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lro Project 2007 : Day 3 (20070806)
Railro Project 2007의 3일차 여행기입니다.
역시, 읽기 편하게 수정되어 있습니다 :D
== 수정중입니다. 일단 접힘처리만 - ==
S16. #1944 (순천 06:50 → 부전 11:25) \10,600 / 222.9km
아침에 일어나 또다시 샤워를 하고 찜질방을 나섰다. 김밥 한 줄씩을 사고 순천역에 도착. 전광판을 살펴보니 ‘부전’ 행을 찾을 수가 없어 조금은 당황했었다. 하지만 거기에는 이렇게 쓰여져 있었다.
무궁화 06:50 타는곳 01 울산 도착 12:44. 열차번호 1942
출발한 지금이 하계 대수송 기간이었기 때문에 부전 종착에서 울산 종착으로 열차가 연장된 것이었다. 그건 신경쓰지 않고 “왜 부전행으로 나와 있질 않은 거야”라고 말한 나는 뭐, ‘삽질했다’고밖에는.
06시 20분에 1번 플랫폼에서 목포행 #1972가 출발했던 고로 이 열차는 플랫폼에 06시 40분에야 들어왔다. 열차 뒤에 발전차가 달려 있지 않기를 바라고 있었지만, 열차는 우리의 기대를 저버리고 발전차가 맨 뒤에 편성되어 있었다. 열차를 타고 다니면서 선로의 사진은 찍을 수 없게 된 것이다.
아, 발전차... 제발 ㅠㅠ
뒤에서 사진을 찍을 수가 없게 된 덕분에 좋은 객차를 타고 가자고 리미트 객차인 3호차에 자리를 잡았는데, 승차했을 때에는 아예 우리가 객차를 전세 낸 것과 다름없는 상태였다. 우리는 하동역까지 객차를 전세내고 갈 수 있었다. 하기야. 열차가 고작 네 편, 그마저도 용산이나 서울행은 없는 역들에서 승객을 기대하는 것은 조금은 무리일까.
진상역에서. 플랫폼 건너편에 있던 선로는 진작에 밀어 버린 듯했다. 여긴 역무원도 상주하지 않는다.
하지만 하동을 지나자 승객들은 점점 많아지기 시작한다. 군북역에 도착하니 어느새 승객들은 객차의 반 정도를 차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마산에서 승객들은 어느 정도 물갈이가 이루어지고, 또 창원 이후에서는 타는 사람이 내리는 사람보다 약간 더 많다. 하지만 우리가 앉은 맨 뒷자리는 좌석 돌리고 다리 쭉 뻗은 상태에서 뺏기지 않았다. 울산행으로 연장이 되어도 경전선은 경전선인 것 같다. 다만 동쪽이 서쪽보다는 승객이 훨씬 많다는 것이나 특기사항이 될 법하다.
이 열차는 중간에 지연도 심한 편이었다. 반성 진입 전 신호대기에다가 마주 오는 차가 늦게 온 탓에 지연 08. 하지만 산인을 지나고 나니 열차는 무섭게 노치를 당기기 시작한다. 덕분에 열차는 점점 지연을 회복한다. 중리에서 마산 간은 열차운전시분이 널럴했던 걸까. 열차는 마산에서 4분 지연 출발, 창원에서는 2분 지연 출발한다. 심지어 진영에서는 완전히 지연을 회복했다. 그렇지만... 경부선의 환경은 이 열차를 지연되게 만들어 버렸다. 삼랑진까지는 정시에 열차가 운행되었지만, 원동에서 KTX 선행 통과가 있었다. KTX가 늦게 되면 무궁화/새마을은 오래 기다려야 한다. 그 때문에 5분 지연. 열차는 사상까지 5분 지연을 유지하다 결국은 2분 지연되어 부전역에 도착했다.
아무리 영업상으로 이렇게 좋지 않은 요소가 여럿 있다고 할지라도, 경치 면에서는 경전선과 같은 농촌이나 산지를 잇는 철도를 따라올 수는 없는 것 같다. 경전선을 탑승하였을 때는 아침 안개와 더불어 운치 있는 풍경을 많이 볼 수 있었다.
하동역 들어가기 전의 풍경이다.
여담. 창원을 막 지나서 경치를 즐기며 치요아범에게 옆을 지나는 남해고속도로 이야기를 하고 있을 때 들어오신 마산 소속의 여객전무님. 내일로 티켓 이용자 대상의 서비스인지 얼음물 한 통을 주셨다. 마침 물이 절실했던 차였는데 참 좋은 서비스였다. 경전선의 잔여 구간을 지나면서 경전선의 공사 상황이 더 진척된 것을 보고, 또 다리를 쭉 뻗고는 나름대로 휴식을 취하면서 다닐 수 있었다.
저 멀리 보이는 경전선 낙동강 철교. 뼈대는 거의 다 세운 듯.
부산에 진입했다. 낙동강, 그리고 부산.
S17. 부산에서
부전역에 도착했다.
어차피 부산에서 머무를 시간이 조금 생기니, 친구 두 명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아 놓았었다. 부전까지 먼저 오기로 한 녀석이 조금 늦는 통에 우리는 부전역 앞에서 좀 기다렸다. 부전에서 서면까지는 걸어서도 갈 정도로 가까운 거리었기에 우리는 서면에서 점심을 먹기로 했다. 다른 한 녀석은 학원 때문에 12시 50분은 되어야 시간이 나기에 셋은 서면 교보문고에서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간을 보냈다.
여담. 서면에서 이런 것을 봤다. 개신교 사람들 아직도 정신 못 차렸나. PPP라면서 부산-판문점-평양 십자가 운동이랜다. 아프간에서 피랍된 여성들을 아직도 풀어주지 않는 것은 ‘선교’의 문제도 크다는 것에는 입 꽉 다물고 귀 닫고 있나?
그런데... 점심을 먹으려니까 먼저 왔던 친구 녀석이 돈이 없다면서 가자고 한 곳은 맥도날드. -_-;;; 솔직히 아무리 여행 중이라도 그런 곳에서 먹고 싶지는 않았는데. 이 녀석은 도대체...;; 점심을 해결하고 나서는 이제 피파온라인 한판 하자며 PC방으로 가자고 한다. 세 판 붙어서 두 판을 졌다. 도대체가... 여행중인 사람을 이렇게 만들어도 되냐고요...
S18. #1794 (부산 14:53 → 김천 17:24) \9,600 / 187.9km : 경부선 구간
서면에서 81번 버스를 타고 나오는데, 그 버스가 자주 신호에 걸리고 하는 통에 부산역에 출발 3분 전에 도착하고 말았다. 덕분에 엄청 뛰었다. 하마터면 이 열차를 놓쳐서 3시간 뒤에나 있는 열차를 탈 뻔했기 때문이다. 그렇게 뛰어 내려가서 출발 직전에(출입문이 한 개만 개방되어 있었다!) 열차에 겨우 탑승할 수 있었다.
열차 뒤에서 앞의 기관차가 지나가는 모습이나 발전차가 없을 경우 뒤에 보이는 선로를 찍으려고 했는데, 겨우겨우 탑승했으니 알 턱이 있나. 여객전무님이 있던 3호차부터 끝인 5호차까지 수많은 입석 승객들을 헤쳐 가며 겨우겨우 걸어갔는데... 뒤에 발전차가 있었다! 거기에다가 5호차는 입석까지 꽉 차 말 그대로 ‘가축수송’의 상태. 결국 밀양까지 우리는 복도에 앉아 가야만 했다.
이러고 있었다... 에휴.
밀양을 지나자 1, 2번 자리 뒤쪽에 자리가 하나 났다. 노트북을 가지고 있어 여행기를 써야 하는 내가 먼저 들어갔다. 그 때쯤 여객전무님이 오셔서 여객전무님에게 현재 잔여석 상황이 어떻게 되냐고 물어 보았는데, 김천까지는 자리가 나지 않는다고 보는 것이 좋을 거라고 하셨다. 김천을 지나면 186석까지 자리가 날 수 있다는 정보도 같이 확보했다.(요즘 여객전무님들에게 PDA가 상당수 보급되었다. 그걸 통해 잔여석 현황을 보게 되면 쉽게 알 수 있다.) 청도역을 지나자 3, 4번 자리 뒤쪽에도 자리가 나서 치요아범은 자기 짐을 들고 3, 4번 자리 뒤쪽에 앉았다. 맨 뒷좌석 뒤쪽의 조그마한 자리는 입석승객이 앉기에는 정말로 골치 아픈 자리였다. 엉덩이로 완전히 걸터앉을 수 있는 자리가 없어서 엉덩이도 아프고, 등도 아프고. 에휴.
이랬단 거죠, 뭐...
경산과 동대구에서도 좀 입석이 빠지기는 했지만, 동대구에서는 승객들이 물갈이됐다. (아마 거의 구미나 김천 가는 사람이었으리라.) 구미에서 입석 승객들이 많이 빠지기는 했다. 하지만 여전히 입석이 있었다! 경부 본선이 이 정도 수준이었던가 싶어 다시금 놀란다.
김천-구미 사이에서.
김천에서 그나마 일부 있던 입석 승객, 그리고 또 많은 좌석 승객들이 빠졌다. 이제 우리는 대한민국 철도 중 최고 막장(!)으로 알려진 구간인 경북선에 진입하게 되는 것이다.
S19. #1794 (김천 17:25 → 영주 19:45) \5,900 / 115.2km : 경북선 구간
115.2km를 2시간 20분에. 써 놓고 보니 그렇게 문제가 있는 구간 같아 보이진 않다. 하지만 이 구간은 주말에도 열차가 여객과 화물, 상, 하행선 통틀어 하루 12편밖에 다니지 않는 곳이다. 경북선에 진입하고 보니, 디카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 종잡을 수 없는 구간의 연속이었다. 원인을 생각해 보니 역광 탓이다. 치요아범이 자리를 차지한 곳은 오른쪽, 난 왼쪽. 미쳐 버리는 줄 알았다. 오른쪽에 좀 있을 만한 자리는 보이지 않더라. 난 출입문 밖에도 나가 보고 하는 등의 방식으로 사진을 찍어댔다.
가면서 국도 확장 공사를 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경북선 철도는 전국 철도 중에 가장 상태가 좋지 않은 구간인데, 도로는 열심히 확장, 고속화 공사를 하고 있다. 만약 서울 강남에서 시작해서 여주까지 내려온 다음 중부내륙고속도로와 비슷한 선형으로 내려오게 된다면 서울-부산 수요도 분산시킬 수 있고, 여러 모로 도움이 될 텐데 하는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도로를 너무 좋아하는 건설교통부. 말 다했지 뭐.
이곳에서 승차 수요를 찾기란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경북선의 역들을 지켜보게 되면 하차하는 사람들은 많이 볼 수 있지만, 승차하는 사람은 없다시피 하다. 수요는 대부분 점촌-김천 사이에서 김천 이남 간에 집중된 것 같아 보였다.
점촌역에서 하차하는 사람들. 참 많다...
이런 와중에도 경북선을 넘는 내일로 티켓 이용자들이 몇 팀 있었다. 대구에서 출발해 여학생 셋이서 같이 다니는 팀과, 서울에서 출발해서 말 그대로 ‘여행’을 하는 남학생 둘의 팀. 하기야. 혼자 가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보니 여럿이서 같이 다니는 것이겠지. 경북선에 들어온 것을 보니 전국일주가 목적인 사람들도 있지 않을까 싶었는데, 말을 걸고 대화를 시도해 보니 그런 사람들은 없었다.
여기 시각표는 참 널럴하다. 김천에서 청리까지 가니 이미 지연된 것은 다 회복되어 버렸고, 상주부터는 조착으로 인해 3분 이상 대기의 연속이다. 그것 때문인지 용궁에서 예천까지는 아주 천천히 이동했다가 되레 지연되어 버렸다.
용궁 - 예천 간. 해가 지고 있다...
예천을 출발하고 나서는 35분 동안 또 역무원이 배치된 역이 없는 구간을 지나가 결국 19시 44분, 1분 조착으로 영주역에 도착했다.
S20. 영주에서
영주역에 도착한 후, 우리는 식사를 해결해야 했다. 우선 찜질방의 위치부터 역 앞에 있는 신영주지구대에 물어보고, 내가 알고 있던 영주에서 유명한 중앙분식이라는 분식집으로 가기로 했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중앙분식까지 걷는 데 20분이 걸려서 8시 20분에 도착하고 말았다. 여기는 8시를 넘기면 손님을 더 이상 받지 않는다. 별 수 있는가. 나와야지. 그리고는 내가 아는 분이 하시는 식당으로 이동했다. 그 곳에서 가장 잘 하는 메뉴인 된장찌개로 식사를 했다. 돈을 내려고 했는데, 나중에 우리 부모님이 알게 되면 한소리 듣는다는 등의 이유를 들며 받지 않으신다. 휴.
식사를 마친 후에는 롯데리아로 이동해서 네스팟 존을 이용해(학교에서 받은 ID를 사용할 수 있었다.) 2일차의 여행기를 업로드하고 찜질방으로 택시를 타고 가서 샤워하고 잠을 잤다. 아. 뭔가 그리 좋지는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