리기만 합니다. 그런데 흐리기만 하면 다행이지만 상당히 후덥지근해서 문제였습니다. 이러면 몸만 끈적끈적해지죠.
기차는 떠나고...
조치원역 앞으로 나왔습니다. 한 번 봤는데도 불구하고 익숙한(...) 풍경이 저를 반깁니다.
조치원역 앞 공용 정류장. 공주/청주 방향 버스도 탈 수 있습니다.
행정도시가 연기군 지역과 통합 없는 독립 행정구역으로 기획되고 있기 때문인가요. 이런 플래카드도 나붙어 있군요.
연기군과 통합없이 행복도시 건설없다 - 연기군의정회
이렇게 사진을 찍고, 코레일멤버십카드를 5천원 충전했는데 나타난 무려 두 자릿수의 버스. (저는 이 동네에서 500번대의 버스만 다니는 줄 알았습니다.) 나중에 알고 보니 청원군 공영 순환버스더군요. 사전에 시간 같은 걸 전혀 보지 않아서 몰랐었는데, 운행시간도 정해져 있고 그렇더랩니다. http://puru.net/home/sub.do?menu_key=154의 "읍면 순환버스 운행시간표" 에서 운행정보를 확인할 수 있습니다. 제가 탔던 이 53번 버스는 "강외1"에 해당하는 것 같군요.
이 버스는 6km 이내까지는 500원 미만의 요금을 받고 (군 홈페이지엔 100~450원이라 나와 있군요) 6km 이상의 경우는 무조건 500원의 요금을 받고 있습니다. 어른 500원 / 청소년 400원 / 어린이 250원입니다. 덕택에 저는 오송까지 300원만 카드로 내고 갈 수 있었습니다. 만약 버스요금을 100원 덜 내고 싶으시다면 조치원역에서 쭉 앞으로 더 걸어가서 사거리 하나를 통과한 후 시장에서 타면 됩니다. 카드를 찍거나 현금을 내기 전에 목적지를 말하는 것은 센스, 아시죠?
53번 버스입니다. 엄청 쌉니다 ㄷㄷㄷ
36번 국도를 쭉 타고 가다가 나온 교차로.
역시나 버스는 36번 국도를 따라 가다가 오송삼거리에서 강외초등학교 방향으로 좌회전해 508번 지방도로 들어갑니다.
익숙한 풍경입니다. 3년 전에는 걸어갔었는데.
버스는 저를 오송역을 약간 지난 지점인 궁평1리 승강장에 내려 주었습니다. 전형적인 시골 정류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닌 것 같습니다. 버스에서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그런지 내리니 엄청 덥더군요. 카메라 렌즈 외벽에는 김까지 서리고;;
버스는 저 멀리 떠나갑니다.
주변이 좀 황량하다 싶죠? 하지만 충북선 철도를 건너면 한창 개발중인 오송생명과학단지가 펼쳐집니다.
예전에는 오송역 바로 앞에도 버스가 지나가고 그랬던 기억이 나는데, 이제는 안 그런가 봅니다. 오송역으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이 약간은 걸어갈 수밖에 없겠네요. 그래도 3년 전보다는 많이 낫습니다. 강외초등학교에서 그 더운 날 1.1km를 걸어서 오송역에 도착했을 때를 생각해 보면 이건 정말 약과입니다. 이 경우는 100m도 걷지 않잖아요.
오송역으로 향하는 이정표.
아니, 근데 진짜 착공해서 공사중인 것 맞나요. 건설장비도 아무 것도 없고. 이런 풍경들을 지켜보면서 조금은 의아했습니다. 진짜 착공'식'만 한 건가요?
멀리 오송역사와 고속철도 선로가 보입니다.
조금 확대해 보았습니다.
여기는 무슨 터죠?
그리고, 저기는 무슨 터일까요. 아무래도 저기에 역과 광장을 만들 듯한데...
여튼, 미래의 오송역(응?) 주변을 보고 저는 지금의 오송역으로 향했습니다.
오송역사입니다. 외벽이 변한 것 말고 달라진 건 별로 없네요.
또 다시 오송역 안으로 들어가 보았습니다. 저번에는 인사도 않고 사진부터 찍었다가 혼난 걸 생각하면서 안에 인사를 드렸죠. 그리고 찍은 사진들.
여객열차가 서는 역도 아닌데도 저렇게 책꽂이가 있었습니다.
역무실 창도 이건 여객 취급하는 역인지 화물전용역인지 헷갈릴 정도.
오송역을 찾는 사람들이 늘어나기라도 하는 걸까요. 웬일인지 안팎으로 말끔하게 새단장이 되어 있었습니다. 새단장을 한 게 2년 전이라고 들었는데, 그새에도 관리를 정말 잘했는지 아주 말끔하더군요.
역 구내에서 바라본 역사.
역명판만 확대.
역 구내에도 들어가 봤습니다. 다만 이번에는 화물 입환작업이 있었던 등의 이유로 인해서 안전모를 쓰고 승강장에 들어가 보지는 않았습니다. 화물 입환 작업은 대략 30분 정도 걸리더군요. 들어온 화물열차에 한국철도시설공단 시설차량을 더 붙여서 보내는 작업하고, 또 시멘트 화물을 발송하는 작업까지. 기관차도 이리저리 왔다갔다.
저는 이 와중에 그냥 화단 쪽에서 승강장을 바라보면서 화물 입환장면과 고속철도가 지나가는 장면 등을 여러 장 찍었습니다. 여기서부터는 화물 입환작업 도중에 보였던 몇몇 풍경들을 찍어 본 사진들입니다.
역에서 개를 기릅니다. 개가 절 보고 짖어서 무서웠습니다. 물지는 않는다네요.
화물 연결을 끝내고 대기하는 기관차, 그리고 통과하는 KTX.
여객열차가 통과합니다. 오송엔 여객열차가 하나도 서지 않습니다.
화물 입환이 끝나고 나서 오송역 역무원 분들과 이야기도 나누고, 물도 얻어 마셨는데... 세상에나. 3년 전에 갔을 때 계셨던 그 분이 아직도 일하고 계시더군요. 제 근황도 이야기하고,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역무실 컴퓨터를 이용해 돌아오는 버스 시각표를 찾아서 오송역을 빠져나왔습니다. 사실 이번에는 저번처럼 청주 시내로 들어가지 않고 그냥 돌아갈 생각이었거든요.
역을 빠져나와서. 공사차량...은 아닌 것 같은데... -_-aa
오송역 착공식 할 때부터 걸려 있던 걸개 같습니다. 잘못된 결정이었다 하더라도 일단 역 자체는 부실시공하면 안 되기는 합니다.
버스가 생각보다 늦더군요. 하긴. 오창에서 옥산을 거쳐서 오는 것이다 보니 시골길을 거치면서 늦어질 수 있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주변에서 사진을 또 찍어 보았습니다.
버스정류장. 그리고 지나가는 KTX.
옥산면 방향으로 걸어가 보니, 지하도가 생겼더군요. 그런데 오송역에서 교통량이 충북의 생각대로 나온다면, 이 정도의 지하도는 너무 작지 않나 싶었습니다. 미래 수요까지 고민해서 나온 결과가 이거라면, 지역이기주의는 좀 까야 제맛일 듯합니다.
10여 분쯤 기다렸나요. 버스가 와서 저는 그걸 타고 조치원으로 돌아갔습니다. 저는 또 포인트로 입석표를 끊고 (2100포인트 들었습니다) 천안으로 갔지요. 천안에 도착해서는 천안에서 호도과자 30개짜리를 사서 지하철을 타고 집으로 돌아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