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었지만 전혀 길게 느껴지지 않았던 4박 5일 + 1박 3일의 Railro Project 2009. 이제 드디어 끝이 났습니다. 까만 배낭에 옷이고 책이고 렌즈고 우산이고 이것저것 쑤셔 넣으면서, 땀을 그렇게도 흘려 대면서 계속 이동했었는데, 막상 이렇게 끝났다고 생각하니 조금은 아쉽습니다. 아마 이 글을 읽어 보시는 분들 중에서는 여행 중에 저를 목격하셨던 분도 있을지 모르겠네요. 내일로 여행객들에게 말을 걸 수 있으면 걸려고 그렇게나 노력했고, 또 그 사람들에게 정보를 주면서 양쪽 모두 심심하지 않은 그런 여행을 의도했는데, 제대로 됐나 모르겠습니다.
이번에는 노트북을 가져가지 않았기 때문에, 실시간 여행기를 작성하지는 않았습니다. 2007년에 실시간 여행기를 작성해 보고서 느낀 것이지만, 글을 퇴고할 시간이 제대로 없어 여행기가 엉망이 되어 버리는 사태가 종종 있더라고요. 그래서 이번 프로젝트는 대부분 제 수첩을 이용해 그때그때 필요한 것들을 적어 나가고, 필요한 곳곳에서 사진을 찍어 대는 형식으로 진행했습니다. 다만 그랬기 때문에 후기를 프로젝트별로 쓰게 되면 제가 목격하기는 했지만, 기록이 되어 있지 않거나 기록이 망가진 부분도 보일 듯합니다.
1일차 : 8/6 목요일
#1033 (서울 10:55 → 마산 15:50) 427.0km / \38,000 (일반) 마산야구장엔 잘 갔다왔습니다. 그리고 새마을호를 제대로 이용하는 법에 대해서 좋은 경험을 얻을 수 있었습니다. 어떻게 꽉 차 가는 새마을도 5호차는 절반 이상 비어 갈까요. 하기야. 자유석 운임이 코레일 홈페이지에서 조회되지도 않으니, 그만큼 자유석이 잘 알려져 있지 않다는 이야기도 되겠죠?
2일차 : 8/7 금요일 #1951 (부전 06:50 → 목포 14:36) 410.9km / \20,100 #1104 (목포 16:10 → 광주송정 16:58) 66.8km / \6,200 (일반) 이 날은 어떻게 4시간 자고 새벽 5시에 잘도 일어나느라 (...) #1951을 탑승할 수 있었습니다. 이 열차... 혼자서 완승하기에는 난이도가 ‘헬’까지는 아니지만 ‘나이트메어’ 정도는 되는 듯한 느낌입니다. 중간중간 승무원 분들하고 이야기를 계속 나누어서 그런 걸까요. 아마도, 이야기할 사람이 없으면 ‘헬’이 되겠죠. 다만, 8시간 동안 맨정신으로 열차를 탈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일찌감치 버리는 것이 좋을 겁니다. 저도 진주 부근에서 한 10분~20분 정도 뻗어 있었습니다. (......) 목포에서는 철갤러 한 사람을 만나서 늦은 점심을 먹고 이야기를 나누느라 예정보다 조금은 열차를 늦게 탔습니다. 다만 그 늦게 탄 열차가 새마을호였다는 것은 다행이군요 :D 종아리받침이 없는 이른바 ‘폭탄좌석’이 걸렸음에도 불구하고 잠은 잘 왔으니까요.
3일차 : 8/8 토요일 #1426 (광주 14:50 → 서대전 17:24) 192.0km / \10,200 #1713 (대전 18:10 → 제천 20:22) 159.1km / \8,400 사실 아침 일찍부터 움직일 수 있기는 했습니다. 하지만 무리하진 않았습니다. 2일차에 근성시승을 하는 바람에 좀 쉬어야 했거든요. 게다가 열차 종착역 이원화가 시작되는 광주 지역에서 맞는 주말이었으니까요. 덕택에 후배 집에서는 아침 8시에 일어나서 설렁설렁 준비를 했습니다. 하지만 당초 일정보다는 일찍 움직였습니다. 광주에서 만날 사람이 그렇게 많지도 않았고(후배 말고 반 동기 한 녀석 만난 게 전부입니다), 또 제천으로 일찍 이동해야 제천에서 다음날 일정을 소화하기 위해 휴식할 수 있는 시간을 길게 확보할 수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천 주변의 찜질방에 대한 정보가 전혀 없어서 발품을 팔아서 찾으려는 의도도... 있었습니다. 결국 제천에 도착해서는 역에서 30분 걸었다죠? =_=;;
4일차 : 8/9 일요일 #1651 (제천 07:10 → 아우라지 09:24) 107.9km / \5,800 #1652 (아우라지 10:45 → 증산 11:35) 38.7km / \2,100 #1633 (증산 12:45 → 정동진 15:00) 118.7km / \6,400 #1673 (정동진 16:01 → 승부 18:16) 108.2km / \5,800 3일차 짤막 후기에서 써 놓았던 것과 같이 찜질방에서 역까지 지나칠 정도로 멀었던 게 문제였습니다만, 당초 계획대로 진행하는 데에는 성공했습니다. 05시 30분에 일어나서 씻고 출발하니 어떻게든 되긴 되더군요. 아우라지에서의 정차 시간이 충분히 길었고, 또 증산에서 점심식사를 해결하고도 정동진으로 넘어가기에는 시간이 충분했습니다. 다만 승하차 체크가 조금 힘들어서, 사람 숫자 세어 보느라 객차 안을 나왔다 들어갔다 나왔다 들어갔다... 에휴... 제 모습 때문에 꼴사나웠을지도 모르는 여러 승객분들에게 사과인사 올리겠습니다. 승부역은 평상시에 가 볼 일이 없다 보니 역시나 사진이 엄청나게 나왔습니다.
5일차 : 8/10 월요일 #1671 (승부 08:28 → 영주 09:47) 69.2km / \3,500 #1608 (희방사 16:08 → 청량리 19:38) 195.0km / \9,900 결국 이건 당초 계획 때 ①-B 안과 비슷한 모습을 띠게 되었습니다. 영주시의회에 들러서 받아 와야 할 자료가 있었거든요. (당초에는 이메일로 받으려 했던 자료였습니다만, 자료가 오질 않더랍니다!) 자료를 받고, 점심을 얻어먹고 나서 영주여객 차고지에서 희방사역까지는 버스로 이동. 이 날 너무 피곤했던데다, 그쪽에서 탑승하는 승객이 많아 양평/용문역에서 일을 마치고 열차를 탄다 하더라도 좌석을 확보할 수 있다는 보장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그 역들에서 사진촬영을 한다는 것은 생각하지 않고 그냥 왔습니다.
6일차 : 8/11 화요일 #1727 (서울 08:17 → 아산 09:46) 101.1km / \5,200 #1583 (아산 10:00 → 대천 11:24) 83.1km / \4,300 #1153 (대천 12:02 → 익산 13:12) 66.8km / \5,900 #1505 (익산 14:04 → 곡성 15:25) 97.1km / \4,900 #1132 (곡성 19:27 → 서대전 21:42) 179.3km / \15,900 건너뛰기 승차가 생각 외로 힘들더군요. 하기야 매 정차역마다 바깥으로 아예 잠시 나와서 승객이 얼마나 타고 내리는지까지 체크하고 있었으니, 결코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그것만 하면 또 다행인데, 비까지 쏟아지니... 이건 뭐 할 말을 잃어버릴 수밖에요. 3년 만에 갔던 섬진강 기차마을은 예전보다 시설이 훨씬 좋아진 모습이었습니다. 하지만 아직도 미개발 지역이 많았고, 어떻게 생각하면 또 딱히 볼 것 없는 모습에 실망스럽기도 했습니다. 코레일투어서비스에서 섬진강 기차마을 운영권을 곡성군에게서 넘겨받은 지 아직 1년도 채 되지 않았으니, 아직 좀 더 기다려 봐야 할까요.
7일차 : 8/12 수요일 #1461 (서대전 06:25 → 연산 06:54) 33.9km / \2,100 #1462 (연산 07:55 → 대전 08:34) 39.6km / \2,100 #1053 (대전 09:30 → 동대구 11:17) 160.0km / \14,300 #1008 (동대구 20:57 → 서울 00:32) 326.3km / \29,100 사실 프로젝트의 종결은 연산역에서였습니다. 연산역 ‘철도문화체험’이 도대체 어떻게 준비되어 있는지에 대해 알아보기 위해서... 연산역에 찾아갔었습니다만, 이른 아침에 간데다가 비까지 오는 바람에 안타깝게도 수작을 확보하거나 하지는 못했습니다. 오후에는 대구에서 놀다 오느라 이렇게 새마을호를 탔던 거고요. 돌아올 때 #1008이 도착지연을 8분 먹은데다, 집에 돌아가는 광역버스가 어떻게 된 게 30분이나 지나서야 오는 바람에 이 날 집에는 새벽 2시에나 들어갈 수 있었습니다. =_=;;
여행 도중에 찍은 사진의 수는 1일차 102장, 2일차 71장, 3일차 71장, 4일차 297장, 5일차 127장, 6일차 254장, 7일차 58장 해서 총 980장이군요. 일단 980장이라는 수치는 제가 카메라에 있던 단계에서 지우지 않은 사진 수의 총합입니다. 이번에 사진을 찍을 때 모니터링용으로만 사진을 찍을 때도 있었고, 또 개인소장용으로 찍은 사진도 상당수 있기 때문에 이 중 몇 퍼센트가 공개될지는 장담할 수 없습니다. 제 개인적인 심정으로는 나름 A급의 사진만 공개하고 싶습니다. ;ㅁ;
간단하게 정리를 해 보니, 나름대로 균형 잡힌(?) 여행 스케줄을 생각해서 다녔는데도 불구하고 실상은 꼭 그랬던 것도 아닌 것 같습니다. 이번에 여행후기를 쓰면서 부족했던 점들에 대해서 반성하면서, 내년 Railro Project 2010의 밑그림도 이제 대충은 그려 봐야겠습니다. 2010년에는 2010년의 볼 거리가 또 있겠죠. :D 그리고 여행을 하면서 줄곧 들었던 생각입니다만, 도대체 무엇을 어떻게 보는 것이 진정한 ‘철덕’[각주:1]의 자세이며, 또 연구자의 자세일까요? 앞으로 포스팅할 후기에서 그런 제 고민이 녹아들 수 있도록, 그리고 그것을 피드백하여 다음번에 어떤 종류의 여행을 준비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이번 여행기는 우선 한글을 이용해 작업을 해 놓은 후, 사진을 첨부하여 블로그에 게시하는 방식으로 진행해 볼 생각입니다. 내일로 여행수기 공모에도 올려 보려는 생각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지요. ‘철도만을 위한’ 내일로 여행이 그렇게 쉽게 생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라서 어떻게 보면 좋은 점수를 받을 수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일단 여행후기는 Project N의 형식으로 쓰여질 예정입니다. 2007년에 일차별 정리 방식으로 후기를 쓴 걸 2008년 어느 수업에서 감수를 받아봤더니 너무 내용이 늘어지네, 쓸모없는 게 많이 들어갔네 하는 이야기들이 나와서 이번엔 변화를 취해 보려고 하는 겁니다. :D
차후 포스팅의 진행 순서는 다음과 같습니다.
Railro Project 2009 - Project 1 : 마산야구장에 가다 - Project 2 : 부전에서 목포까지, 근성으로 타는 경전선 - Project 3 : 복선인데 로컬선인 안습한 노선, 충북선의 저녁열차 - Project 4 : 산골짜기 한가운데, 아우라지에 가다 - Project 5 : 가 보기 힘든 간이역, 승부역 - Project 6 : 새로운 희망을 보다, 희방사역 - Project 7 : 장항선 유람 - 이설 그 후 - Project 8 : 섬진강 기차마을, 3년 전과 지금은? - Project 9 : 철도문화체험, 연산역에 가다
※ 중간중간에 여행객을 위한 Tip 등이 추가될 수 있습니다.
‘철도 오타쿠’를 줄여서 ‘철덕’이라고들 합니다. 철도동호인들을 비하하는 의미로 들릴 수도 있겠지만, 저는 꼭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본문으로]