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진역 답사에 대한 사전 조율은 전날 끝났습니다.
생각 외로 신경써야 할 것이 많았습니다. 민간인통제구역 출입 문제가 달려 있다 보니, 더군다나 행선지가 통일전망대가 아니라 제진역이다 보니 미리 제출해야 할 서류들도 좀 있었고요. 출입자 신상명세가 하나하나 다 적혀야 하고, 또 제 신분 문제가 걸려 있다 보니까는 서류를 여러 개 만드는 등 코레일 측에서도 준비를 좀 많이 했었습니다. 사전에 차량번호까지도 협조가 다 되어야 할 정도라고 하니. 다행히 제가 준비해 줘야 했던 데이터는 제 현주소와 주민등록번호 연락처... 정도더군요. 많은 준비 해 주셨던 코레일 측에 감사를 :) 참고자료 : 고성 통일전망대 입장절차 및 규칙
드디어 D-Day.
코레일 강원본부가 위치한 동해에서 올라가는 데 거의 3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본대는 동해에서 08시 10분에 출발했습니다. 당초 07시 40분에 출발한다고 했었는데 어찌어찌 하다 보니 30분이 지연되더군요. 다행히... 제가 있는 양양은 경로상에 있었기 때문에 전 09시 10분에 양양읍 입구 삼거리에서 합류했습니다.
속초와 간성읍, 거진읍을 거쳐 민통선 입구가 위치한 제진검문소까지는 대략 1시간 30분 가까이 걸렸습니다. 7번 국도가 대대삼거리까지는 왕복 4차선인데, 대대삼거리를 지나 북상하면서부터 거진부터는 왕복 2차선으로 바뀌기 때문에, 속도 내기가 좀 어렵습니다. 그런데다가 앞에 군용차가 있고 하다 보니 더더욱 제속도를 내기 어려웠고, 그것이 시간을 조금 더 걸리게 한 원인이 아니었는지 하고 생각해 봅니다.
※ 제진역을 둘러본 건 오전, 오후 2번에 걸쳐서였습니다. 그렇기에 후기도 2회로 나누어 작성해 볼까 합니다. :)
1회 쪽이 내용이 조금 더 많겠군요.
전번의 글에서도 다루었듯이, 제진역은 아무나 쉽게 갈 수 있는 곳이 아닙니다. 제진검문소에서는 출입신청서를 작성하고, 또 신분증을 제출하고 나서야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제 신분이 애매하기...는 했습니다만, 그래도 다른 사람들과 똑같이 서류 작성하고 신분증을 제출하면 되더군요. 하지만 출입절차가 이것 하나만 있는 것이 아닙니다. 제진검문소를 기나 조금만 더 가면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가 나옵니다. 동해선 도로 출입사무소와 철도 출입사무소가 같이 붙어 있는데, 이 모두를 통일부에서 관리합니다. 그러다 보니... 또 하나의 입구가 저희를 막아섭니다. 다행히 사전에 조율이 되었기 때문에 무사 통과. 김동수 파트장님은 시설 점검차 왔기 때문에 중앙관리동에 들어가서 열쇠를 받아 나오십니다.
중앙관리동 바깥에 붙어 있는 안내.
안에는 이런 사진이 있더군요.
동해선남북출입사무소는 다행히 민통선을 들어가자마자 거의 바로 있습니다. 검문소를 지나기만 하면 그 앞의 이정표는 이제 '금강산 27km'와 함께 '온정'을 가리키고 있습니다. 네. 북한 고성군의 그 온정면 맞습니다. 남북출입사무소를 지나 출입국절차를 다 밟고 나서 통문을 지나 완전히 새로 난 왕복 4차선의 도로를 따라 쭉 가면 바로 북한입니다. 남쪽으로도 도로 공사가 진행중이어서, 아무래도 민통선의 위치가 조금 조정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이 들더군요.
그런데 이 사진은 15시에 찍었습니다.
제진역에 도착해 보니 11시였습니다. 처음 마주한 제진역은 뭔가 특이하다는 생각이 들더군요. 보통 역들을 보면 역 이름이 강조되기 마련인데, 제진역의 경우에는 "동해선철도남북출입사무소"가 상당히 강조된 모습이었습니다. 밑에 "제진역"이라는 이름이 작게 나와 있더군요. 아무래도 경의선 도라산역처럼 여객열차가 다니지는 않기 때문...이 아닌가 하는 조심스러운 추측을 해 볼 수 있겠습니다.
오전에는 역 구내에는 들어가지 않고, 역 플랫폼 주변 이곳저곳을 돌아보았습니다. 역의 이모저모를 구경했는데, 글쎄요. 제가 본 많은 것들은 이 역이 관리되지 않고 있는 역이라는 모양새를 주었습니다.
역사 바깥쪽에서 본 전경
플랫폼 쪽에서 역사를 바라보고
선로 상태가 그닥...
선로에 가까이 가 보니, 녹이 많이 슬어 있더군요. 고인 물은 썩는다고 하죠? 쓰지 않는 쇠는 녹이 습니다. 하기야, 열차가 2년 이상 운행하지 않았다 보니[각주:1] 벌어지는 일입니다. 주변을 보니 스피커는 물론이요 기둥에도 녹이 슬어 있었고, 플랫폼 양쪽 끝의 역명판에 붙어 있던 글씨는 이미 다 떨어져나간 상태였습니다. 관리 안되는 역의 전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달까요.
선로가 심하게 녹슬었습니다.
역명판 글씨는 어디에?
누가 건드릴 이유도 없는데...
심지어는 붙어 있는 역명판 중 하나의 상태가 심히 좋지 않아서, 역명판을 씌워 놓았던 시트지가 울어 버리는 모습까지 목격되었습니다. 왜 이걸 보니 '관리 좀 하지...'라는 생각이 제일 먼저 드는 건지 참.
다행인 것은 이렇게 관리가 되지 않고 있던 역에 예산이 편성되어서 그나마 관리가 시작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김동수 파트장님은 차량 및 장비 담당으로 작년부터 관리를 시작하라는 이야기를 들었다고 하며, 시설 파트에도 내년부터는 예산이 편성되어 본격적으로 관리가 시작된다고 합니다. 남북관계가 다시 괜찮아질 것이라는 기대에서 그 가능성에 대한 투자를 하는 모양이었습니다.
사실 이쪽은 준비가 다 되어 있던 지역입니다. 향후 최대 30년 정도는 남쪽으로 철도가 이어질 가망이 없다 보니 제진역에는 CY와 플랫폼 사이에 검수시설이 떡하니 자리잡고 있습니다. 4년검수 정도까지는 할 수 있도록 차를 들어올리는 시설까지 다 되어 있습니다. 당분간은 대한민국 유일의 동해북부선 철도역이 될 것이니, 이런 차량기지 시설에도 투자를 함은 당연한 것이라고 봐야겠습니다. 이야기를 듣자 하니 객차/기관차 검수시설 외에도 분뇨처리 시설 등도 있다고 하네요. 준비는 잘 해 놓았는데... 이 망할 놈의 김씨 왕조....
객차 검수시설.
기관차 검수시설. 들어가보진 못했습니다.
이렇게 강원본부 차량팀 김동수 파트장님의 설명을 듣는 동안 같이 갔던 Azu는 동행한 코레일TV PD와 함께 컨셉샷... 등등을 촬영하고 있었습니다. 그 동안 김동수 파트장님은 저를 제진역 수송원 숙소로 데리고 갔습니다. 재미있는 곳이더군요. 잘 꾸며져 있지만 청소가 하나도 안 되어 있었습니다. 이는 민통선 안의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인 듯했습니다. 민통선 안에서는 무조건 18시면 바깥으로 나와야 하는데, 그 동안에 숙소라는 건 의미가 없다 보니 생기는 일이 아닐까 싶었습니다. 그 숙소 옥상으로 올라가서 사진촬영을 더 시도해 보았습니다. 당연히 군사분계선 인근이다 보니 고도제한이 걸려 있었고, 그 때문인지 좋은 사진이 나오더군요.
CY(Container Yard)가 상당히 넓습니다.
언론에 보도되는 사진에는 이 구도의 것이 흔합니다.
김동수 파트장님께는 본디 제진역은 화물역으로 기획된 역이라는 설명을 들었습니다. 그런데... 오후에 제진역을 한번 더 와서 보고 나서는 약간 생각이 달라졌습니다. 무엇 때문이었는지는... 후기 2편에서 이야기할게요 :)
Special Thanks To... 코레일 홍보실 배은선 파트장님 / 이번 제안을 받고서 아마 고민 많이 하셨을 겁니다. 일개 동호인이 역 하나 보러 가겠다고 어떻게 징징(?)거리는 부분도 없잖아 있었다는 거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렇지만 그래도 적극적으로 알아봐 주셨고, 시설물점검 + 코레일 명예기자단 활동과 더불어 들어갈 수 있게 해 주신 것에 대해 감사 말씀 드립니다.
코레일 강원본부 차량처 김동수 파트장님 / 힘드셨을 텐데 계속 운전해 주셨고, 또 제진역 관람을 마치고 통일전망대 - 화진포에 이르는 관광코스에서 가이드까지 해 주셨습니다! 돌아오는 길에서는 모두 힘들어서 자고 있었는데도 열심히 운전하시던 그 모습에에 조금이라도 더 감사의 말씀 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아쉽습니다.
시운전이 시작되었던 2006년부터 기관차와 새마을호 객차가 철수한 2008년까지는 열차가 유지 관계로도 운행했습니다. [본문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