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ailro Project 2009 : Project 5 - 가 보기 힘든 간이역, 승부역
Korsonic
2010. 1. 8. 20:18
이제 슬슬 반환점인가요?
하지만 Railro Project 2009에서 써야 할 글은 무려 11개... -_-;;;;;
휴. 솔직히 정말 답이 안 나올 정도로 많긴 합니다만... 어떻게든 빨리 끝이 나야 합니다.
이걸 더 이상 미루었다가는 아무것도 못 하겠어요! ;ㅁ;
Railro Project 2009 (20090806 ~ 20090812)
- Project 1 : 마산야구장에 가다 (20090806)
- Project 2 : 부전에서 목포까지, 근성으로 타는 경전선 (20090807)
- Project 3 : 충북선 저녁열차, 로컬선에도 빛이 들려면 (20090808)
- Project 4 : 산골짜기 한가운데, 아우라지에 가다 (20090809) - Project 5 : 가 보기 힘든 간이역, 승부역 (20090809~10)
- Project 6 : 새로운 희망을 보다, 희방사역 (20090810)
- Project 7 : 장항선 유람 - 이설 그 후 (20090811)
- Project 8 : 섬진강 기차마을, 3년 전과 지금은? (20090811)
- Project 9 : 철도문화체험, 연산역에 가다 (20090812)
정동진에서 그렇게 사진을 찍어대고서, 저는 승부역으로 가는 차를 기다렸습니다. 알고 보니 이 열차가 정동진역에서는 영주 방향으로 내려가는 그 날 막차더군요-_-!!! 아니 세상에. 이렇게까지 막차가 빠른 곳이 있기는 할까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제가 서울시민이라 그런 걸까요. 더 놀랐던 것은 그 다음차가 청량리행 막차인데, 16시 21분....이었다는 것입니다. 허허... 아무리 첫차가 04시 21분이라지만...
여튼, 동대구행 열차를 타고 승부역으로 향합니다. 그런데... 주변 사람들의 대화에 쫑긋 귀를 세워 듣다 보니, 어째 저 말고 승부역으로 가는 사람이 몇 더 있다는 것을 알게 됐습니다.
힘들지만 열차에서 잠은 못 잤습니다. 덕택에 그냥 축 늘어진 채로 차창 밖 풍경을 보면서 승부역으로 향했지요. 열차를 타고 다시 태백을 넘으려고 보니... 어째 맑았던 하늘이 다시 흐려져 있습니다. 결국 도계쯤 오자 비가 오는 모습입니다. 그렇지만 차창을 때릴 정도로 비가 오지는 않았으니 그나마 다행이라고 하겠지요.
어째...
좀 많이 흐립니다.
스위치백을 다시 넘었는데, 주변에서 핸드폰 통화를 시도하는 학생이 보였습니다. 아니, 그 산골에서 통화가 될 거라고 생각하는 건지...;; KTX의 경우 통신설비 가설이 잘 되어 있습니다만, 일반열차, 그것도 간선이지만 수요가 적은 중앙/영동/태백선 쪽은 통신설비에 그닥 많은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 있습니다. 따로 말은 해 주지 않았지만 그냥 넘겼습니다.
역시 저탄차의 압박.
여기도 다를 건 없네요.
이제 석포역쯤 오니 '승부가는 길'이 만들어져 있더군요. 다만 상당한 오지에 약간 억지로 만든 도로이기 때문에 그리 도로 질이 좋지는 않은 듯했습니다. 게다가 열차로 가는 것과 소요시간 차이가 그렇게까지 크지는 않은 듯 싶더군요.
여튼 그렇게 도착한 승부역.
말로만 듣고, 사진으로만 보아 왔던 광경들이 제 앞에 펼쳐집니다.
단순한 시골 간이역이라고 보기에는 이미 너무나도 유명해져 버린. 그런 역.
그리고 역시 저 혼자만 내린 것은 아니라는 것을 보여 주는, 하차하는 몇몇 사람들까지.
승부역에서 제공하는 숙소는 직원 관사입니다. 역 옆 한켠에 있고, 작업반원들이나 아니면 역 직원들이 야간에 묵는 용도로 사용되는 듯하더군요. 생각보다 방이 정말 좋았습니다. 게다가 방 개수도 2개더군요.
방 배정을 받아 짐을 풀었습니다. 전 85년생으로 혼자서 정말 '빡세게' 여행 중이신(개인 텐트를 가지고 다니시더군요.) 어느 남자분과 같은 방을 쓰게 되었고요. 여자 두 분이 또 다른 한 방, 어느 커플이 또 한 방을 쓰게 되었습니다.
마침 같은 방을 받으신 분이 DSLR을 들고 있군요. 이야기를 조금 나눈 뒤, 역 이곳저곳에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
석포 방향으로.
영동선 전선 개통 기념비.
분천 방향으로.
관광안내도 1
역사는 조그맣습니다.
관광안내도 2
그리고 역무원 분에게 KROIS(열차운행정보시스템) 조회를 요청해서 열차가 언제 지나다니는지를 알아 두고, 코레일 고객대표 웹 사이트에 접속해 중간 보고를 겸해서 그 동안 했던 모니터링 평가들을 싸그리(!) 올렸습니다. 화물열차의 운행 비중이 정말 높더군요. 역시 이 노선은 산업선이라는 것이 다시 한번 되새겨지는 순간이었습니다.
역 앞 돌판에는 이런 글귀가 씌여져 있죠.
"승부역은 하늘도 세평이요 꽃밭도 세평이나 영동의 심장이요 수송의 동맥이다."
그만큼 영동선 철도는 공사가 어려웠음에도 중요한 산업선으로 기능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승부역 주변은 철도 이외의 교통이 아주 마땅찮기 때문에 승부마을 주민들의 외부와의 창구로도 이용되고 있지요.
왜 여기도 KTX가... 에휴.
편지도 보낼 수 있네요.
난잡함, 그리고 정갈함.
빛을 몰고 오는 열차는...
석포에서 오는 화물열차입니다.
그래도 이 곳, 중요하죠.
20시 18분. 동해발 제1686열차가 먼저 도착.
20시 19분. 동대구발 강릉행 제1674열차까지.
그런데, 역에서 숙박하면 라면 준다더니 -_-;; 20시 19분에 도착한 역장님이 정말로 까칠하시더군요. "라면 준다고 홍보를 해서 그렇게 알고 왔는데요"라고 하니까 하시는 말씀이... "먹을 것은 너희가 알아서 챙겨와야지. 그 라면이란 거도 우리가 가지고 있는 거 중에 먹을 거 부족하면 그때 준다는거지 그냥 준단 뜻이 아니란 말야" (..........)
어떻게 라면 5봉입을 받아 오기는 받아 왔습니다만, 옆에 있던 커플은 제가 이렇게 면박을 받는 걸 보고 얼어 있었던 모양입니다. 받아 온 라면 중 2개만 저녁으로 끓이고 있는데, 남자분이 와서 "저기... 라면 좀 얻어갈 수 있을까요..." 하면서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아까 라면 이야기할 때 엄두가 안 나서 말을 못했다는 이야길 하시더군요.
야간에 화물열차가 한 번 더 와서 사진을 찍으러 나갔습니다만, 도저히 사진을 찍을 수 있는 수준이 아니었습니다. 생각해 보니 승부역이 도시 인근에 있는, 혹은 그래도 주변에 민가가 많은 간이역은 아니어서 정말 불빛을 찾아볼 수 없었기 때문이었지요.
제가 가지고 있는 삼성 GX-20 기종은 야간에 초점이 잘 맞춰지지 않습니다 ;ㅁ; SAF에서 CAF로 바꾸고 나니 겨우 초점이 맞추어지기는 했는데, 문제는 찍고 난 결과물은 초점이 다 엇나간 모습-_-... 전 눈물을 머금고 사진을 카메라 안에서 그냥 삭제처리 해야 했습니다.
덕택에 21시 40분(불은 이때 꺼 버렸습니다)에 그냥 일찍 잠을 자 버렸습니다. 다만, 안에서 네이트온을 좀 하다가 스르르 뻗어 버렸군요 -_-;;;;
다음날은 06시 20분에 일어났습니다.
같이 있던 분과 함께 승부계곡으로 가서 사진을 좀 찍기로 했었는데, 어째 올라가는 길이 정리가 되지 않은 듯한 모습입니다. 한번 수해를 입었던 걸까요? 계곡 한가운데 들어왔다...고 생각했을 때쯤 길이 끊겨 있었습니다.
승부계곡 가는 다리.
눈꽃열차의 주 경유지라 이런 듯?
매대는 겨울에만 운영하는 듯합니다.
계곡에 갔다 나온 다음 아침 산책도 좀 하고, 전날 너무 어두워져서 찍지 못했던 곳, 그리고 관심을 가지지 못했던 것에도 계속 셔터를 눌러댔습니다. 아침에 다니는 열차들 사진도 좀 찍어보고 하고 있었지만, 이제 슬슬 떠날 시점이 다가오고 있었습니다. 계획 없는 여행은 없지요. 게다가 아침은 전날 먹은 걸 제외한 2개의 라면으로 각자 하나씩 먹으며 해결했지만 그럼에도 배가 정말 고팠습니다-_-;;;
08시 28분. 동대구로 향하는 제1671열차에 올랐습니다. 야간조 업무도 끝났기 때문인지 역장님도 같이 퇴근하시더군요. 승부역에서 자고 갔던 사람들 모두 역장님께 고맙다고 인사를 드리고 열차에 올랐습니다.
※ 여담.....
1.
열차 안에서 전 멀쩡하게 앉아서 주변 경치도 감상하면서 갔는데, 주변 사람들은 모두 수면중... 이 사람들 도대체 여행을 얼마나 빡세게 하는 건지... =ㅅ=;;
2.
저와 같은 방에서 잤던 분과 영주역까지 동행했습니다. 영주역에 가 보니 침대차가 대기하고 있더군요.
알고 보니 영주그룹역에서 현재 영업을 하지 않고 있는 침대차 객차를 이용해서 숙박을 제공하는 이벤트였습니다. 원래는 영주역에서 내일로티켓을 발권한 사람들만 재워 줬엇는데, 막상 가 보니 다른 역에서 내일로티켓을 발권했어도 숙박이 가능하게 해 놓았더군요.
※ 경북본부(당시 경북북부지사)에서 댓글이 달려서 내용을 수정합니다.
"원칙적으로는" 경북본부 영주그룹역 관내에서 내일로 티켓을 발권한 사람에 한해서 적용됩니다!
혹시나 하지만, 왜 안재워주느냐고 떼쓰지 마시기 바랍니다-_-;;
원래 영주역에서 내일로티켓을 발권한 사람이 우선권을 갖고, 그 여유 내에서 숙박을 허용하기 때문입니다.
(영주그룹역 발권자 사전예약 우선 + 당일 빈 자리에 한해 타역발권자 허용)
같이 온 분의 숙박문제를 그렇게 해결해 드리고, 저는 영주시내에서 아침도 먹고 몇 가지 일을 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